여전히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을 샤이니 멤버 종현의 1주기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원하지 않게 장례식장을 찾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달가워하지 않는 취재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1년 전 샤이니 멤버 종현의 빈소에서 느낀 허탈감과 슬픔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지요. 그가 진행하던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고 스트레스받아서 한숨 푹푹 나올 때면 그가 만든 이하이의 '한숨'을 들으며 위로받곤 했었는데 말입니다. 그의 섬세한 감성으로 써 내려간 가사와 예쁘고 개성 있는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https://brunch.co.kr/@koopost/19
‘뭐가 그렇게 힘들었니. 힘들었으면 그냥 막 살지. 나이답게 놀고 연애도 하고 일도 하지 말고 여행도 다니지. 새 친구도 사귀고 새로운 언어도 배우지. 다 지겨우면 그냥 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지….’ 그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의 일부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 아이돌로 살면서는 꿈꾸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에게는 모두의 우상으로 살아간 이번 생이 버거웠을지 모르나, ‘블링블링’이라는 별명처럼 팬들은 그를 알고 나서부터 ‘블링블링’한 시간을 보냈음을 이제라도 알아주길 바란다.
너무 생각이 많았고, 너무 예민했다. 너무 감수성이 충만했고, 너무 책임감이 강했다. 그랬던 청년은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라고 말하곤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그가 유일하게 ‘날 위해서 한 일’이 이 선택이었다. ‘수능 금지곡’의 대명사인 ‘링딩동’이나 예능프로그램 단골 등장곡인 ‘루시퍼’도, 그 연령대의 감성으로 불렀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혜야’나 ‘산하엽’도, 그가 타인을 위로하고자 썼던 ‘하루의 끝’도 당분간은 웃으며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주간동아)
오늘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된 날이네요. 세계 곳곳에서 그를 기억하는 팬들의 추모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그의 SNS에 들어가 봤는데 '편하게 오래 보자'는 문구가 담긴 사진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https://www.instagram.com/jonghyun.948/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한 SM엔터테인먼트에서도 그를 기리는 영상을 공식 SNS에 올렸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rfiCclgv1b/
가족 같은 샤이니 멤버 키도 그와 함께했던 영상을 올렸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BrftC0TAnbR/
종현의 유족이 설립한 '재단법인 빛이나'는 12월 17일 '제1회 빛이나 예술제'를 열었습니다. '재단법인 빛이나'는 그가 남긴 음악의 저작권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단체입니다. 종현의 어머니이기도 한 이은경 이사장은 홈페이지에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일을 아들이 떠난 후에야 시행하게 되어 아쉽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결정까지 많은 고민과 갈등도 하였으나, 우리 모두가 건강한 마음으로 우리 삶의 목적과 사명을 감당해내는 빛의 자녀로 살게 되길 기도한다"며 설립 목적을 밝혔습니다. 지난달부터 젊은 예술인들과 팬들에게 종현을 주제로 한 영상 편집본과 글을 공모했고, 선정된 작품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esquire.korea (https://www.instagram.com/p/BnYYcwugjX5)
www.shiny.or.kr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제1회 빛이나 예술제 스페셜 에디션 상품을 팔고 있어서 공유해봅니다. 저랑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인 만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을 돕고 싶다면 한 번쯤 둘러보는 것도 좋겠네요.
재단법인 빛이나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서, 故김종현(샤이니 종현)의 저작권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빛이나 예술제」는 무대에 갈급함을 느끼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그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또한, 여러분의 사랑으로 이어진 「빛이나 스토어」 판매 수익은 법인의 목적사업 및 운영에 쓰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한동안은 샤이니의 노래를 들으면 그가 떠올라서, 정확히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보냈던 시간과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서 노래를 끝까지 듣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를 추모하는 기사들을 읽다 보니 오랜만에 그와 샤이니의 노래를 찾아 듣고 싶어 졌어요. SM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에서 몇 곡을 가져와봤습니다. 함께 노래를 들으며 반짝반짝 빛나던 한 아티스트를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요.
마지막 곡은 샤이니 네 멤버가 부른 '네가 남겨둔 말'로 골라봤습니다. 가사가 와 닿아서 일부를 함께 적어둡니다. 모두들 새해에는 눈물은 더 적게 흘리고 많이 웃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네가 남겨둔 예쁜 말들은
한 편의 시가 되어 노래가 되고
목소리 날아 너 있는 곳에
닿을 거란 걸 우린 알잖아
별이 사라진다면 모두 잊혀질까
소중했던 널 안아 내 품에
끝나지 않은 이 소설의 페이지
마지막까지 함께 채울래
혹시나 이 글을 보고 마음이 아프거나 너무 힘들다면, 꼭 정신보건센터, 한국생명의 전화(1588-9191),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129) 등 자살예방 핫라인에 상담을 요청하세요. 청소년의 경우 청소년전화(1388)도 있습니다. 아마도 종현은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팬들이 위로받길 바랐을 거예요. 생전에 그가 라디오에서 자주 이야기하던 것처럼요. 지금까지 '푸른밤' 애청자가 써내려간 쫑디에 대한 아주 작은 기억 조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