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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Dec 07. 2021

저녁 6시면 칵테일 바로 바뀌는 비비안 압구정 아지트

2500원 에스프레소 즐긴 뒤 4만5000원 브래지어 쇼핑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 해부해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자리한 비비안 플래그십 스토어와 ‘카페 브이’(왼쪽). 명품 브랜드를 연상케 하는 ‘V’ 로고. [구희언 기자]

“속옷 브랜드가 압구정에 카페를 냈어?”


비비안(VIVIEN)이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메인 거리에 ‘카페 브이’를 냈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하자 대다수가 저리 묻고는 이 말을 덧붙였다. “거기 좀 올드한 이미지 아닌가. 신선하네.” 기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비비안은 64년 된 파운데이션 란제리 전문기업이다. 파운데이션은 ‘파운데이션 가먼트(Foundation Garment)’의 줄임말로 옷의 기초를 의미한다. 1957년생 비비안은 1958년 스타킹 ‘무궁화’를 낸 이후 현재까지도 스타킹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국내 최초 심리스(무봉) 스타킹(1962), 국내 최초 팬티스타킹(1963), 국내 최초 고탄력 스타킹(1980) 역시 비비안에서 나왔다.


MZ세대 저격 에스프레소 바


‘카페 브이’는 낮에는 에스프레소 바로, 6시 이후에는 칵테일 바로 운영된다. [구희언 기자]

기자야 이 코너에 소개할 ‘신상 핫 플레이스’를 자주 찾다 보니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가오픈 기간을 거쳐 11월 5일 정식 오픈했음에도 정보가 적었다. ‘카페 브이’로 검색하니 ‘카페 브이로그’ 영상만 잔뜩 나왔다. 비비안 관계자는 “오픈 행사, 프레스 초대, 핼러윈 이벤트 등도 열지 말지 고민했으나 코로나19 시국이라 조용히 넘어갔다”며 아쉬워했다.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이다 보니 비비안 이미지는 다소 올드한 게 사실이다. 또래와 이야기하면 ‘우리가 입는 속옷’보다 ‘엄마가 입는 속옷’ 브랜드라는 인식이 크다. 와이어 없는 브래지어, 브라렛처럼 몸이 편한 속옷을 찾는 MZ세대 소비자가 늘어 ‘핏’을 잡아주는 속옷이 시장에서 힘을 잃은 영향도 있다.


비비안이라고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터. 이번에 플래그십 스토어와 ‘카페 브이’를 연 것도 젊은 층에 어필하려는 목적이다. 4월에는 MZ세대를 공략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 ‘나나핏’을 선보였고, 8월에는 애슬레틱 캐주얼 브랜드 ‘그라운드브이’를 론칭했다. 비비안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448억 원, 영업이익은 21억 원, 당기순이익은 62억 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8%, 123% 늘었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흑자를 달성했다.

‘카페 브이’의 인기 메뉴인 에스프레소와 아인슈페너, 마카롱. [구희언 기자]

11월 초 ‘카페 브이’를 찾았다. 입구에 큼직한 ‘V’ 로고가 마치 명품 매장 로고 같았다. 건물 벽에는 바바라와 비비안 모델인 배우 김하늘과 이민정 사진이 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온라인에서 홍보가 덜된 것치고는 꾸준히 손님이 있었는데, “여기가 비비안이 하는 곳이래”라기보다 “지나가다 보니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네”라는 느낌으로 방문한 이가 대부분이었다.


1층은 카페, 2층은 매장


스크린이 설치돼 있는 ‘카페 브이’ 벽면. [구희언 기자]

‘카페 브이’는 카페와 매장을 접목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미국풍 펍 느낌을 내려고 인테리어에 신경 썼다. 에스프레소 바인 1층에서는 음료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 좀 마시는 사람이나 기존 카페가 지겨운 이가 주로 찾고, 비교적 최근에 뜬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수제 피넛 크림이 들어간 시그니처 에스프레소인 카페 아라키드 크레마(2500원)와 아인슈페너(7000원), 비비안의 V 로고가 박힌 하이미엘 마카롱(3500원)을 맛볼 수 있다. 아, 물론 익숙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도 판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코크(coque)와 필링이 두툼한 마카롱의 ‘단쓴’ 조합이 매력적이었다. 오후 6시부터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있는 칵테일 바로 운영된다. 몰디브 비치(1만5000원), 깔루아 밀크(1만3000원) 외에도 와인과 위스키,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2층에서는 란제리 외에도 다양한 패션 제품을 판다. [구희언 기자]

1층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2층에서는 비비안과 바바라, 샹텔, 에버제이, 메이, 플루토 등 해외 유명 란제리 브랜드 외에도 올해 신규 론칭한 그라운드브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1층에서 산 음료를 2층 테이블석에서 마셔도 된다. 브라렛이나 여성용 사각팬티 등 요즘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제품과 해외 직구로 인기 높던 고급 란제리를 한곳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막연하게 브래지어와 팬티만 가득한 매장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남성용 제품도 많았고 파자마, 목욕가운, 머플러, 장갑, 모자, 맨투맨, 후드 등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었다. 궁금한 제품은 직원에게 문의하고 탈의실에서 입어보면 된다.


어떤 곳인지 알고 왔고, 쇼핑까지 할 거라면 2층에 가기 전 1층부터 들르자. ‘카페 브이’를 이용하면 2층에서 제품을 살 때 10%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 ‘카페 브이’는 한시적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계속 운영되며, 신제품과 새로운 메뉴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느낌 있는 에스프레소 바가 궁금하다면 들러서 한 잔 즐겨보자. 기본 에스프레소는 2000~2500원이라 부담도 없다.


1층과 상반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2층 플래그십 스토어(왼쪽). 올해 론칭한 애슬레틱 캐주얼 브랜드 ‘그라운드브이’ 제품. [구희언 기자]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https://weekly.donga.com/List/3/04/11/3060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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