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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Jan 12. 2018

라인프렌즈×방탄소년단 캐릭터 BT21 인형 구입 실패기

BT21 정식 판매한 라인프렌즈 스토어 이태원점 가보니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핫플레이스나 SNS에서 와글와글한 명소가 궁금한가요? 검증되지 않았는데 생돈 주고 '도전'하는 건 조심스럽다고요? 걱정마세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대신 찾아가서 속속들이 살펴보고 알려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되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도 #매거진동아 #쿠스타그램 으로 검색하면 만나실 수 있습니다.
1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 앞에 BT21 제품을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조영철 기자]


‘기억해, 2018년 1월 8일. 내가 BT21 사러 이태원에 간 순간.’

아마 1월 8일은 많은 방탄소년단(BTS) 팬에게 기억에 남는 하루였을 것이다. 서울 용산구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에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가 컬래버레이션한 BT21 캐릭터 상품이 정식으로 들어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BT21은 그간 서울 청담동 팝업 스토어와 미국 뉴욕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기에 팬들의 마음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닮은 BT21 캐릭터. [라인프렌즈]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가 아니었음에도 일찌감치 이 소식을 안 건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쓰는 덕이었다. 라인에는 BT21 캐릭터 이모티콘이 입점해 있다. 1월 6일 BT21 계정에서 날아온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BT21이 태어난 그곳?! 1월 8일부터 ‘라인프렌즈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BT21 제품을 만나보세요~.’ 

방탄소년단 굿즈라고? 처음에는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일찍 간다 해도 아미의 강한 팬심을 뚫고 인형을 손에 쥘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1월 8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이태원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죠’ ‘오늘 이태원에서 무슨 행사 있나요’와 같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한 누리꾼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캐릭터 제품이 박스채로 쌓여있는 매장 내부 모습. [조영철 기자]

BT21은 ‘프렌즈 크리에이터스(FRIENDS CREATORS)’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 라인업이다. 브라운과 코니, 문, 제임스 등 기존 라인프렌즈와는 스타일이 다른 캐릭터 지적재산권(IP)이다. 캐릭터 8종을 만들어내는 데 공을 세운 건 방탄소년단 멤버들. 마침 같은 날 영국 BBC에서는 ‘BTS : 케이팝(K-pop) 왕자들의 지속적인 힘’이라는 기사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어느 케이팝 뮤지션도 정복하지 못한 악명 높은 미국시장을 점령했다’며 ‘ ‘강남스타일’로 큰 성공을 거둔 싸이의 인기는 사그라졌지만 방탄소년단은 다르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BTS 데이’였다.

[라인프렌즈]

BT21은 각 캐릭터 스케치부터 캐릭터 성격 부여, 제품 기획 등 전 과정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참여한 끝에 나왔다는 게 라인프렌즈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캐릭터를 스케치하고 콘셉트를 설명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진지한 모습이 올라와 있다. 한마디로 대충 인기만 빌려서 팔아먹으려고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라인프렌즈]

이들에게는 그럴싸한 탄생 스토리도 있다. ‘우주 너머 세상이 궁금하던 호기심 대장 타타(TATA)는 우주로봇 반(VAN)과 함께 여행하던 중 지구에 불시착하고 우연히 스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친절한 알파카 알제이(RJ)와 열정적인 강아지 치미(CHIMMY), 핑크빛 터프 토끼 쿠키(COOKY), 가면 쓴 댄싱 망아지 망(MANG), 맛있는 꾸러기 슈키(SHOOKY), 생각 많은 코알라 코야(KOYA) 등 7명의 매력 넘치는 멤버를 만나 우주 최고 스타를 꿈꾸는 ‘BT21’을 만들게 된다’는 게 주요 스토리. 

[라인프렌즈]

스토리에 나오는 순서대로 타타는 뷔(김태형), 알제이는 진(김석진), 치미는 지민(박지민), 쿠키는 정국(전정국), 망은 제이홉(정호석), 슈키는 슈가(민윤기), 코야는 RM(김남준)이 각각 제작에 참여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특성을 잘 안다면 “아, 이 캐릭터가 그 멤버네”라고 말할 정도로 각자의 개성이 녹아 있다. 일반인에게는 그저 몽실몽실 귀여운 동물과 외계인 인형이지만 말이다.

[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

정식 판매 당일 얼마 만에 제품이 매진됐는지, 어떤 캐릭터가 제일 많이 팔렸는지 궁금해 라인프렌즈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오전부터 오후까지 전화를 걸 때마다 내내 통화 중이었다. 라인프렌즈 고객센터는 “아마 오늘 판매되는 물건 때문에 문의전화가 많아서 통화가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할 수 없다. 궁금한 건 직접 해결해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제목처럼 ‘고민보다 Go’. 곧장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BTS가 크리에이터로 참여

피겨 아티스트 ‘쿨레인’이 만든 디오라마 피겨. [조영철 기자]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내리자 젊은 여성과 아이들이 종종걸음으로 3번 출구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덩달아 걸음이 빨라졌다. 매장 앞에는 ‘금일 BT21 구매 입장권 배부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내일 다시 방문해주세요’라는 안내 팻말이 놓여 있었다. 팻말에 그려진 코니의 평온한 미소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BT21 제품은 2층에 진열돼 있었다. 매장 직원들은 “내일부터 다시 판매하니 오전에 찾아와달라”며 방문자들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다음 날 팔 BT21 상품을 열심히 박스째 나르고 있었다. 눈앞에 BT21 인형이 있고 돈도 있지만 살 수 없다니. 어머니와 함께 매장을 찾은 초등학생은 “그럼 지금은 인형을 못 사는 거냐”며 울상을 짓다 피겨 아티스트 ‘쿨레인’이 만든 디오라마 피겨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몇몇 외국 팬도 진열장에 놓인 인형을 가리키며 “지금 왜 살 수 없느냐”며 아쉬워했다.

[조영철 기자]

매장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제품 구매 편의를 위해 입장권을 나눠줬다. 오늘 하루 배포된 입장권은 600장이고, 내일도 600장을 나눠줄 예정이다. 입장권은 오전에 모두 배포했고, 제품이 전부 소진된 건 오후 5시 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품절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은 캐릭터와 종류별로 제품을 1개씩만 구매 가능했다. 제품을 사면 포스터나 풍선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판매가 안정되면 라인프렌즈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도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인형을 사려고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팬들도 있다. 전체 캐릭터 제품을 다 구입하려고 캐리어를 여러 개 끌고 온 팬도 많았다”고 전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닮은 BT21 캐릭터. [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는 방탄소년단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의 핵심 키워드인 글로벌(Global), 밀레니얼(Millennials), 트렌딩(Trending)과 접점을 이루는 아티스트가 바로 방탄소년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이제 IP 자산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기존 라인프렌즈 외에 새로운 IP를 창출하고 싶다는 고민의 일환으로 탄생한 게 BT21이다. 우리는 방탄소년단을 아이돌이라기보다 아티스트라고 본다”고 말했다. 라인프렌즈는 BT21 외에도 라인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통해 탄생한 우사마루, 애니메이션 런닝맨 등의 IP를 갖고 있다. 

BT21은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 라인업으로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조영철 기자]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작업한 소감은 어땠을까.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2016년 말부터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했다. 알다시피 캐릭터를 탄생시킨다는 게 회의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멤버가 많고, 캐릭터를 자기 분신처럼 아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누구보다 신나서 아이디어를 내고 열정적으로 참여한 멤버들 덕에 작업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덕질의 덕목은 체력과 현질’

BT21 제품을 포함해 라인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한가득 구매한 사람들. 캐리어를 끌고 온 이도 있었다. [조영철 기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끝없이 이어진 팬들의 행렬과 BT21 풍선, 그리고 제품 인증 사진이 줄기차게 올라왔다. 인상적이었던 건 ‘덕질의 덕목은 체력과 현질’이라는 명언을 남긴 한 팬의 글이었다. 그는 ‘다 살 수 있을 만큼 물량이 들어왔다고 했는데 결국 원하는 사이즈의 제품이 내 앞에서 품절이라 작은 사이즈 제품만 샀다’고 적었다. 팬조차 제품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와중에 발 빠른 이들은 인형을 사재기하고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똑같은 인형을 여러 개 산 후 ‘줄 서서 사느라 고생했으니 수고비를 받겠다’며 웃돈을 붙여 올리거나 ‘원하는 가격을 먼저 제시하라’고 적은 사람도 있었다.

[조영철 기자]

방탄소년단의 DNA가 담뿍 담긴 BT21 제품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있는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있는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안에 일본 도쿄와 대만, 홍콩 스토어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어쩌면 BT21의 인기는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매장을 둘러본 뒤 친구에게 “귀엽긴 한데, 한정판도 아니고 좀 있으면 온라인에 풀리는데 줄을 서면서까지 살 필요 있나 싶다”고 말했다 한 방 먹었다. “IT(정보기술) 제품도 조금 기다리면 살 수 있지만 굳이 사전예약을 해서 사는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는 비유에 무릎을 탁 쳤다. 방탄소년단의 숨결이 닿아 있다면 쓰지 않을 화장품도 사고, 장롱에 롱패딩이 있어도 또 사며, 포토카드는 소장용과 지갑에 넣고 다닐 용으로 두 장씩 사는 아미의 마음이라면 이 정도 추위와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건 리더 RM과 어딘가 닮은 듯한 졸린 표정의 코알라 ‘코야’ 인형이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설 자신이 없기에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보류해야겠다. 

오랫동안 라인프렌즈와 함께 개성 있는 캐릭터를 구상한 방탄소년단 멤버들. [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3층 카페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앉아서 캐릭터를 구상하던 자리가 있는데 그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팬이 많다”며 “이달 중으로 매장에 있는 BT21 제품군 외에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매장 디스플레이도 바꿀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미들이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이태원점에 다시 행차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굿즈도역시방탄 #생각보다귀엽네 #아미화력최고





Did you see my BT21?

먼저 만나본 BT21 굿즈

BT행성에서 온 호기심 대장 타타 쿠션과 열정적인 강아지 치미 백참인형, 그리고 만년필 라미 BT21 스페셜 에디션. [지호영 기자]


‘프렌즈 크리에이터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BT21은 방탄소년단이 라인프렌즈와 함께 탄생시킨 새로운 지적재산권(IP)이다. 2016년 9월 26일 라인 스토어를 통해 전 세계 230여 개국에 무료 스티커를 공개한 이래 1700만 다운로드 수를 돌파한 인기 캐릭터다. 

직접 본 BT21 쿠션은 30cm와 42cm 두 사이즈로, 각 멤버의 특징을 잘 반영해 팬들의 표현처럼 멤버들의 증명사진 같았다. 백팩을 즐겨 매는 팬이라면 12cm의 백참(Bag Charm) 인형을 놓칠 수 없을 터. 가방에 달린 인형을 보고 누구 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신분증 구실을 할 듯하다. 집에 고이 모셔둘 계획이라면 스탠딩 인형이 좋은 선택.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끈 건 대놓고 ‘평창’이라고 적혀 있지 않아서인데, BT21의 그래픽 티셔츠와 스웨트 셔츠도 캐릭터 얼굴만 찍혀 있어 팬이 아니어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눈길을 끈 건 멤버별 캐릭터를 바꿔 끼울 수 있는 만년필 라미 BT21 스페셜 에디션. 이미 집에 라인프렌즈 브라운 만년필이 있지만 8종의 캐릭터는 역시 탐이 난다. 멤버 전원을 모으려면 두 세트를 다 구매해야 하니 팬들의 마음이 바빠지겠다.


원문 읽기: http://weekly.donga.com/Library/3/all/11/11888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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