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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Nov 23. 2016

꼰대

꼰대와 멘토의 차이

나이가 들면서, '꼰대'가 될 수 있는 순간들이 너무도 많이 찾아온다. 그렇게 어릴 때 주변의 '꼰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질문을 받게 되는 위치에 서면 왠지 더 말해주고 싶고, 왠지 좀 더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줄기차게 강의를 하며 상대방의 의견은 잘 안 듣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도 꼰대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에 있으며, 내 주변에 꼰대가 꼰대의 역할을 자꾸 하려 하면, 최대한 이해하려 하거나 아니면 자리를 아얘 피해버린다.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혼자 생각해보면서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 하수의 방법: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내가 더 앎에도 불구하고, '겸손'해지려 노력하고 말을 아낀다. 

2) 고수의 방법: '노력'의 방법이 아닌, 정말로 스스로가 더 모른다고 생각하고 언제나 상대방과 대화함에 있어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한다.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주변인들을 만나면, 이래 저래 의견을 묻고 피드백을 받는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래와 같은 동일한 결과를 얻고 있다. (단 한 사람은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시다. 분명 인생에 대해 나보다 천만 배쯤 더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사랑하시는 그의 마음으로부터 인지, 그의 넓은 마음 때문인지 평생에 내게 가볍게 '충고'하신 적이 없으며, 언제나 아들의 의견을 주로 듣고 존중해주시는 분이다.)


- 사업을 해보지 않았거나 지식으로만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피드백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나라는 청중을 앞에 두고 강의를 멈추지 않는다. 오고 가는 대화의 형식이 아닌 '강의'형식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나의 피드백은 그다음 '꼰대'의 말에 크게 반영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내고 답을 물은 다음, 틀리면 '답'을 직접 이야기해준다. 절망스럽게도 '문제'도, '답'도 꽤나 추상적이어서 대화가 끝나고 실질적인 action item이 무엇인지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 사업을 해 봤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의 피드백

쉽게 답을 주지 않을뿐더러, '문제'조차 명확히 던져주지 않는다. 분명히 더 좋은 답과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멘티인 내가 더 말을 많이 하게 하고, 나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데 유도질문을 하고, 나 스스로가 답을 '행동'으로 찾게끔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어 준다. 


전자의 사람을 나는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는 여러 곳에 위치한다. 회사에, 주변 지인에, 가족에게 있을 수 있다. 회사에서 단 한 번도 사업을 해 보지 않은 한 분은 내게 '사업계획서'를 한 번 가져오면 봐주겠다고 하셨다. 마음은 알겠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주변에 사업을 준비하시는 한 형님은 내게 '10년'뒤를 내다볼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하며 역시 '강의'식 대화가 오고 갔다. 이 형님은 꽤나 오랜만에 만난 형님으로 우리는 충분히 서로가 사는 이야기에 대해 나눌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의'를 듣고 집에 가는 기분이었다. 이 외에도 나이와 상관없이 '꼰대'분들은 굉장히 많다. 그들은 나쁜 분들이 아니다. 대부분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고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러셨을 것이다. 다만 '방법'이 잘못됐을 뿐이다. 이런 잘못된 방법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분들의 진심은커녕, 앞으로 대화하거나 질문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전에 언급했던, 3년 만에 목숨 걸고 사업에 전념하여 큰 금액에 exit을 경험하고 있는 명석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 역시 고등학교 졸업 이후 10년이 넘어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사업의 경험이 많고 소위'성공'의 길을 현재 진행형으로 걷고 있는 친구였다. 이 친구와의 2시간 동안의 만남에서 누가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을까? 당연히 '하수'인 내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친구는 나의 환경과, 고민 그리고 하고자 하는 그림에서 격려해주고, 정확한 부분을 꼬집어주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 주었다. 대부분 사업의 경험이 없던 지인들이 추상적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갔던 것에 비하면 꽤나 다른 반응이었다. 


경험 있는 사업가의 날카로운 피드백으로는 충분히 '긍정적'인 부분을 고려하되 '약한 점'에 대한 대책 역시 상당히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내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행동에 옮길 것이며, 실제로 행동에 옮겨서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것에 따라 다음 스텝이 결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멘토'는 실질적이고 분명한 이야기를 하는 반면, '꼰대'는 실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주로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이 처한 환경이나, 상대방의 의도에 대해 별로 상관치 않으며, 이미 자기가 꾸며놓은 자기만의 '세계관' 내지 '프레임'에 들어와서 자신의 강의를 듣도록 강요한다. 꼰대가 되지 않고 멘토가 되는 것은 진짜 어려운데 그 이유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척, 상대방과 양방향의 대화를 하는 척하게 되면 오래가지 못하거나 '그런 척'하는 것을 들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다시 '꼰대'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 나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가 가야 할 '목표'를 바라보고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면, 상대방에게 충고하거나 잘난 척할 겨를이 없다. 뒤쳐지는 동료가 있으면 끌어주고, 내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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