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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범준 Dec 20. 2022

혼자 공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세바시대학 5기를 시작하며

최근에 내가 나온 대학의 학과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동문들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71학번에서 22학번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했다. 20년 만에 만난 선후배 동기들도 몇몇 있었는데, 추억 속 청년들은 대부분 반백살 중년이 됐다. 낯설었다. 말 걸기 쉽지 않았고, 걸 말도 없었다. 같은 대학 같은 과 동문이지만 그저 먼 사람들 같았다. 그때 불현듯 10년 전에 참여했던 한 공부 모임의 동문들이 떠올랐다.

동기들아...니네가 남 같다는 얘기는 아니고....

꼭 10년 전에 세바시 인연으로 중국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에 끼게 됐다. 한 주에 한 번 저녁에 모여 중국 철학 수업을 들었다. 중국으로 역사 여행도 두 차례 다녀왔다. 현장에서 듣는 수업은 몇 배 더 흥미로웠다.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수업 내용은 딱히 그들의 생계와 연관된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모두 열심히 공부했다. 질문하고 토론하느라 수업은 늘 예정보다 늦게 끝났다. 1년 과정을 마치고 함께 책까지 공동 집필했다. 배운 것을 각자의 삶에 적용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했다. 책의 이름은 <땡큐 도가>였다. 함께 공부할 수 있었던 것에 모두 진심으로 감사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간판처럼 나를 따라다닐 대학 학과 동문들을 두고, 왜 그 자리에서 사회에서 1년 정도 함께 했던 공부 모임의 사람들을 떠올렸을까? 대학 학과 동문은 낯설고, <땡큐 도가> 공부 모임 사람들은 아직까지 살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함께 공부하기'에 있다. 자발적 의지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공부한 경험은 관계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돌아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함께 공부하기’를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함께 놀긴 많이 놀았다.) 같은 선생님을 두고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지만, 우리는 사실 각자 공부했다. 그 공부에는 늘 경쟁이 있었다. 입시가 있었고, 학점이 있었고, 취업이 있었다. 동문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우리는 독학을 한 셈이다. 그래서 공부가 그렇게 힘들고 재미없었다. 학교 동문이지만 세월을 따라 낯선 타인이 되고 마는 이유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면 다르다. 세바시 덕분에 나는 함께 공부하는 재미를 알았다. 강연자 인연으로 이런저런 공부 모임을 경험했다. 미래 트렌드 알게 되고, 철학도 배웠고, 경제 금융 지식도 공부했다. 혼자서는 시작하지도 않았고, 혼자였다면 오래 하지도 못할 공부였다. 스스로 선택했고 함께 끝내니 효능감은 갑절로 상승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세바시대학을 시작했다. 세바시가 10살이 됐을 때, 나는 세바시를 거대한 공부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강연자는 선생님이고 시청자는 학습 동료였다. 재생목록은 커리큘럼이었고, 댓글은 토론이 됐다. 이런 생각이 세바시대학으로 구체화됐다.


세바시대학은 최근 4기를 마쳤다. 그동안 천 여명이 세바시대학의 온라인 교문을 드나들었다. 수료율은 일반 온라인 과정에 비해 높게 유지했다. 그만큼 운영도 쉽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오해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사업으로는 적자였다. 그런데도 세바시대학을 지속하는 이유는 사람때문이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끈끈했다. 낯선 사람들로 만나서 줌화면에서 서로 학습동료가 됐다. 함께 노는 건 관심 없지만,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건 익숙한 친구, 그게 학습동료이다. 덕분에 삶은 변화하고 성장했다고 세바시대학생들은 간증했다. 우리 고생은 보람이 됐고, 적자는 가치로 메꿨다.


세바시대학 5기 세바시 스피치 전공 과정
과정 상세 소개 보기 https://bit.ly/univ5th_koo


곧 세바시대학 5기를 시작한다. 아직 성숙이나 완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확장에는 도전한다. 필자도 전공 교수(?)로 참여한다. 세바시의 오리지널 피디로서 내 경험과 지식을 수강생과 나누는 일도 되지만, 이 기회에 나도 스피치에 대해 더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다. 교학상장이라고 하지 않았나? 혼자 공부는 재미없다. 함께 공부가 훨씬 더 재미있고, 함께 공부한 사람들끼리 더 오래간다.


세바시 구범준 대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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