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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기정 Aug 09. 2021

좋은 책과 나쁜 책

책 고르기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요? 좋은 책이란 간단히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책은 좋은 책입니다. 위안과 용기를 주는 책도 좋은 책입니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주는 책은 더 좋은 책입니다. 통찰력이란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지게 합니다. 마음에 울림을 주며 진실의 눈을 뜨게 해 준다면 그건 가장 좋은 책이겠지요.


재미있는 책과 좋은 책이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책은 영화처럼 시작하면 끝까지 다 보게 되는 책입니다. 추리소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추리소설 몇 권 읽지 않은 독자는 드물 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기발한 전개와 따뜻한 스토리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책을 여러 권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재미있어서 흥행에 실패할 우려가 없는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을 90권 이상을 썼습니다. 1년에 3권 정도를 30년간 쉬지 않고 쓴 셈입니다. 정말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입니다. 그의 책은 대부분 재미있기는 하지만 대량생산의 한계인지 진정한 의미에서 좋은 책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저자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서 썼을 것이고 좋은 책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지 않겠냐고 보는 견해입니다. 책은 무수하게 많습니다. 신간만 하더라도 한 달에 수 천 권씩 출판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은 독자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만 좋은 책을 선택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나쁜 책이 아니더라도 별 가치가 없는 책을 읽느라고 낭비되는 시간은 엄청난 손실입니다. 어떤 독자가 어떤 책을 읽고 별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 이 사람은 다시는 책을 보지 않게 될지도 모르니 출판계로서는 큰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출판이란 사업이므로 출판사 입장에서는 좋은 책보다는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어 할 겁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좋은 책이 잘 팔리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독서가 일반인의 생활에서 멀어진 이후 책은 더욱더 유행하는 시류를 타는 것이 아쉽습니다.

      

대형서점을 가보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 위주의 진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책을 독자에게 추천한다기보다는 현재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책 위주로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매출이 기대 수준에 오르지 않는 신간은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저 멀리로 위치가 바뀝니다. 문제는 제한된 공간에 전시되는 책은 늘 그 책들이어서 독자들은 숨겨져 있는 좋은 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 서점도 기본적인 방식은 똑같기 때문에 책은 많지만 나에게 양분이 될 책을 고르는 일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쇼펜하우어는 1800년대의 철학자인데, 쓸모없는 책이 너무 많이 출판된다고 한탄하며, 자신의 저서가 많지 않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항상 독자들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을 때만 글을 썼다. 만일 이 원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켜진다면 서적의 양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그는 신간에만 흥미를 갖는 독자들 때문에 형편없는 작가들이 먹고 산다며 고전을 읽으라고 권했습니다. 사실 고전을 읽는 것이 가장 위험부담이 적습니다. 수백 년 간 혹은 수천 년에 걸쳐 증명이 된 책들이니까요.  시간 낭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읽다가 지루하면 이 책은 지금 읽을 책이 아니구나 하고 다른 책을 골라서 다시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인생은 고전을 얼마나 읽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봅니다. 100권의 고전을 읽으면 교양인의 소양을 갖추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는 셈입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비슷한 스펙을 쌓고 있을 때 많은 사람이 읽는 자기 계발서보다는 남들이 안 읽는 고전을 읽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은퇴가 가까운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퇴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시대에 살아가는 법 첫 번째는 독서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 100권을 읽으면 방향이 보인다고 합니다. 변화의 시대에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공부의 의미는 기존의 방법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지식은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지식을 얻기 위한 공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겉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 뒤에 숨어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고 스스로 깨우쳐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넓고 얕은 지식이므로 관심 분야를 찾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단서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책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좋은 책을 가려내는 것도 약간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됩니다. 독서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취향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더욱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다음의 말입니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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