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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파노 Jun 16. 2019

얼룩말 고기는 무슨 맛일까?

보츠와나산 얼룩말을 먹어보자.

 보츠와나에 있는 마트에 가면 얼룩말이나, 임팔라 고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고기나 닭고기만큼 흔한 건 아니고, 어쩌다 한 두 번 정도 입고되는 수준이다. 보통 Game zebra meat, Game Kudu meat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사냥된 야생 동물의 고기들이라는 뜻이다.

오늘 요리한 얼룩말 고기, 15.3 뿔라면 대충 1700원 쯤. 가격은 아주 저렴하다.
자매품 쿠두 고기




 며칠 전 수도인 가보로네(Gaborone)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갔다가 상태가 좋아 보이는 얼룩말 고기가 있길래 하나 집어 왔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묵혀두다 오늘에서야 꺼내어 요리를 해 보았다. 상당히 무성의하게 잘린 고기들이었는데, 살코기가 뼈에 붙어 있는 채로 얼린 뒤 톱으로 썰어 낸 것 같았다. 뭐, 당연한 일이겠지만 소고기처럼 부위별로 정형해 놓은 고기들이 아니다. 이 고기가 어느 부위라고 적혀있지도 않고, 그저 Zebra라고만 적혀 있다.

 크기로 봐서는 스튜를 끓이면 적당해 보이지만, 어떤 맛인지 맛부터 봐야 하니 간단하게 스테이크를 해보기로 했다. 로즈마리, 버터, 마늘을 넣고 소금 후추 간만 해 보았다.

버터와 로즈마리를 넣어서 스테이크를 시도해 본다.
밑간도 했고, 핏물도 제거했다.
올리브 유를 두르고 고기를 굽는다. 고기 굽는 냄새는 언제나 좋다지.
소고기면 미듐이나 레어로 했겠지만 낯선 고기인 만큼 웰던으로 구워본다.


그래서 얼룩말의 맛은?




그래서 얼룩말 고기는 어땠는가?

 먼저, 엄청 질기다. 스테이크용 나이프로 썰 수 없어서 과도를 꺼내다 썰었다.

 그리고... 어떠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 고기였다. 소고기처럼 육즙이 감칠맛 나는 것도 아니었고, 양고기처럼 고유한 향이 나는 것도 아니었고, 돼지고기처럼 부드러운 맛도 아니었다. 버터와 올리브유를 너무 넣었는지 기름 맛만 나고 '고기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 맛이었다. 가끔 정말 질 안 좋은 소고기로, 그것도 며칠 냉장고에서 방치된 소고기로 스테이크를 하면 맛은 없고 씹기만 힘든 경우가 있다. 이와 비슷했다. 씹어 삼키기 어려울 만큼 질겼고, 한 조각 맛을 보고 나머지는 모래에게 줬다.

 

남은 고기를 모두 익혀서 개밥을 만든다.
많이 먹으렴, 모래.



 너무 실망스러워서 간단히 조사를 해 보았다.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는 얼룩말 고기에 대한 평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인치고 얼룩말 고기를 맛 본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영어로 zebra meat를 검색하면 남아공과 의외로 영국에서 약간의 수요가 있는 듯하다. 지방이 거의 없어 고단백 식품이라나...

 여튼 얼룩말 레시피를 검색하면 많지는 않지만 몇 개가 나오기는 한다. 다만, 얼룩말 고기에 특화된 조리법은 아닌 것 같고, 여기에 얼룩말 대신 소고리를 넣으면 더 맛있겠다 싶었다. 또, '소고기는 등심이 최고라더라'처럼 얼룩말의 어떤 부위가 맛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도 없었다. 소고기도 부위에 따라 상당한 맛의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얼룩말도 부위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클 것이다. 오늘 먹은 부위는 아무래도 스테이크보다는 오랜 시간 끓이는 쪽이 더 나을 뻔했다.

 다른 이들에게도 얼룩말 고기는 특별한 경험쯤으로 맛을 보는 데 의의를 두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맛이 없는데 찾는 사람이 많을 리 없다. 기회가 되면 한 번쯤 맛을 보기는 하겠지만 그 기회로 얼룩말에 입문(?)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더 자세한 영상은 아래 유튜브서 시청 가능합니다.

https://youtu.be/Fy3rTWeb-Kk

https://kopanobw.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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