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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가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위로받는 이유

by 고프로

응답하라 1988

2016년 종영된 드라마

뒤늦게 이 드라마에 빠졌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울었다가 배꼽 빠지게 웃기를 반복한다.


덕선의 집은

햇빛도 잘 드어오지 않는

반 지하

겨울은 춥고

따뜻한 물도 부족해 한 겨울

찬물로 씻어야 할 때도 있다.


복권 당첨으로 졸부가 된 정환이네 집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연탄을 때며

한 밤에 불이 꺼질 때면

오싹 오싹 벌벌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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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요즘 아파트는

영하의 날씨에도

온수 걱정할 필요가 없다.

80년대 환경과

지금의 환경은 많이 좋아졌음에도

드라마의 그 시절을 왜 그리울까?


덕선은 머리 감아야 할 때

뜨거운 물이 없어

윗집인 정환의 집으로 가

머리를 감고 온다.


아파트 옆집 이웃을 봐도

인사하기도 어색해진 요즘

윗집에서 머리를 감다니

"이건 민폐야" 하면서도

"그래 그땐 그랬지,.."라는 추억이 떠오른다.


1988년 5살 때

부모님이 당일로 멀리 가셨는데

눈이 내려 못 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어린 나와 동생을 어디서 재워야 하나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옆집 "문 선생님"이라고 유치원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에게 나와 어린 동생을 부탁했다.

나와 동생 문 선생님 세 명이 나란히 누우면 꽉 차는

좁은 방에 누웠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

두텁고 무거운 이불을 덮으니

엄마 품 속처럼 아늑했다.

엄마를 보고싶어 엉엉 울어야 할 나이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문 선생님의 작고 좁은 방의 아늑함은

지금도 기억한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행복해지는 이유는

"사람과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울 땐 따뜻한 보일러가 들어오는 지금 집이 좋다.

하지만 새벽에 연탄불이 꺼져

옆집에 연탄불을 빌리고

연탄을 가져다주며 손수 만든 반찬을 전해주던 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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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빡빡한 일상이 시작된다

잠깐이라도

어릴 적 코 흘리며 친구들과 나눠먹던

삼양라면 생라면

더운 여름 100원을 주고

돌처럼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이가 시리게

서로 베어가며 먹었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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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로 하루만 이라도

돌아간다면


사랑하는 여동생

그리고 친척 동생들과

1,000원으로

50원짜리 떡볶이

100원짜리 닭꼬치를 배부르게 먹고싶다.

남은 500원으로 비디오를 빌려

작은 티브이에 둘러앉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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