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 채집 시대의 인류처럼 배워야 살 길이 열린다

by 세네카

문득 아무 생각 없이 도시락을 뜯으며 리모컨을 쥐고 TV 채널을 돌렸다. 대다수는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리모컨에서 원하는 특정 버튼의 위치를 누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사례는 우리의 감각이 익숙하고 예민한 점도 있겠지만 그 사물에 탑재된 수십 개의 버튼 중 특정한 몇 가지의 버튼만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리모컨에는 전원, 음량, 채널, 음소거를 비롯해 수십 가지 이상의 버튼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원이나 음량 조절, 채널 변경과 같이 단순한 몇 가지 기능들만을 중심적으로 사용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사물을 사용할 때처럼 우리 능력의 특정한 부분만을 골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원시 인류는 현재의 인류보다 훨씬 다재다능했다. 예를 들자면 집을 지을 줄 알아야 했고, 먹을 수 있는 버섯과 독버섯을 가려내야 했으며, 배를 건조할 수 있어야 했고 다양한 위협적인 동물로부터 미세한 위협을 감지할 줄 알아야 하는 등 예민한 감각과 현명한 처세술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산업 혁명을 시작으로 과거 원시 조상과 달리 인간은 이들처럼 모든 능력을 갖출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산업 혁명의 특징적 사례인 분업 시스템은 인간에게 특정한 분야에서만 수행 가능한 능력만을 필요로 하여 한 분야에 전문적인 인재 양성이 전반적 사회의 목표였다. 자본가들은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막대한 생산량과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했다. 과거와는 달리 특정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모두의 목표였고 정부 역시 정책과 시스템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문가가 대거 포진된 현대의 사회 구조는 매우 큰 취약성을 지니게 되었다. 대표적 이유는 최근의 화두인 인공지능의 부상 때문이다. 특정 분야에서만 따지자면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몇백, 몇천 배 이상 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세돌을 압도적 우위로 눌러버린 알파고를 그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변칙적이고 압도적인 수싸움을 바탕으로 알파고는 세계 바둑 챔피언을 상대로 가볍게 승리를 챙겼다. 이러한 사례처럼 인공지능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월등한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자리를 꿰차게 될 지 모른다. 모두가 다양한 능력을 갖추려 노력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빚어낸 이 과학의 산물은 우리의 보금자리를 서서히 잠식해올 것이다.

지금까진 특정 분야 한곳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어왔다. 그러나 이제부턴 두 곳 이상의 분야에서 상위 10~20%에 해당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문의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에서는 이미 수많은 학문이 합쳐지고 있고 앞으로 예술, 언어, 인문학, 철학 등 모든 분야가 결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즉 한 분야에 정통한 마에스트로가 아니라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시대라는 뜻이다. 앞으로는 수렵 채집 시대 우리 조상과 같은 지식 섭렵의 과정과 사고 방식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