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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May 08. 2022

[백패킹단상]경쟁과 열정사이

오디션 프로그램이여 영원하라!

몇년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을 하면서 요즘은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습니다. 

매번 오디션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애청자로써 너무 재미있게 몰입해서 보고 있습니다. 


외모에서 느껴지는 수수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실력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가 번쩍 뜨이게 만드는 이도 있고,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승리자가 되는 참가자를 보며 흥분과 감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려운 과제들을 통과 하면서 시작때와는 달리 괄목상대한 참가자에게 

함께 감정이입을 하면서 함꼐 응원도 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러한 다양한 드라마가 있는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 이라는 요소입니다. 


편하게 주말 저녁 쇼파에 반쯤 기대어 캔맥주나 음료 한잔 하며 보는 시청자와는 달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갈등 상황을 겪고 

동료와의 관계에 아파하며 냉정한 승패에 대해서 괴로워 하면서 진행 하게 됩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현실의 경쟁 사회의 일면을 보게 되는 거라 

'저 어린나이에 얼마나 힘들까','아 동료였는데','결국안되는구나 저사람은' 

이런 3자의 관점에서의 탄성과 함께 경쟁에 놓인 그들을 보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 하고 준비 하겠습니다. “

“아직 못보여 드린게 너무 많은데 아쉬워요. “

“저 때문에 저희팀이 떨어진것 같아서 너무 죄송해요”

“너무 잘하셔서 제가 떨어진건 괜찮습니다. “


이런 인터뷰들이 나오면서 방송국 놈(?)들이 경쟁과 승패의 냉엄함 속에 

아름다운 드라마가 존재하도록, 인간미 넘치게 포장을 하기는 하지만 

역시나 역시나 경연프로그램의 본질은 경쟁이다 보니 내가 보기엔 가식일 뿐,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꺼야. 승자의 여유일 뿐이고 패자의 쿨해 보이려는 변명일 뿐일꺼야. 

열심히 노력도 했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한단계 올라가기 위해 너무나 간절하게 

매회차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누구는 지고 누구는 승리 하고, 

승리자를 위해 인정하고 박수를 치지만 보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아픈데 본인의 괴로움이야. 

근데 저렇게 인간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백패킹을 해봐야겠다고 평소에는 쳐다도 안보던 큰 배낭을 검색해서 주문하고 

이것저것 장비와 자료들을 알아보고 있을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엔 그저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기도 하고 

매일 야근에 사람들만 바꿔 가면서 술을 마시는 생활이 뭔가 짜증나기도 하고 

해외출장때 가끔 보았던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왜 백패킹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 할때 

‘경쟁 없이 자연을 온전히 즐길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모범 답안같은 느낌이지만 아마 그때는 정말이었습니다. 

자고 일어 났을때 이런 풍경이라면 백패킹을 하는 이유가 설명이 필요 없겠죠

장소를 이곳저곳 알아보고 정하고 체력이 안되서 느리게 가면 쉬엄쉬엄 가면 되고, 

그래도 안되면 그냥 그자리에 앉아 텐트를 피칭해도 재미 있었고, 

1박을 하는 장소에 다른 인원도 있으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더 친해 지고 싶고 

음 그래 이건 경쟁을 해야 하는 속세의 직장생활과는 다른거야. 

나는 그런 경쟁과는 안어울려. 자연인이 내 체질이었나? 아 힐링되는구나야...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좋은 시간 - 관매도 , 2017

근데 이것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여러번 자주 만나고 

백패킹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도 가 보고, 어느 순간 온라인 sns도 자연스럽게 즐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남보다 더 좋은 장소, 더 좋은 장비, 더 많은 친구 

그리고 더 깊은 숲 속으로 가는 경쟁을 혼자서 하고 있는 1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더 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를 찾는 재미 혹은 열정이 경쟁이 아닌 자기 치유의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좋은 장비에 대한 욕구는 피할 수 없이 끊임 없이 반복됩니다. 

거참 그런걸 보면 나란 사람은 경쟁 자체를 싫어 하는건 아니었구나 싶어서 머쓱하니 헛웃음이 나네요. 

직장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백패킹은 내가 좋아 하는 것이니 경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를뿐, 

스트레스가 있는 경쟁인건가 아니면 재미 있는 경쟁인건가 

이 작은 마음의 시작점이 이런 착각을 들게 한것이라면 

직장 생활도 좀더 편하게 마음 먹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니 

고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웠던것 같은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도 생각이 나고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돈오’ 라는 단어도 생각나고 ‘아… 그걸 왜 몰랐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라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 한번씩 떠오르네요.

백패킹을 나중에 열심히 하려 해도 체력이 안되면 못하니 지금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은, 

내 의지로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려 해도 정년이 있으니 

나중엔 하고싶어도 못할테니 지금 열심히 일할수 있고 날 알아주는 곳이 있을때 열심히 해야지. 

라떼 부장님, 팀장님을 만나 그 참을수 없는 꼰대력에 혈압 게이지가 상승할때도, 

산에서 술에 취해 이전 화려했던 전적을 영웅담 삼아 안주거리 하는 선배라고 생각하니 

머 그것도 나름대로 그럴수도 있겠네, 참을수 있겠지 싶고 

몇일 밤새 열심히 준비한 보고서가 혹은 몇개월을 채워나간 프로젝트가 

한순간에‘응 그래 고생했어’라는 가벼운 말한마디에 버려져서 

누군가의 하드디스크의 용량만 차지하는 의미 없는 보고서가 될때도, 

백패킹이 5성급 뷰 사이트를 엄청 준비 해서 갔더니 날씨에 눈앞은 뿌연 미세먼지만 가득하다던지, 

혹은 조용한 평화를 위해 나만의 장소를 찾았더니 상상할수 없는 진상 옆집을 만나든

그도 아니면 이쁜 사진 한장 담으려고 럭셔리한 사이트 꾸밀 생각에 기대 하며 갔더니 

텐트 폴대를 두고 갔을때 멘붕이 와도 그래 오늘만 날은 아니지. 

멋진 풍경을 몇주간 기대하고 가도 바람불고 눈보라 날리면 어쩔수 없죠
텐트 폴대가 없어도 괜찮아요. 이날은 다행히 해먹은 있었으니까 - 2019. 강원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 암. 

크흡 안구에 습기는 차더라도 다음엔 괜찮겠지 괜찮을꺼야 라며 

스스로 자기위안 신공을 쓰던 걸 생각 하면 머 크게 짜증낼 일도 아니네 싶습니다. 


반대로, 취미 생활을 직장 생활처럼 무엇을 위한 어떤 승리인지는 몰라도 

자신만의 경쟁이라는 프레임에서 스스로 가둬 두고 이기기만을 위해 

고민 하고 스트레스 받는 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큰 고통 일런지. 


한 잔 술에 흥이 올라 너 어디 어디 가봤어? 거기는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야해. 

텐트는 요즘 이런게 유행이야. 하는 정도의 흔한 레파토리로 

즐겁고 언성이 살짝 높아 지는 수준 정도로 승부 내는것 없이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 생활인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언젠가는 안전등의 이유로 인해서 생길지도 모르지만 백패킹 승급 심사나 

백패킹 라이센스 이런게 아직은 없는게, 백패킹 올림픽 머 이런게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마 내가 백패킹 올림픽 출신이야? “

“너 라이센스 있어? 라이센스도 없으면 이야기도 하지마.”

아우 생각만 해도 대화자리에 끼기 싫어지네요. 


이제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소위 패배자로 불리는 탈락자들이 

내가 보기엔 맘에도 없는 가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표정은 개운한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그들 하나하나 각자 지금보다는 스타가 되고 조금 더 성공하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은 모두 같겠지만, 그래서 탈락의 감정에 서운함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잘되고 싶어 하는 그 대상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좋아 하고 즐기는지, 

그 마음 자체는 승부라는 형식으로 등수를 나눌 수 없다는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경쟁보다는 재미로 열정을 쏟는 친구들을 보면 리스펙 - 유튜버, B형계의이단아

오늘은 오랜만에 제가 응원한 김소연 가수의 다시보기와 함께 

등산, 트레킹 혹은 캠핑의 그 중간 어딘가의 약간은 다른 백패킹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줬던 

미니테이블부터 깨끗히 닦아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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