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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May 09. 2022

[백패킹단상]허풍과 진실, 내 안전은 내가 챙기기

안전에 대해서는 진심인 편

백패킹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듣는 질문 유형 중에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 백패킹은 어떻게 하나요? 춥지 않나요? 위험하지 않나요?

저는 동계에 설산에서 멋진 1박을 꿈꾸면서 낭만적인 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요.

계곡 트레킹은 강을 건널 때 위험하지 않나요?

인생 사진중 하나이지만 사진 이면에 있는 고생과 위험은 잘 안보일때도 있죠, 2016 일본고류다케
여름의 계곡트레킹은 재미있어보이지만 여러 위험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경험을 해본 백패커는 안전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을 하는데 대부분입니다.

겨울에는 보온에 대한 대비를 잘해야 한다던지, 도강을 할 때는 자일 등을 준비해서 확보를 하고 동료와 함께 가야 한다던지.

그런데 간혹 이런 일반적인 내용에 식상하다고 느낀 건지 아니면 우연히 자신의 경험이 실제로 그랬던 건지 몰라도

자신의 영웅담과 함께 책임감 없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계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소주나 독한 술 한잔 먹고 자면 사계절 침낭 하나로 충분해.

원정 동계 산행은 자신감과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으니까 걱정 말고 가자.

원래 계획 없이 가서 발이 향하는 대로 가는 것 그게 멋진 거야.

아찔해 보이는 절벽 같은 데서 자야 사람들이 환호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텐트 칠 수 있기만 한 장소를 찾아봐

폭설이 와서 눈이 텐트를 덮으면 정말 멋지니까 좀 추워도 그 생각하면서 버티면 돼.

도강할 때도 혹시 떠내려 가면 그냥 다리만 아래쪽으로 하면 되고 그럴 일 없으니 가자.

비가 좀 많이 와서 급류가 돼야 계곡 트레킹이 재미있는 거야


경험 없이 그냥 책임감 없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오히려 대화중에 허풍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오히려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오히려 실제로 자신의 경험과 결부되어 대충 폭설, 폭우, 절벽 같은 지형 혹은 추위 등의 자연환경에 대한 계획이나 대책 없이 다녀왔는데

멋진 뷰와 겪어 보고 나니 괜찮더라 라는, 우연이 겹쳐 멋진 성공의 경험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는 확신에 가득한 눈빛과 묘한 신념까지 전달되면서

진짜 그렇구나 하고 믿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 풀어서 먹으면 낫는다는 처럼.


어느 신문 기사에 나온 적이 있는 심리학 이야기에 초두효과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어떤 것에 대한 초반. 처음의 경험, 인상이 지속되어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처럼 처음 경험을 가지고 이후의 모든 경험을 판단하게 되는 경우인데

만약 처음 방문한 외국에서 처음 만난 택시 운전사가 바가지요금을 씌우면 그 나라는 다 사기꾼 투성이야 라고 생각한다거나

길을 잃었을 때 외모가 빼어난 외국인이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면, 그 나라는 다 연예인처럼 생겼는데 친절하기까지 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죠.

그만큼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런 초반의 경험은 우연적 요소가 너무나 많아 함부로 단정 짓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초반부의 어떤 판단이나 행동이 긍정적이거나 성공적인 결과와 연결 되게 되면 초두효과가 강력한 영향력을 미쳐서

그 지속력은 집착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아가게 되면 미신적인 근거 없는 믿음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이전의 성공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다리가 떨리는 경험을 하고나니 얼마나 준비가 미흡했었는지, 이전에 아무사고없이 복귀 할수 있었던게 얼마나 운이 좋았던건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벗어난 것 같긴 하지만,

여러 개의 우연이 겹쳐서 별다른 준비 없이, 약간의 고생을 하긴 했지만

다음날 눈부신 설경과 멋진 일출 같은 백패킹의 아름다운 시간을 지내고 복귀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신의 미숙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안전에 대해서 잘못된 믿음을 신봉하게 된다거나, 다른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영웅담과 함께 잘못된 믿음을 강요하면서 전달하는 행위는 스스로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동계는 분명히 추위에 대한 방비가 있어야 하고, 강이나 바다에 갈 때는 그에 맞는 장비를 준비해야 하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컨디션도 챙겨야 하고 장비도 문제없는지 점검을 해야 하고

동계 트레킹, 등반을 위한 기본적인 기술도 가져야 하고 잘 모른다면 최소한 정보 검색을 통해서 이런 경우에 대한 시뮬레이션 정도는 해봐야 할 것입니다.

너무 걱정부터 하면 시작도 못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너무 막무가내로 하고 보자는 행동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습니다.

계곡 트레킹은 깊은 곳만 주의할게 아니라 미끄러짐이나 날카로운 돌에 긁힘등 여러가지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진행해야합니다.
동료간 안전을 위한 협조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설산에서 동료하룻밤을 보내는 중에 밤늦게 발소리가 나서 이 시간에도 오시는구나 했더니

한분은 추위에 이미 저체온증으로 온몸을 떠시고 다른 분은 뭐라도 해 보려고 텐트를 피칭하시는데 겨울철 팩이 박힐 리도 없죠.

일단 저희 쉘터로 모셔서 침낭에 우모복까지 입혀드리고 따뜻한 차 한잔에 가벼운 음식을 먹고 잠시 쉬고 나서야 얼굴에 홍조가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첫 백패킹이었는데 초행길이라 길도 잘 못 들었고 생각보다 추워 체력도 떨어져서

시간이 더 많이 걸리다 보니 정상에 도착 시간 또한 늦은 저녁 시간이 된 거였습니다.

백패킹 경험이 있었던 동료를 믿고 오긴 했지만 그분도 제대로 동계는 처음이었고 자신의 체력을 믿고

동계 백패킹이 최고다. 거기는 길 잃을 것도 없이 그냥 올라가면 된다. 추운 건 핫팩만 챙겨가고 소주 한잔 마시면 된다 정도로 듣고 자신감 넘치게 왔던 것이었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다음날 날씨도 좋아서 기쁘게 즐길 수 있어서 결과가 좋았으니 어찌 보면 잊을 수 없는 해프닝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몇 개의 요소들이 조금 나쁜 방향으로 흘렀으면 안 좋은 기억 정도가 아닌 응급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음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집니다.

떨리거나 피부가 창백해지는등의 저체온이 한번 오고나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됩니다. 겨울철 백패킹시 보온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이왕이면 특히 안전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는 말하기를 하자?

혹은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출발 전에 직접 알아보고 준비를 해야 개고생 하지 않는다 정도의 주제가 너무 무겁게 된 것 같네요.

아름답게 눈으로 뒤덮인 설산을 보면서 따뜻한 차 한잔에 아침을 시작하는 멋진 신을 생각한다면

시원한 계곡 길을 거침없이 통과해서 비밀스러운 오지에서의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는 상상을 하신다면

안전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직접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미리미리 찾아보고 물어보고 스스로 대비해야 합니다.

걱정이 많아 준비만 하다가,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분들에게는 꼭 도전해 보시라고, 생각한 것보다는 힘들지 않을 거라 말씀드리지만

그 안에는 최소한의 장비, 위급 시의 지식 그도 아니라면 경험 있는 동반자와 함께 하는 것 정도의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주변에 많은 분들이 사고안 좋은 기억으로 백패킹을 그만두고 장터에 '장비 일체 내다 팝니다.' 하는 일 없이 꾸준히 오래도록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매력적인 동계 백패킹을 위해서 안전을 위한 준비도 잊지마세요.

오늘 오랜만에 일본 북알프스에서 개고생에 함께 덜덜 떨었었던 친구한테 연락이나 함 해 봐야겠네요.

요새도 추위는 정신력과 술로 이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지. 통화하면서 둘 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의 한 잔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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