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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Jul 03. 2022

[백패킹단상]백패킹과 꼰대의 상관관계

멋진 꼰대가 되고싶다.

요즘 사회는 꼰대라는 단어가 큰 화두인것 같습니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꼰대라는 소리는 부정적인 의미로써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상대는 이해해주길 바라는데 가르치려 덤비는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희화화 되고 이야기의 소재가 되곤 합니다.

직장에서 조직으로 연결이 되어 있으며 월급을 받고 일은 하는 곳이다 보니 소위 꼰대 부장님 사장님이 있어도 쉽게 그만두거나 이탈하지 못하고

속병 앓으면서 직장생활을 하는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최근에는 낀대라는 꼰대와 신세대 사이에서 끼여서 힘든 세대도 있다고 하고 젊은 꼰대라고 젊꼰도 있고 이래저래 직장생활이 역시 쉽진 않구나 생각 하게 됩니다.


이런 스트레스를 풀고 리프레시를 위해서 취미 생활을 하는데 여기에도 꼰대가 있으면 정말 생각 하기 싫겠죠?

그렇지만 저는 얼핏 생각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베푸는 꼰대(?)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저도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꼰대가 아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쉽지 않네요. 무슨일이 있을때 마다 나때는 말야 라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저도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서 여러 경험이 있고 그 경험에 따라서 어느 정도 좋은 선택 이라는것, 그리고 어느 정도 대처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보니

어느순간 부터 이야기가 많아진 저를 발견 할수 있었습니다. 뭔가 좀 슬프면서도 꼰대 소리 안들으려고 말을 자꾸 줄이는 노력을 하는 모습도 스스로 안스럽고.

백패킹에서는 다른 취미에 비해서 최소 1박을 하다 보니 훨씬 긴 시간을 지내야 하니 팀의 궁합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스스로 꼰대스러울 나이가 된걸 느꼈던 그레고리 멘토와 멘티 활동. 더 많은 걸 배우고 왔던 경험 , 2017.4월


제가 겪어본 꼰대는 분명 사회에서 이야기 하는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라떼'에는 대화하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는것을 느낄수가 있는 경우가 있고

무엇보다도 말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고 남을 위해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그날 즐거움을 먼저 생각 하시는 분이 많았었습니다.


일례로 백패킹을 할때 음식이란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서양과 동양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니 어찌 보면 일본도 구분을 해야 하니,

한국과 한국이외의 나라와 백패킹의 '식(食)'에 있어 다른점은 음식 문화와 음식을 준비 하는 마음가짐의 문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팀으로 백패킹을 할때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본인 먹을것만 준비 해 오세요. 라는 요청인것 같습니다.

자신의 먹을것에 비상시를 가정해서 조금 더 가져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말 +1인분 정도는 더 가져 오게 되는데 아무래도 남을 대접 한다는 기본적인 정서가 깔려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먹을것 , 그것도 사실 간단한 행동식 스타일에 어쩌다 컨셉을 잡아서 요리를 가져가도 그 양이 대단치는 않습니다.

일단 많이 먹지 않는 성향도 있지만 무게가 무거워지면 트레킹이 버거워지는게 너무 힘이 들어서가 더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매번 이렇지는 아니지만 음식은 최소한 간단하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항상 함께 하는 동료를 위해서 좀 더 챙겨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꼭 나이에 국한된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자리의 제일 연장자인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음식의 양 뿐만 아니라 평소에 잘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들을 내어 놓는 경우도 있고, 그 자리를 즐기기 위해서 좋은 술도 아낌 없이 내 놓는 분들이죠.

오히려 제것만 가져가는 제가 매번 '이러면 내가 좀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보이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러고는 잠깐 본인이 이야기 할 때는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하지만 그 이야기가 좋은 경험이나 진짜 재미있는 경우가 더 많았던것 같습니다.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꼰대(?)분들 덕에 맛볼수 있었던 미식의 세계
같은 음식이라도 먹은 장소, 사람에 따라 새로운 맛과 멋을 느낄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꼰대(?)라고 생각 되는 약간은 올드해보이고 약간은 보수적인 대표적인 외형적인 특징을 지녔지만 그게 단순하게 아랫사람이나 후배들을 강압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기 위함이 아니라

선배로써 너그러운 배품과 함께 조언의 성격을 지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을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장비의 금액적인 가치를 떠나서 선뜻 내어주는 경우도 이런분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직업이나 계약관계 혹은 이해관계로 엮이지 않은 자유로운 모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런 꼰대(?)라면 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환영하면서 함께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반대로 어떤 후배들은 이런 꼰대(?)같다는 선배들이 배푸는 것에 대해 그런 류의 친절과 배품에 익숙한 탓인지 어찌 보면 당연하게 생각하고

어떤 때는 안 챙겨 오는 날 실망 하는 기색이 완연하고 단순히 대화 표현상의 꼰대스러움에 괜히 세대차이를 이야기 하면서 모임과 그 모임의 인원을 폄하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꼰대 문화가 세대차이라고만은 생각 하지는 않습니다. 선배라고 혹은 후배라고 표현을 했지만 실제 나이와는 무관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나이상으로는 동생이지만 매번 맛있는 음식 한번 먹여보겠다고 들고 올때마다 참 선배로써 나는 머하는 거지 싶기도 하고 산에서 내려가면 맛난것을 꼭 사줘야지 싶기도 하고

약간은 올드하고 보수적인 성격이지만 단체 백패킹에서의 공용품과 식량같은 무거운 짐을 자신이 기꺼이 짊어지고 가는 헌신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후배 . 2017.6월 일본 야츠가다케원정

그래서 금전, 혹은 조직의 상호 이해관계가 없을 경우, 특히 백패킹 모임에서의 꼰대라고 함은 세대차이가 아닌 오히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유리한 상황만을 원하고, 그 외에는 이기적인 생각, 닫힌 생각을 가진 이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을 할때 '라떼는 말야' 라고 농담을 섞어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며 남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주고

먼저 배려해서 좋은 사이트를 선뜻 내어주기도 하고,  쉘터를 만들거나 물을 정수 하거나 쓰레기를 분리해서 정리 하거나 배낭에 묶어서 다시 가져오는 조금은 귀찮은 일을 선뜻 나서서 하고

가뜩이나 좋지 않을 관절들을 희생해 가면서 기쁘게 먹고 즐거워할 그 표정들 때문에 여러 음식을 산 정상까지 가져오고

간혹 누군가 술에 취해 실수를 할 때 그럴수 있지 , 지금 나이니까 그런거지 , 많이 힘들었겠네, 나때도 그런적 있어 하고 쿨하게 받아주고

체력이 안되서 힘들어 할때 선뜻 짐을 들어줄께 하고 '나때는 원래 선배들이 업어도 줬었어' 하면서 안에 짐들을 나눠 가질수 있는

그런 배풀줄 아는 꼰대 형님들이 제 주변에 많아 저는 늘 감사하면서 백패킹을 합니다. (이제는 울부짓는 관절들 좀 생각 하셨으면 하기도 합니다.^^ )

나때는 말야로 시작하는 농담을 하시지만 항상 배려해주고 하나더 챙겨주시는 꼰대(?) 형님들. 2016.04 일본 고류다케원정
저도 생각이 다소 보수적인 꼰대가 될 수밖에 없다면, 이런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농담할수 있는 멋진 꼰대가 되고 싶네요


누군가에게는 꼰대처럼 보이지만 함께하고 싶은 좋은 선배일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에겐 좋은 후배이지만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젊은 꼰대일수도 있습니다.

백패킹이라는 하나의 접점을 통해서 크루로 팀을 짜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도 있을텐데

단순히 나이나 말하는 성향, 혹은 스타일을 가지고 단언하고 맘을 닫지 말고 어차피 1박 이상을 함께 할 것,

이왕이면 조금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밤하늘의 별 보면서 소주 한잔 한잔 아껴 먹어가면서 직장에서 현업에서는 말하지 못하는 그런 주변 잡다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요?


꼰대(?) 형님들 동생님들. 조만간에 맛난 음식들, 귀한 술들 준비해서 타프 밑에서 대충 널부러지게 차려놓고, 아 이왕이면 비도 좀 보슬보슬 오면 더 좋겠네요. 

한잔한잔 가득차게 술잔 채워가면서 '라떼는' 으로 시작 하는 영양가 없고 실없는, 그냥 그런 쓰잘데기 없는 낄낄거리며 헛웃음 나는 사람냄새 물씬나는 이야기들을 긴 시간 하고 싶습니다. 그립네요

세대를 나누고 '나는 저사람들과 달라. 이해를 서로 못해' 보다, 가끔 텐트안 한잔 술에 웃음 지으며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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