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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Dec 18. 2023

걱정을 뒤로하고 시작된 중국어의 세계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살아남기

걱정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의 준비할 새도 없이 다가온 중국어 교육을 위한 입소일.

내가 아는 중국어라고는  ‘워아이니’,‘찌아요’,‘이, 얼, 싼, 스’ 이 정도로 정말 무지한 편이라서 갑작스러운 중국 주재원이 결정되고 나서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도 회사가 참 고마운 게 발령 전에 교육도 시켜준다니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 싶었다.

이번 기수는 코로나로 인해서 발령이 조금 밀리기도 했고 해서 2반이 만들어졌으며 해당 교육 과정을 통해서 중국 내 여러 지역의 거점과 법인으로 발령이 나게 된다. 원래 코스는 12주 코스이지만 코로나도 있고 해서 10주로 압축해서 교육을 받는, 주말에 집으로 보내주긴 하지만 매일매일 중국어의 바다에서 헤엄치도록 아침에 쪽지시험, 말하기 시험을 시작으로 문법, 회화수업을 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숙소에서 숙제, 암기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의 연속이었다.

 

우리 반은 이미 중국 주재원 어학 자격 요건인 HSK시험을 이미 취득한 사람부터 들어오기 전까지 중국어를 꾸준하게 학습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중국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은 나와한 명 더 총 2명뿐이었다.

머 혼자 비기너는 아니네 싶어서 덜 외로웠고, 나름 자신도 있었던 게 어학에 대해서 그렇게 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문제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 정도는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독일 장기 출장 몇 번에 독일어도 몇 마디 간단한 회화는 된 것 같았고 일본어도 일본 출장 때 몇 마디 알아듣고 말하고 하니 그래 난 어학은 시간과 노력이 부족할 뿐 중국어는 제대로 된 커리큘럼으로 배우는데 잘하겠지 싶었지……만…… 그야말로 근자감이었다.


처음 보는 쪽지시험에서 중국어 단어에서 성조 표시 하는 내용이었는데 내 귀가 절대음감은 아니지만 듣는 데는 문제없는 귀인 줄 알았는데 난 절대로 성조를 구분해 낼 수 없는 귀를 가졌구나를 알게 됐다. 그나마 외운 몇 단어는 성조표시를 했지만 나머지는 선생님이 불러줄 때 이걸 알아듣는다고?라고 절망하면서 아무 문제 없이 답을 써 내려가는 동기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난 처음이니까 그런 거지 괜찮아를 열 번쯤 반복하면서 매일 하다 보면 되겠지 싶어서 하루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암기하고 시험 대비 하고를 하고 나면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대체로 회사에서 집합해서 하는 교육이나 세미나는 교육시간만 마치면 숙소에서는 쉬는 건데, 생각보다 하루 종일 배우는 정보량은 많았기 때문에 소화해 내려면 쉽지 않았다.

요즘 들어 동기들끼리 술 한잔 하면서 그때가 좋았지 그때 고생을 했지만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할 때 누군가가 거기서 12시가 넘어서 까지 공부를 했다 힘들었다. 근데 자다 보니 다른 방에서 아직도 안 자는 사람인건지 중얼중얼 소리가 나더라. 무슨…… 귀신인 줄 알았네….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소리 없이 쓴 술 한잔 마시며 긴 한숨 귀고 말을 한다… 그게 나야. 새벽 3시….. 귀신?


집에 복귀하는 금요일은 왠지 모르게 들뜬 기분에 수업을 시작하는데 본 쪽지시험에서 동기들 간에 바꿔서 채점을 할 때 역시나 동그라미보다 무슨 소나기가 그려져 있었길래 하아 중국어는 포기해야 하나 낙담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가 오길래 누군가 싶었는데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였다.

"무슨 일이에요?"

"아 아까 채점을 너무 타이트하게 한건 아닌가 해서... 미안해서.."

"틀려서 틀린 건데 무슨 ㅋㅋㅋ"

"아니 그래도 미안해서.."

그렇게 슬프게도 아직 친해지기도 전인, 동기에게 미안함도 들게 하고 동정도 받은 2 연속 콤보 달성. 마음의 스크래치는 술 한잔으로 치유하고 싶었지만 단기간 수업에 있어 하루하루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된 터라 주말에도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 잔뜩 품은 채로 책상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슬프게도....


중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선생님도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해서 발음을 잘 전달 못하고 있다고 문법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듣고 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를 해 주시는데 말하는 것도 어렵고 듣는 것도 어렵고 수업시간에 제발 내 차례만 오지 마라 라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 시간 데자뷔를 보는 것 같고 구술시험일이 다가오니 PTSD가 왔는지 구술시험의 처음인 '워라이 쯔워 지에시아오이샤' 제소개를 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한 다음에 갑자기 얼음. 뒷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실력이 빠르게 늘지 않으니 1, 2반의 열등생 모임(?)이 결성돼서 방과 후 나머지 수업까지 받는 인생최대(?) 위기를 경험하고 나서야 겨우 구술시험을 턱걸이로 통과하게 되었다. 머 지금이야 이래저래 중국어로 의사소통은 된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중국 주재원을 생각하거나 혹은 중국에 대해서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식으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국어에 노출되어 입과 귀에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어라는 게 듣고 말하고 가 중요하지만 영어계열은 중고등학교부터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알게 오르게 많이 노출되었다는 점을 생각보다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시간 노출이 되었는데 그래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반해 새로운 구조의 언어들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같은 것들은 사실 한국 교육 환경상 일반인들은 들어본 적도 없고 검은 건 글자요 하는 수준인데 직장인이 제한된 시간을 쪼개서 새롭게 시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혹시 생각이 있다면, 욕심부리지 않고 온라인 강의 같은 것을 매번 집중해서 암기하지는 않더라도 그냥 듣는 거다. 무슨 소린지 몰라도 그러려니 하고 유튜브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냥 그렇게 노출 시간을 꾸준히 적립해 둔다면 나중에 정식으로 집중해서 학습할 때 정말 실력 향상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이번 교육을 통해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그냥 재미나 누가 한다고 제2외국어를 중국어로 선택한다면 뜯어말리고 싶긴 하다. 정말 끝이 없다. 중국어는.


암튼 교육을 받는 10주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면서 교육받으려 했건만 엄청난 스트레스받으면서 오직 중국어 하나만 생각하고 다른 건 정리 하나도 못한 상태에서 출국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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