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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패커 에지 Dec 15. 2023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의 시작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살아남기

이유는 생각한 대로였다.

중국이어서가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중인 중국.

지금이야 그래도 좀 편히 말할 수 있지만 그때의 코로나는 미지의 바이러스라는 인식이 강했고 세기말 SF영화에나 나옴직한 다소 공포스러운 기사들이 연일 보도되면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걱정 x걱정뿐이었는데 전 세계가 다 문제였고 한국도 피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긴 했지만, 코로나의 발원지로 계속해서 방송이 되던 중국은 체감상 더욱 위험한 곳으로 느껴지고 있었기에 당연한 반응일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긴 한숨과 함께 땀 삐질 대며 대화가 시작 됐다.

“중국 가서 코로나 걸리면 병원 가기도 힘들 텐데, 한국이 병원은 최고일 테고 거 가면 말도 안 통할 건데…”

이야기의 시작은 이미 예상했던 터라 미리 준비한, 논리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감정에 호소해서 답변을 했다.

“중국도 사람 사는 데야. 병원도 있고, 회사에서 잘 케어해 줄 거야. 그리고 코로나가 걸려도 사실 건강한 사람들은 심한 감기 같은 거라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

그런데 걱정해서 2안 3안의 대답을 준비해 둔 것과는 달리 바로 수긍을 하길래 이게 웬 떡…. 은 아니고 그래 맞아하면서 맞장구치면서 일단은 기회니까 긍정적인 부분만 생각하고 하나씩 준비해 보자면서 긴 이야기가 시작됐다.


어떤 일이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주재원은 직장인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동아줄이자 이력을 추가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가족에게는 꼭 긍정적인 것만 있지는 않았다.

먼저 와이프 입장에서 처가 가족들, 학부모 모임, 동네 모임, 친구들 등등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커뮤니티가 한순간에 끊긴다는 점. 내가 너무 와이프를 애들 키우고 내조를 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었다는 폭풍 반성과 빠른 인정을 하면서 요새는 다들 SNS로 연락은 끊기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감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큰애는 나름 미술에 재능까지는 아니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라 학원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주 줘서 약간의 기대와 함께 본격적으로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얼마 안 됐는데 이건 또.. 어떻게…

작은애는 어쩌다 보니 수영을 하게 돼서 선수생활을 하는 형들과 함께 훈련을 하다 보니 코치님도 싹수가 보이고 괜찮으니 올해까지는 대회 몇 번 나가보면서 경험 쌓고 내년정도나 선수 등록해서 키워보자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건 또 어떻게. …

그렇게 이야기 진행 되다 보니, 나도 또 혼자 생각이 드는 게 중국 주재원으로서 가장 큰 장점은 수시로 한국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인데 코로나로 인해서 그것도 봉쇄가 되어 있는 상황. 그런 장점도 현재는 기대하기 어렵고.

중국 주재원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중국업무를 하던 사람, 영어는 너무 잘하는 사람이 많아 중국어를 선택해서 나름의 중국어 경쟁력을 갖춘 사람, 아니면 그냥 여기만 아니면 다 좋아 라는 사람인데 나는 그 조건들도 아니고 중국 주재원이 된 건 좋은데 여길 가면 이후에 있을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았지만) 또 다른 지역의 주재원 기회나 현 조직에서의 좋은 자리에 대한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게 되는 상황이라서 그것도 걱정.


그것 말고도 혼자 계시는 어머니 걱정, 장인 장모님 걱정, 집 걱정, 대출금 걱정, 우리 강아지 걱정 …. 걱정거리 나열하는 데만도 끝이 없었다. 걱정은 많은데 해답은 나오지 않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와 침묵이 며칠째 반복되고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잠시 잊고 있었다. 걱정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잊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진행하는 주재원 교육도 들어가서 중국어도 자격도 취득해야 하고 그러고 나면 바로 중국으로 가야 하는데.....


하아.... 정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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