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살아남기
회사에서 무엇을 하건 팀 외부적인 허락이 필요한 결정 사안들은 항상 인사팀의 검증이 가장 어렵고 부담스럽게 다가오게 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경찰만 다가오면 무슨 파블로프의 개처럼 괜히 눈을 못 마주치는 듯한 기분이, 인사팀 면담이나 면접 때도 동일하달까 ㅋㅋ
추천을 받아 후보자가 되고 기본 요건인 어학점수는 있는 상황이지만, 그것 외에 해외생활의 이해나 업무 마음가짐 같은 추상적인 인적성 면접 질문 같은 내용부터 업무에 대한 세세한 검증, 중국 조직을 어떻게 가져갈 건지 어떤 비전을 보여줄 건지 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몇 차례에 걸쳐서 면접을 하고 평판체크까지 하고서야 가까스로 허들을 넘어갈 수 있다.
면접 관문을 넘고서도 서류적인 내용들로 한참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일단 선정이 된 상태가 되니 딱히 뭔가 한 것 같지는 않은데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와이프도 좋아하겠지… 싶어서 근사한 스테이크와 와인 같은 저녁은 아니어도 오늘은 외식이나 하자고 할까? 머 이런 상상들로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격이 원래 그런 건 아닌데 예전에 입사면접을 보고 나서 무조건 붙었다고 생각해서 이리저리 설레발치고 다니다가 불합격통보받은 그 충격과 쪽팔림때문에 어지간한 일은 어느 정도 8-9부 능선 정도는 넘어야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번이 그랬다.
와이프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일을 그만두었지만 해외를 오고 가는 직업이었고 다녀온 국가로만 따지면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기에 특정 국가에 대한 선입견 같은 건 없는 편이었다. 아니 오히려 외신 뉴스를 볼 때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설명해 주기도 하는 나름 균형감각이 있는 편인 데다가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환경 적응을 잘하는 성격이라서 잘 이해해 주겠지 싶었다.
”오늘은 소고기 함 먹자 “라는 말에 와이프가 옳다구나 해서 코로나 시국이긴 해도 집 근처 식당에 가서 비싼 가격 때문에 함부로 먹을 수 없는 무려 꽃등심으로 한 상 차리고는 은근 자부심이 묻어 나오는 느낌으로 말을 꺼낸다.
“나 주재원 선정 됐어. ”
“어 진짜?.. 아 근데 코로나라서….”
감동이나 설렘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라 시국이 참 그렇다고 생각한 터이긴 하지만 너무 힘 빠지는 반응에 덩달아 힘 빠지는 중에,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독일? ”
“중국”
턱…… 바삐 움직이던 젓가락이 탁자 위로 놓이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