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의 한 장면. 가브리엘 드러몬드 역의 애쉬튼 샌더스의 모습.ⓒ CGV 아트하우스
인간의 힘으론 결코 대적하기 힘든 강력한 외계 세력이 지구를 침략했다. 엄청난 전투력 차이로 인해 전쟁은 순식간에 외계 세력의 승리로 끝이 나고 지구인들은 두 패로 나뉘게 된다. 굴복하는 자와 저항하는 자.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는 외계 세력의 침략 후 10년 뒤 이야기로 시작된다. 메가폰은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이 잡았다. 주로 영국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그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연출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외계인 영화를 떠올리면 항상 생각나는 외계인 침공과는 확연한 차별점이 있다는 것이 이번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의 각본을 직접 쓴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외계인 스릴러와는 색다른 차별화 전략을 이용했다.
영화는 외계 침공 10년 후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시카고의 모습을 담아냈다. 외계 정부는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 및 통신 수단을 통제해 인류 사회는 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간다. 사람 몸속에 버그(감청과 위치 파악이 가능한 외계 생명체)를 삽입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살아남기 위해 외계 세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정부와 이에 반격을 하는 지하 세력 '피닉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다.
외계인+정부 vs. 레지스탕스
"전 세계가 이미 침략당했다. 전멸당하지 않기 위해선 굴복하는 수밖에..." -정부-
"엿 같은 부역자로 살 바엔 차라리..." -피닉스-
<캡티브 스테이트>는 나라가 힘이 없어 침략당한 이후 국민들의 겪는 슬픔을 이야기한다.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와 관료는 외계 세력에 맞서 싸우려는 움직임을 오히려 제압하기에 바쁘다.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지켜나가야 할 지구의 중요 에너지자원들을 오히려 앞장서 외계 세력에게 가져다 바친다.
이러한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피닉스 세력들은 외계 세력을 물리치기 위한 한방을 준비한다. 그들 중 리더인 라파엘 드러몬드는 외계 세력에 의해 부모를 잃은 후 피닉스를 조직하고 인류 최후의 운명을 건 한방을 준비한다. 그의 동생 가브리엘이 행여나 자신이 준비하는 거사로 인해 위험에 빠질까 두려워 공식적으론 죽음을 위장하고 피닉스의 리더로 몰래 살아간다.
이런 라파엘 드러몬드 역은 조나단 메이저스가 연기한다. 그는 2017년 ABC 드라마 <윈 워 라이즈>로 데뷔해 인종차별에 맞서 동성애자 해방 운동에 합류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베트남 참전군인 역을 연기하며 할리우드에서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피닉스가 정교해지고 치밀해질수록 정부와 관료도 이에 발맞춰 나아간다. 피닉스를 감시하는 특수 경찰 윌리엄 멀리건은 법에 헌신하며 외계 세력과 상호 협력하는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그는 그 어떤 것들보다 법과 질서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이를 파괴하는 피닉스를 수년 동안 끈질기게 조사한다. 피닉스에 자신의 옛 파트너의 아들인 라파엘이 리더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법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인간이면서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의 편에 서서 피닉스 소탕에 앞장서 활동하는 그의 역할은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윌리엄 멀리건 역은 존 굿맨이 맡았다. 그는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증명해왔다. <콩: 스컬 아일랜드>에서는 탐험가 팀을 이끄는 정부 관리 빌 랜더 역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과는 지난 2014년 <갬블러>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진지한 연기부터 코믹 연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존 굿맨은 <캡티브 스테이트>의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피닉스의 리더 라파엘 드러몬드 동생인 가브리엘 드러몬드 역은 애쉬튼 샌더스가 연기한다. 극 중 그는 외계 세력에 의해 부모를 잃고 피닉스에서 활동 중인 형까지 세상을 떠나자 시카고 변두리에서 자신도 외계 세력에 대항한다. 영화 도입부와 초중반까지는 가브리엘 드러몬드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외계 세력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그의 태도와 죽은 줄 알았던 형을 만나는 모습 등에서 보여주는 그의 신랄한 연기를 보고 있자면 왜 그가 연기파 배우인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앨쉬튼 샌더스는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의 두 번째 챕터에 등장하여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십대 소년 샤이론을 연기했다. 이로 인해 연기력 분야에서 극찬받으며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로 거듭나면서 이번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에 캐스팅되었다. 이 세 주인공을 연결시키는 또 다른 핵심인물 제인 도는 배우 베라 파미가가 연기한다. 그는 특수 경찰 윌리엄 멀리건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외계 세력에 부역하는 관료들로부터 정보를 캐낸다. 베라 파미가는 국내 배우 하정우와 함께 <두 번째 사랑>에 출연하면서 국내 관객들에겐 낯설지 않은 배우이기도 하다. <컨저링> 시리즈와 <애나벨 집으로> 등의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다.
외계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외계인 영화
"우리 사회의 빼앗긴 자유라는 설정을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영화 속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어요. <캡티브 스테이트>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공간 위에 세워진 설득력 있는 공상과학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의 한 장면.ⓒ CGV 아트하우스
영화는 주로 레지스탕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외계 세력의 침략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 외계인과의 대결이나 액션을 보고 싶은 관객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외계 세력의 중심부가 폐쇄구역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닉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이들은 '폐쇄구역을 공격하라, 불을 밝혀라, 전쟁을 시작하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이 폐쇄구역에 들어서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하는 요원들이 대다수. 10년간 단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던 이 작전을 누가 어떻게 시도하고 성공에 이를 수 있을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독특한 소재와 독창적인 감독의 외계 세력 세계관을 영화 속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단점도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거사를 치르기 직전 시점이라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웅장한 음악과 눈을 뗄 수 없을 긴장감이 초반부터 계속됨에 약간의 피로함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도입부에 외계인의 강력한 힘과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그에 상응하는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영화에는 다양한 반전이 숨겨져 있다.
별 점 : 3/5(★★★)
한 줄 평 : 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다루는 영화, 외계인 전투 액션은 기대 이하
제목: 캡티브 스테이트(Captive State)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출연: 존 굿맨, 애쉬튼 샌더스, 조나단 메이져스, 베라 파미가
수입: CJ ENM
배급: CGV 아트하우스
상영시간: 110분
상영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19년 11월 14일
▲영화 <캡티브 스테이트>의 포스터.ⓒ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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