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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가지 Oct 17. 2019

한순간 실수로 전과자된 그녀, '스타'가 될 수 있을까

[미리 보는 영화] 꿈과 현실 사이의 고민, <와일드 로즈>



▲영화 <와일드 로즈> 포스터ⓒ 판씨네마(주)


'음악 영화'의 옷을 입었지만, 그 속에 싱글맘의 애환과 꿈을 진정성 있게 담은 작품이 나왔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한 사람은 절망적인 순간에도 음악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 통쾌한 감정이 치솟다가도 숙연해지는, 눈물이 글썽거리다가도 호탕한 웃음이 나게 만드는 영화, <와일드 로즈>다.


영화의 메가폰은 브라운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젊은 감독 톰 하퍼가 잡았다. 1980년생인 그는 2006년 단편영화 <커브스>(2006)로 제9회 영국독립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후 불량 청소년들이 갑작스럽게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 <미스핏츠>(2009)로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인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영화 <와일드 로즈>는 이런 톰 하퍼 감독의 성향을 특히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인가, 현실에 집중하고 살 것인가


영화의 중심 배경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다. 이 지역 한 바(bar)에는 타고난 가창력을 지닌 인기 스타 로즈(제시 버클리)가 있다. 그녀의 꿈은 미국 내슈빌의 스타 가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 순간의 실수로 얻은 범죄 전과와 10대 때 낳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삶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건 아주 기본이잖아, 엄마라면 기본적으로 지켰어야 했어."


1년 만에 출소한 로즈는 아이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두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함께 피자를 먹으러 가자고 약속한 걸 잊은 것이 화근이었다. 로즈의 어머니 마리온(줄리 월터스)은 두 아이를 돌보기보단 꿈에 젖어 사는 딸이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참지 못해 몇 번 큰소리로 야단을 치기도 했지만, 먹히질 않는다. 바라는 것도 없다. 그저 로즈가 엄마로서 기본 역할만 해준다면 거기에 만족할 수 있다.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 컷ⓒ 판씨네마(주)


청소부로 일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버거운 로즈.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로즈의 노래를 듣게 된 그의 고용주 수잔나(소피 오코네도)가 크게 감명을 받고 물적, 인적 지원을 해준다. 로즈는 수잔나의 도움으로 자신의 꿈인 내슈빌의 스타 가수로 한 걸음 더 다가가지만 나아간 걸음만큼 두 아이에게선 멀어지게 된다. 


영화에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세 명의 여자가 있다. 로즈와 수잔나 그리고 마리온이 그들이다. 수잔나는 넓은 저택의 안방마님으로 물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언제나 억눌린 삶을 살아왔다. 돈과 화목한 가정,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고 싶은 열정을 꾹꾹 누르고 살아왔다. 그러던 중 로즈를 만나고 거침없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동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로즈의 삶에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투영시키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마리온도 아이 때문에 자신의 꿈을 내려놨다. 약사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대학에 진학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자신의 꿈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로즈를 갖게 되면서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로즈 때문에 꿈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마리온은 자신이 그 당시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녀가 로즈의 삶에 대해 사사건건 참견하고 기본에 충실 하라고 야단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제작진의 디테일한 설정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 컷ⓒ 판씨네마(주)


영화의 배경인 내슈빌과 글래스고는 둘 다 음악과 관련된 사연이 있는 도시다. 내슈빌은 컨트리 음악의 성지로, 글래스고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악도시다. 이런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주인공 로즈 캐스팅에 더욱 신중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본 톰 하퍼는 단번에 로즈 역과 딱 맞는 배우를 떠올렸는데 그가 바로 제시 버클리였다.


영화는 세세한 역사 이야기도 곁들인다. 전설적인 가수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은 라이먼 강당 이야기도 그것들 중 하나다. 라이먼 강당은 1892년 토마스 라이먼에 의해 건립되어 1925년 이후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라디오 프로그램 <그랜드 올 오프리>의 무대기도 했다. 1943년부터 1974년까지 라이먼 강당에서 진행되다가 다른 장소로 이전됐다.


전설적인 라이먼 강당을 영화에 등장시키면서 그에 걸맞은 이름들이 영화에 소개되는데,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와 행크 윌리엄스, 조니 캐쉬, 마티 로빈스, 미니 펄, 팻시 클라인, 로이 아커프롤이다. 모두가 미국 컨트리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선 인물들이다. 이곳에서 로즈가 노래를 하는 장면은 라이먼 강당의 이야기를 아는 이들에겐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영화 속 음악에도 공을 들였다는 후문. 이를 위해 포크-컨트리 장르의 전설적인 뮤지션 닐 맥콜을 필두로 현재 활동 중인 뮤지션들을 투입해 사운드 트랙을 뽑아냈다. 특히 영화 내용에 걸맞은 사연 있는 가사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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