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탈리아판 오리지널 원작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보는 재미는 색다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개인의 비밀은 오직 마음 속에서만 간직되어 있었지만 지금 우리의 비밀들은 모두 스마트폰 안에 있다. 글, 사진 음성, 기억, 그리고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까지도. 스마트폰은 현재 우리의 삶에 블랙박스로 봐도 무방하다. 이 블랙박스 스마트폰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국내에 상륙한다.
영화는 지난해 10월 개봉한 <완벽한 타인>의 오리지널 버전으로 장난처럼 시작된 스마트폰 오픈 게임을 통해 뜻밖의 비밀들이 폭로되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의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은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명언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완성시켰다. '세 가지 중 마지막 나만의 비밀로 영원히 감추고 싶은 것들 모두 강제로 주변인들에게 오픈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영화를 21세기형 블랙 코미디라고 지칭하고 하나씩 이야기의 조각들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300여 개가 넘는 광고를 제작하면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존재감이 날로 커져가고 있을 때 그는 영화감독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단숨에 이탈리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디 도나 텔로(David di Donatello Awards)'에서 최고의 영화상을 수상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되면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영화는 월식을 앞두고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라는 설정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나가 한 번쯤 겪어볼 만한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설정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내려다보고 개인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만든다. 잠금 해제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주인공들의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상황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한 장면ⓒ CJ ENM
알림이 울릴 때마다 한 명씩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의 비밀이 탄로 난다. 웃기면서 안쓰럽기도 한 상황들을 보고 있노라면 주인공들의 감추고픈 비밀 속에서 자신의 삶을 비추게 된다. 집주인 로코와 에바는 각각 성형외과,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아늑한 집과 귀여운 딸까지 가진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을 만큼 화목한 부부다. 하지만 그들의 화목함도 잠시다. 로코 역은 배우 마르코 지아리니, 에바 역은 카시아 스무트니아크가 연기한다. 이들 부부의 오묘한 감정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신혼부부 코시모와 비앙카는 배우 에도아도 레오와 알바 로르와처가 맡았다. 극 중 이들은 막장 드라마의 끝을 달리는 파격적이고 결정적인 시작과 마무리 씬을 선보인다. 그리고 대기업 임원인 렐레와 가정주부 카를로타는 서로의 생활과 직업에 충실한 부부로 오랜 기간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부부다.
매일 밤 10시 자신의 핸드폰에 전송되는 어떤 여성의 메시지를 감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더 큰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렐레 역은 배우 발레리오 마스딴드리아, 카를로타 역은 배우 안나 포글리에타가 맡았다.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의 한 장면ⓒ CJ ENM
유일하게 혼자 이 저녁 식사에 참석한 체육 교사 페페는 커플 모임에서 여자친구가 아프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강제 잠금 해제가 시작되면서 그가 절대 밝히고 싶지 않은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다.
<완벽한 타인>을 봤던 사람이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흐름은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시나리오가 흘러가는 리듬감과 장면 연출이 색다르다. 여러 번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음식이 있듯 <퍼펙트 스트레인저>가 가진 매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같은 시나리오를 어떤 배우가 어떤 스타일로 묘사하는지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영화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탈리아 배우와 언어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소비되는 측면에서 관객에 따라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또는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장단점이 있다.
한 로케이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결코 지루하지 않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집 안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 영화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각 배우들의 주옥같은 명대사들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여운이 남는다.
한편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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