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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가지 Mar 22. 2020

"그동안 미안했습니다" 꾸벅 사과부터 한 이상윤

[인터뷰] SBS 월화드라마 < VIP > 박성준 역 맡아 열연

"시청자 여러분들, 그동안 미안했습니다."


백화점 상위 1% 고객 관리 전담팀의 이야기를 그린 SBS 월화드라마 < VIP >에서 불륜남 박성준을 연기한 배우 이상윤은 드라마 종영을 며칠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말부터 전했다. 


"작가님은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외도를 하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박성준이라는 인물이 미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첫회 6.8%의 시청률로 시작한 < VIP >는 마지막회에 15.9%를 찍었다. 드라마의 인기가 오르면 오를 수록 이상윤이 연기한 '박성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 또한 높아졌다. 극 중 박성준은 VIP 전담팀 팀장으로 같은 팀에서 일하는 나정선(장나라) 차장과 10년 전 결혼했지만, 온유리(표예진)와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 그는 어느 순간 시청자들의 분노와 미움이 박성준이란 캐릭터를 넘어 이상윤이란 배우에게로 향한 듯해 아쉬웠다고 한다.


그는 "연기 자체에 대한 평가로 부족함을 이야기해주는 것은 깊이 새겨서 듣고 있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연기까지 마음에 안 든다'는 반응이 있었다"라며 "캐릭터가 욕을 먹으면서 나의 연기까지 욕을 먹게 될지는 몰랐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2007년 영화 <색즉시공2>, KBS 1TV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를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선 이상윤은 이후 MBC <즐거운 나의집>, SBS <엔젤아이즈> <귓속말>, KBS 2TV <내 딸 서영이> <공항 가는 길>, tvN <두 번째 스무 살> <멈추고 싶은 순간 : 어바웃 타임>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다음은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이상윤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SBS 월화 드라마 < VIP > 박성준 역의 배우 이상윤의 모습.         

ⓒ 제이와이드컴퍼니


- 종영 소감이 궁금하다.


"저 나름대로 성준에 몰입하면서 연기했는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다. 드라마 내용이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하다. 첫 방송부터 큰 사랑을 받아 많이 놀랐다. 아마도 첫 회를 보신 분들의 입소문 덕분에 더 많은 분들이 보게된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극 중 성준의 스토리를 두고 '불륜 미화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불륜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들 나름의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어떤 이유로 사랑이 시작되었는지와 그 사랑이 옳은 사랑이 아니라는 부분 역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불륜을 미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불륜이 아닌 선과 악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도 순수악보다는 악이 된 과정을 담아내면 시청자분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 대사가 많지 않았다. 답답하진 않았나?


"단역으로 나오신 분의 대사가 제 전체 대사보다 훨씬 많았다. 이건 작가님의 의도이기도 하다. 극 중 성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청자들이 알게 되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대사가 많지 않아야 했다. 드라마는 정선의 시점으로 그린 것이다. 정선의 시선에서 보는 성준을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 성준을 연기하는 데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속을 알 수 없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표현하는 연기는 잘 된 것 같다.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감정적 동요가 없는 인물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성준의 감정이 잘 전달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못 봤다는 사람과 봤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못 봤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기하면서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말이라도 시원하게 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표현이 될 텐데, 그걸 할 수 없으니 어려웠던 것 같다. 표현하지 않는 쪽을 선택해서 연기했더니, 시청자들로 하여금 답답함과 미움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대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장나라씨를 비롯해 여러 배우들이 쉽게 감정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끔 대본이 짜여 있었다. 너무 설명이 장황하거나 디테일하면 다음 내용이 드러났을 텐데, 그러면 기대감이 줄어들지 않겠나.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끔 만드는 게 관건이다. 요즘 시청자들의 예측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조그만 단서에도 다음 내용을 바로 알아낸다."


- 마지막회 결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정선이 복수 준비를 했다가 부질없다고 느끼고 놔버렸는데, 처음에는 준비한 미사일의 버튼을 누르지 않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간 대본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면서 이런 결말이어야만 모든 시청자들의 마음이 정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선이 끝까지 복수를 했다면 정선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분들은 잠시 통쾌함을 느낄지 모르지만 마음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결론인 것 같다. 정선이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성준은 더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유리랑도 만약 헤어지지 않고 사랑을 이어나갔다면 철퇴를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것이야말로 불륜을 미화시키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된 것 같다."


-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마지막회에 정선에게 '진심으로 니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 박성준은 그동안 맡아왔던 배역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이번 출연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이후 맡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시청자들은 간혹 악역을 보고 '알고 보면 밉지 않은 사람일지도 몰라'라며 반전을 예상하며 미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성준은 정말 밉게 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 다르게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의도를 가지고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맡던 것과는 다른 결의 캐릭터가 주어져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다른 결을 연기하는 배역이면 뭐든 다 해보고 싶다. 굳이 꼽으라면 가벼운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항상 묵직한 연기만 해왔는데 코믹이나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 작년에는 SBS 연예대상 남자 신인상을 받았다. 올해는 어떨 것 같나. 


"작년 연예대상 신인상은 정말 프로그램(집사부일체)이 흥행하면서 얼떨결에 받은 상이다. 딱 거기까지가 제가 받을 수 있는 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멤버들 중에서 누군가 상을 받게 된다면 이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하는 정도로 마무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에는 제가 연기자임에도 연예대상 밖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다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드라마 여자 연기자들 중에서 후보에 오른 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장에 꼭 참석해서 축하해주고 싶다."


- 또 다른 예능 출연 소식이 들린다. 


"SBS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에 출연할 계획이다. 처음 캐스팅 제의 들어왔을 때 걱정이 많았다. <집사부일체>에서의 제 모습을 보고 캐스팅한 것이라고 생각해 부담감이 좀 있었다. 서장훈 형과 만나 부담이 좀 된다고 했더니 '너는 농구만 잘하면 되고 말 안 해도 돼'라고 하시더라. 그제야 부담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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