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
"드라마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니, 실감이 났다. 상사와 나 둘 중 한 명이 퇴사해야 끝나는 것이라 생각하니, 사회 초년생들이 정말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4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에서 말단 직원 이선심 역할을 맡은 배우 이혜리는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사회초년생'들이 처한 상황에 연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부도 위기에 놓인 청일전자의 말단 경리 이선심이 하루 아침에 사장이 되면서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혜리가 맡은 이선심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데다 스펙 하나 없는 신입사원이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무한긍정의 인물이다.
이런 이선심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혜리는 분장과 의상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단 3벌의 옷만 입으며 캐릭터 구축에 신경을 썼다는 그는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라는 느낌으로 마스카라를 진하게 하고 그런 것들도 생각해봤다"라며 "오랜 회의 끝에 사회 초년생을 가장 잘 표현해내기 위해 안경을 쓰는 것으로 결정했다. 선심이라면 왠지 이런 안경을 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썼다"라고 밝혔다.
2012년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한 뒤 드라마 <맛있는 인생> <하이드 지킬, 나> <응답하라 1988> <투깝스>, 영화 <물괴> <판소리 복서>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이혜리는 '이후 맡고 싶은 배역이 있냐'는 질문에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성격 강한 재벌 2세 와이프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차근 차근 내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21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배우 이혜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크리에이티브그룹ING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크리에이티브그룹ING
"선심이란 인물,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 드라마를 종영한 소감이 어떤가.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현실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현실에서는 아마도 이럴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 담았다. 마지막 결말까지 그랬다. 그래서 비슷한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이선심 역할을 소화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
"일단 (회사 내에서) 이선심에게 주어진 일들이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선심은) 손이 두 개뿐인데도 직원들의 커피까지 사오는 등 다양한 잡무를 해야했다. 또 드라마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는 상사들도 많았다. 6개월 동안 드라마를 통해 이것들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보니, 실감이 났다. 상사 또는 나 둘 중 하나가 퇴사해야 그 괴롭힘이 끝날 것이란 사실을 떠올려보니, 이선심 같은 사회초년생들이 정말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직장인 친구들이 직장인들은 연차를 주말에 붙여서 쓰기도 한다던데, 그 역시 상사가 눈치를 주거나 나무란다고 하더라."
- 극 중 이선심의 배려심이 돋보인다.
"보통은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거나 하는 게 일반적인 사고방식인데, 선심이는 '내가 이런 (안 좋은) 대우를 받았으니 나는 남에게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본다. 선심이는 대표가 된 뒤에도 직원들에게 '물 없으니 물 채워놔' 같은 잔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선심이는 대표가 된 뒤에도 배려심을 잃지 않는 '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선심이란 인물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 이선심이란 인물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나.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서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 사회 초년생'이라고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해피엔딩이 이선심에게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도 꿋꿋하게 버티고 살아 남아서 더 나은 혜리로 거듭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선심을 볼 때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연기하면서는) 9년 전 이 인물을 연기했다면 더 리얼하게 잘 소화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과거의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 배우들 간 호흡은 어땠나?
"나에겐 거의 다 선배들이었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20명 정도의 인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현장 분위기도 좀 달랐다. 모두 다 친했고 나중에는 실제로 청일전자에서 일하는 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감정이 신기했다. 특히 김상경 선배님과 붙는 장면이 많았는데 연기하는 데 있어 나에게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선배님께서 현장 긴장감을 잘 조절해주셔서 연기 호흡이 잘 맞았다. 그리고 극 중 친언니와 호흡을 맞춰 연기할 땐 진짜 언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내 말투를 그대로 담아서 이야기했을 정도로 연기에 진심을 담았다."
- 못난이 안경을 쓰는 듯 꾸미지 않은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선심이는 평소 걸그룹 가수 활동 때처럼 꾸미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최대한 혜리처럼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게 성공적이었는지 점심시간에 안경을 쓰고 밥을 먹으니, 사람들이 거의 못 알아봤다. 되게 신기했다. 혜리가 아닌 진짜 선심이라는 캐릭터가 되었구나 싶었다. 외적으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어차피 광고 촬영이나 예능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서 큰 욕심은 없다. 또 이상하게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수록 내 자존감이 높아졌다. '난 화장 안 해도 예쁜 사람인데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런 나의 성격이 이선심을 연기하는 데 더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 역의 배우 이혜리의 모습.ⓒ 크리에이티브ING
- 배우 이혜리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처음에는 마냥 기뻤다. 이런 드라마에 내 얼굴이 나오고 이런 저런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던 시절이 있었다. <응답하라, 1988> 때부터 드라마에 어떤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겠고 또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기를 통해서, 어떤 작품을 통해서 내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 그 시대의 어떤 얼굴이 된다는 게 즐거운 일이지 않나. 얼마 전 드라마 관련 기사에 내가 맡은 이선심 역에 대해 '정말 혜리스럽다'라는 댓글이 달린 걸 봤다. 그게 좀 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 '혜리스럽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였으면 좋겠나?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혼자 갖고 있기엔 (내 안에) 너무 큰 에너지가 있어서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를 보여주고 싶다. 제 또래의 친구들이 내 모습을 보고 '나도 혜리처럼 뭔가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작품으로 주는 메시지에서 위로를 받거나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혜리스럽다'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참 잘 나누는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였으면 좋겠다. 나의 이러한 에너지는 밥을 잘 먹어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이런 성격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어떤 스트레스를 오래 갖고 있는 편은 아니다. 그냥 자고 일어나면 다 까먹어버린다. 스트레스인지도 잘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서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내 안에 그런 뭔가가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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