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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가지 May 21. 2020

남편 대신 축구 선수 된 아내들...이렇게 통쾌할 수가

[미리 보는 영화] <싸커 퀸즈>


▲ 영화 <싸커 퀸즈>의 한 장면. ⓒ 와이드 릴리즈(주)


멀게는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부터 가깝게는 <슈팅걸스>까지, 스포츠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주목하며 감동을 끌어내는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둔 <싸커퀸즈>는 코믹과 성차별 비판이란 두 코드를 적절하게 배합해 유쾌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해 눈길을 끈다. 


영화 <싸커 퀸즈>는 오랜 전통을 가진 챔피언 축구 클럽 SPAC이 결승전을 앞두고 해체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모하메드 하미디 감독은 "축구하면 쉽게 남성을 떠올리기에 이런 인식을 뒤집으면 재미있겠다 싶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남자 선수를 대신해 축구 경기에 나선 아내들

▲ 영화 <싸커 퀸즈>의 한 장면. ⓒ 와이드 릴리즈(주)


작은 마을의 축구팀 SPAC은 시즌 세 경기를 남기고 경기 중 상대 팀과 크게 싸운다. 그 바람에 필드에 있던 선수 모두 출장 금지 처분을 받게 되고, 그로인해 결승전까지 후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SPAC에는 후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대다수 청년들은 대도시로 떠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이들은 축구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이니 후보 선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수밖에. 


결국 팀의 코치 마르코(카드 므라드)는 딸의 조언에 따라, 남은 세 경기에 여성들을 선수로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남성 축구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여성이 경기를 치르느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마르코는 급한 불부터 끄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엔 나머지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않으면 팀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먼저 팀의 선수로 뛰고 싶다며 문을 두드린 이는 클럽 SPAC 설립자의 손녀 캐서린(로르 칼라미)과 팀의 회계 책임자 스테파니(셀린느 살레테)다. 그리고 연이어 팀이 사라지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SPAC의 남자 선수 아내들이 합류한다. 그렇게 여성 11명으로 구성된 SPAC 여성팀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여성 팀을 꾸리기 전에 우려됐던 것처럼,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여성들 모두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건 좋아하는 이들이었지만, 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훈련과정에서부터 실력 차이를 느낀 여성 선수들은 마르코 코치에게 남성 선수들이 평소에 받던 훈련에 준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훈련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 영화 <싸커 퀸즈>의 한 장면. ⓒ 와이드 릴리즈(주)


하지만 축구 훈련 집중할수록 가사 일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를 견디지 못한 선수들의 남편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SPAC 팀의 여성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팀을 살리기 위함인데 사방에 적이다. 계속되는 방해에 선수들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가사와 육아를 하던 평범한 아내들이 남성들을 대신해 선수로 뛴다는 독특한 설정 외에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싸커 퀸즈>는 '가사와 육아는 집안의 아내가 전담하는 것이고 남자는 이를 거들 뿐'이라는 잘못된 시선에 일침을 날린다. 더불어 여성이 남성을 대신해 축구 경기에 나서는 불가능하다는 시선이 담긴 대사들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면서 우리 안에 편견이 얼마나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네? 왜 안 되냐고요? 여자니까요." (축구협회 관계자)


하지만 영화는 우리 내부의 '편견'을 확인시켜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런 시각들이 잘못되었고 바뀌어야 함을 여성들의 촌철살인 대사로 비판하며 통쾌함을 안겨준다. 


"왜 난 마음대로 집 안에서 담배를 못 펴? 나도 집 안에서 얼마든지 필 수 있어." (캐서린)


이 부분이 바로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다. 특히 여성들이 타인의 성차별적인 행동과 언어에 지지 않기 위에 떨쳐 일어나며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낼 때, 보는 이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싸커 퀸즈>가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메인 이야기는 주전 선수들이 없는 상태에서 SPAC팀 코치 마르코가 팀을 어떻게 꾸려나가는가다. 성차별이라는 자칫 무거운 주제를 코믹 장르와 드라마로 가볍게 풀어낸 모하메드 하미디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연 여성 축구팀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결과는 오는 27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줄 평 : 여자 관객들은 통쾌함, 남자 관객들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영화


별 점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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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싸커 퀸즈> 관련 정보

제목 : 싸커 퀸즈

원제 : Queens of the Field
감독 : 모하메드 하미디
출연 : 카드 므라드, 셀린 살레트, 사브리나 오자니, 로르 칼라미
수입 : (주)스톰픽쳐코리아
배급 : 와이드 릴리즈(주)
장르 : 힐링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 95분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 : 2020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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