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사랑해 주기.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휴대폰에 저장되는 모든 사진은 자동으로 인터넷 저장소로 업로드가 되는데, 완료가 되었다는 알람이었다. 평소 같으면 손가락으로 알람메시지를 확인도 안 하고 없애 버렸을 텐데, 그날은 손가락으로 길게 눌렀다.
그리고 저장된 사진을 커서를 내려가면서 살펴보고 있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오래된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눈에 띄게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최근 3년 아내가 하늘의 별이 된 이후로는 현저히 사진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아래로 내려 갈수록 우리 가족 4명이 함께 여행을 간 사진들이 가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가 곁에 있을 때는 우리 가족은 주말이면 여행을 다녔다. 대한민국의 최상단과 최하단을 다 누비고 다녔다. 장롱 면허를 보유한 아내 덕에 나는 우리 가족의 기사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나는 가끔 주말이 다가오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사진 속 나의 표정은 피곤함이 가득했다. 우리 아이들은 나와 다르게 웃음과 미소가 가득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진. 아내의 사진은 없다. 워낙에 사진을 찍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여행 다닐 때 항상 편안함 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복장이 아니라고 싫다고 했다.
아내는 정말로 낭만을 쫓아다니는 여행을 좋아했다. 블로그나 SNS에 나와있는 유명한 지역은 피하고 적당한 인파가 있는 곳을 찾았다. 나는 항상 아내가 여행지를 정할 때면 어떻게 이런 곳을 찾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런 곳을 가보면 적당한 인파에, 가성비 좋은 식당과 숙소. 그리고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바로 눈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곳들이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내는 함께 몸으로 하는 레저스포츠 같은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저장소의 사진에는 풍경 사진도 한가득하다. 사진을 전문가처럼 찍을 줄 모르는 나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를 보자는 식으로 찍었다. 명작의 사진 한 장 걸리겠지. 이런 생각이었나 보다.
한참을 스크롤을 내리면서 여러 여행지 사진을 보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여행지 모두 아내가 정한 곳으로 향했었다는 것이었다. 가정주부인 아내와 외벌이인 나. 나도 솔직히 주말에 다른 아빠들처럼 소파와 한 몸이 되어서 뒹굴 거리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아내와 가끔은 가기 싫다고 투정 부리면서 싸우기도 여러 번 했었다. 그러나 결국은 아내의 승리로 끝나고, 나는 우리 가족 김기사로서 운전대를 잡았다. 집에서 아이 둘 육아만 하면서 얼마나 답답하면 힘든 내색하는 남편에게 고집을 부릴까. 하는 생각에 항상 끝에는 아내에게 져주었던 것 같다.
아내를 떠나보내기 전 이틀 전에도 아내가 대게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강원도 속초로 향했다. 아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먹고 싶은 대게와 회를 코스로 먹고 밤바다를 한참을 구경했었다. 그다음 날 집에 돌아와 다음날 아내 생일이었기에 맛있는 음식도 해 먹고, 아내는 생일이 지난 그다음 날 새벽에 떠났다. 아내가 떠 난 후 나는 아내의 건강을 못 챙겼다는 자책감. 그리고 못해주었던 일들만 생각나서 나 자신을 괴롭혔다.
그런데 이제 3번째 기일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지나간 사진들 속 여행지들을 보니, 모두 아내가 선택한 여행지를 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행지들을 선택하며 갈등이 있을 때면 항상 져주었던 나였다. 나도 모르게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사실로 나는 조금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야 내가 아내를 정말 사랑했기에 항상 져주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 중 조금 더 사랑하는 사람이 양보하며 져주고 산다고 하는데, 이 여행지 선택에 관한 일만큼은 내가 항상 양보했고, 져주었다. 고로 나는 아내를 후회 없이 사랑해 주었었나 보다. 그러니 이제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