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별생각 없이 일기 쓰듯 썼던 위의 글이 검색엔진 어딘가에 걸렸던 지 조회수가 7만이 넘어갔다. 고등학교 자퇴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중졸의 연봉에 관심이 있어서였을까.
내 아이의 자퇴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대부분 자퇴 과정보다는 자퇴 후 어떻게 만 17세도 되기 전에 정규직으로 취업이 되었는지를 많이들 궁금해하셨다. 그래서 혹시 다른 분들 중에 호주로 취업이나 갈까, 호주에는 어떻게 취업이 이루어지나, 이 아이가 어떤 성향의 아이었나 궁금한 분들이 계실까 몇 자 적어보려 한다.
먼저, 호주는 한국만큼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주 잘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실제로 IT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은 인도인이고 그다음이 중국인, 그리고 호주인들, 한국인은 아주 소수라고 했다. 그들 중 한국인들이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다들 한국인들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아들 회사에는 한국인이 없는 건지, 별 특징적인 것이 없어서 언급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회사마다 그 비율은 아마도 다르리라 생각한다.
우선 내 아이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아주 잘 이해했다. 패턴적 사고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컴퓨터 언어를 아주 잘 이해했고, 어려서부터 모든 기계적인 것들을 잘 다루었다. 실제로 기계를 뜯어고치는 걸 잘했다기보다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을 잘 이해하고 백분 활용했다.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는 학원에서 코딩을 잠시 배웠던 적이 있었지만 진도에 맞춰 가르쳤던 학원 수업을 힘들어했다. 항상 하라는 것을 다하고 담당 선생님이 자신에게 올 때까지 기다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래도 진도를 빠른 속도로 빼주지 않자 혼자 공부하겠다고 했다. 구글에서 일하다가 오신 분이 가르친다고 해서 그곳을 일부러 찾아갔었는데 학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거니 했다.
학교를 그만둔 후부터 아이는 컴퓨터에 관한 지식을 하버드에서 하는 가장 기본 과정인 CS50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더욱 많은 과정을 들었고, 시험을 봤으며, 자격증을 땄다. 그 수는 정말 빠르게 꾸준히 길어져 갔다. 나는 그냥 뭐 자격증이 거기서 거기고 누구나 다 딸 수 있는 거겠지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첫 회사에 들어갔을 때, 자신이 한 두 달 만에 딴 자격증을 2년에 걸쳐 계속 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아들이 그쪽 방면에 재능이 남달랐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내심 하였다.
첫 회사에 입사할 때는 가장 낮은 레벨이었으니 그렇게 까다로운 것을 이력서든 인터뷰에서든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레벨의 임무를 해 내기에 아들의 자격증들이 충분했었던 가 보았다. 그리고 유튜브 편집도 한동안 했으니 그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서류통과 후 인터뷰에서는 그 직업과 관련한 전문 지식들에 대해서 물었는데 모두 잘 대답하였다고 했다.
호주에서 입사 지원할 때는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도, 나이를 쓰지도, 결혼 여부를 적지도, 요즘은 성별도 안 밝혀도 된다. 하지만 분명 인터뷰를 하는 이들이 몇 가지 궁금해하는 바는 있을 것이고, 성별이나 이민자의 액센트나 지식은 인터뷰를 하면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다. 그들에게 아들은 나이가 꽤 어려 보였던 가 보았다, 당연하게도. 하지만 법적으로 나이를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으니 돌려서 한국에 초등학교 때 갔다가 십 년쯤 살다가 왔다고 했는데, 호주에는 언제 돌아왔느냐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순간, 아이는 그게 나이를 간접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라는 걸 파악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이를 묻는 등의 개인적인 질문은 불법적인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담당자가 아주 당혹해하면서 그 질문을 취소했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나왔다 하더라도 취업이 되지 않을 이유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어린 나이라는 걸 알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에 앞서 어떤 편견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시라도 너무 어린 사람은 뽑지 말자고 내부에서 어떤 이유로든 의견을 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일 년 전, 훨씬 더 큰 대기업에 들어갈 때는 총 4~5명을 뽑는데 그중 자신을 가장 먼저 뽑았고, 그 후 다른 사람들을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고 한다. 고민 없이 아이를 가장 먼저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아이의 자격증, 지식, 경험 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었던 가 보았다. 당연히 아이가 미성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어려 보이긴 했어도 그 정도 레벨에 지원하는 정도라면 적어도 20대 중반은 되었을 거라고 모두들 생각했다고 한다. 상사들 중 어떤 사람은 "우리 아들은 Big W (한국의 유니클로 비스므리한 매장)에서 알바하는데 너는 어떻게 나와 같은 곳에서 일을 하는 게 말이 되냐??"라고 했다고도 했다.
호주란 나라는 참 나에게는 희비가 엇갈리는 곳인데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물론,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맥(특히, IT업계는 대부분이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이나 학연 등으로 부패가 없지는 않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 하나만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엔 어떤 토도 달수 없다.
호주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기는 정말 어렵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기 쉬운 나라라는 점에서 한국과 닮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누구든 뭔가를 하고 싶으면 기회가 조금 더 쉽게 주어진다는 점은 한국과 조금 다르지 않은가 싶다. 한국에서는 서른 살이 넘어서 대학 가기가 쉽지 않고, 장애인이 뉴스 리포터가 되는 게 아직은 (아마도) 불가능하고, 살이 많이 찌거나 임신을 하면 프로그램 하차를 권고? 받고, 성별을 자유롭게 밝히지 못하여 직업이 제한적이고, 공부가 아니면 아직은 어느 정도의 편견을 이겨낼 강인한 내면이 있어야 하니까.
신체 건강하며 어떤 육체적인 일도 잘할 수 있거나, 몸으로 익히는 것은 무엇이든 잘하거나, IT 쪽에서 뛰어나거나, 한동안은 홀홀단신일 것이고 부모 형제를 오랫동안 보지 못해도 외로움을 잘 견딜만하다면 호주로 가서 살아보는 것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두뇌가 명석한 '똘똘이(Brainy) 스머프'라면 호주보다는 다른 곳에 가길 바란다. 호주에 있는 '똘똘이'들도 해외로 많이 나가니까. 호주는 공부보다는 스포츠에 진심인 나라다. 요즘은 IT에 엄청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의외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개인 정보 유출 사고들을 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 많이 뜨겁겠구나 싶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