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생활 26년, 낯선 습관 너머를 보다
처음 상하이에 왔을 때, 나는 지하철에서 자주 코를 찌르는 냄새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출퇴근 시간, 사람들로 가득 찬 객실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스치는 체취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 것은 누군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기름기 냄새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왜 이렇게 머리를 안 감는 걸까.'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하셨다.
"중국 사람들은 목욕을 자주 안 한다며? 뉴스에서 그렇다고 하던데."
나는 그때마다 대답을 잘 못했다. 솔직히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상하이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는데 지하철 한 칸에 몇 명이나 될지 매우 궁금했다. 출근 시간이면 적어도 300명은 넘게 탄다. 300명이 밀집된 공간에서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서 있으면,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냄새들이 확연히 느껴진다.
한국 지하철은 어땠을까. 한국도 출퇴근 시간이면 붐비긴 하지만, 상하이만큼 밀집되지는 않는다. 공간이 넉넉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조금 더 거리를 둘 수 있다.
만약 한국 지하철도 이렇게 사람이 가득 찼다면, 한국 사람들의 머리카락에서도 기름기 냄새가 났을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내가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중국은 하나의 세계가 아니다.
상하이 푸동의 최신식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오래된 주택가에 사는 사람도 있다. 2023년 도시화율 65%라는 숫자는, 아직 35%의 사람들이 농촌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온수가 나오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에게 매일 샤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용 목욕탕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씻는 것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다.
나는 어느 날 상하이의 한 오래된 동네를 걷다가 문득 1980년대 한국이 떠올랐다. 그때 한국도 지금과 달랐다. 재래시장의 풍경, 목욕탕에 가던 기억, 온수가 나오지 않던 겨울.
모든 사회는 각자의 속도로 변한다.
요즘 상하이의 젊은 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카페에는 스킨케어 제품을 들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많고, 미용실은 항상 예약이 가득하다. 샤오홍슈 같은 앱에서는 헤어 관리 팁이 끝없이 올라온다. 한국의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중국도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많이 변했다.
다만 그 변화가 모든 지역에, 모든 세대에 동시에 일어나지는 않을 뿐이다. 거대한 나라의 변화는 언제나 물결처럼 퍼져 나간다.
얼마 전 한국의 지인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중국 사람들 위생 관념은 아직 좀 그렇지?"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40-50년 전 한국 사람들도 그랬어."
그는 나의 이런 답변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현재의 눈으로 다른 사회를 판단한다. 우리 사회가 도달한 지금의 기준을 절대적인 척도로 삼아, 그 기준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면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회는 자신만의 속도로 흐른다. 그리고 그 흐름은 각자의 환경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배운 것이 있다.
낯설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르다고 해서 열등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다른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걸어온 길과 서 있는 환경을 함께 보는 것이다. 개인의 습관 뒤에 있는 구조를 읽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스치는 낯선 냄새도, 그렇게 바라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그 시선의 차이가, 우리가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