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엑스포, 그리고 중국인의 자부심

그날의 함성, 그리고 그 후

by 경계인

2008년 8월 8일, 나는 상하이의 작은 아파트에서 TV 앞에 앉아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생중계되던 순간, 화면 가득 펼쳐진 수천 명의 군무, 하늘을 수놓은 불꽃, 그리고 감동에 찬 중국인들의 표정.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문득 대학교 동기가 며칠 전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이 달라질 거야. 세상이 우리를 다르게 볼 거거든."


그 말은 단순한 기대 이상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어떤 순간에 대한 확신처럼 들렸다.



| 이미 존재했던 자부심


중국인의 자부심이 올림픽 이후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상하이에서 20년을 넘게 살면서 내가 만난 중국인들은 모두 오래된 문명의 후예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 5천 년 역사, 한자, 시경과 초사, 당시와 송사.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문화가 깊고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자부심은 때로는 조용했다. 외부의 시선에 민감했고, 때로는 방어적이었다.


"우리는 아직 가난해요."

"우리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요."


2000년대 초반, 중국인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 2008년 베이징의 여름


올림픽은 그런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개막식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중국의 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로 압축한 작품이었다. 종이, 활자, 비단, 그리고 우주까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그 장면들은 많은 중국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베이징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가 말했다.


"거리가 온통 축제 분위기야. 외국인들이 곳곳에 있고, 다들 중국을 보고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집주인의 표정 같았다.



| 상하이 엑스포, 그리고 세 시간의 줄


올림픽 이듬해, 상하이에서는 엑스포가 열렸다.


나는 엑스포가 한창일 때 현장을 찾았다. 그런데 입구부터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우디아라비아관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사람들은 세 시간, 어떤 이는 네 시간도 기다린다고 했다.


줄을 선 모든 사람들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고 세계 각국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조금 기다리는 게 뭐 대수냐는 반응이다.


나도 인파들에 끼어 줄을 서서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 더운 날씨에 땀이 났지만, 이상하게 기다림이 힘들지 않았다.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 각국 관의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상하이라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이 공기 중에 퍼져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관에 들어갔을 때,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지 알 것 같았다. 3D 영상 속에서 펼쳐지는 사막과 도시, 그리고 미래. 세계는 정말 가까워져 있었다.



| 두 행사가 남긴 것


베이징 올림픽이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이었다면, 상하이 엑스포는 경제적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올림픽이 "우리는 이렇게 위대한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면, 엑스포는 "우리는 이렇게 열린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두 행사를 겪으면서 중국인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더 여유로워졌고, 자신들의 문화를 설명할 때 자신감이 묻어났다.


| 자부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자부심은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의 깊이 위에, 현재의 성취가 쌓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해질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중국인의 자부심은 5천 년 역사라는 뿌리 위에, 30년 경제 성장이라는 줄기가 자라고,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라는 꽃이 피면서 완성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꽃이 진 이후다.


거대한 이벤트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 자부심은 어디에 남는가.

나는 가끔 묻는다.


진정한 자부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거대한 경기장에서 나오는가. 화려한 불꽃놀이에서 나오는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에서 나오는가.


아니면 그런 순간이 지나고도 남아 있는 것에서 오는가.


일상에서 느끼는 존엄, 공정한 기회,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음.

그런 것들이 모여 진짜 자부심이 되는 것은 아닐까.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는 분명 중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난 지금, 중국인의 자부심은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속도보다 삶의 질을, 세계의 주목보다 일상의 안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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