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초급반 수업 학생들은 전부 모국어가 다르다. 러시아어, 크메르어(캄보디아어), 베트남어, 태국어, 중국어, 다리어(아프가니스탄어)를 쓰는 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어 받아쓰기 수업을 했다. 대형 TV에 노트북을 연결하고 구글 창과 DeepL 창을 띄웠다. 한국어가 아직 낯선 학생들에게 수업할 때 챗 GPT와 번역 사이트를 애용한다.
<기적의 받아쓰기> 수업을 교재로 이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는 'ㅏ' 모음을 'ㅣ'모음으로 적고 'ㅖ'와 같은 모음을 그저 작대기처럼 보이게 쓰는 학생들도 있었다. 'ㅍ'과 'ㅛ'를 붙여 쓰게 하니 획순이 제멋대로였다. 들리는 바와 표기가 달라서 헷갈려 한다. '칭찬' 같은 단어는 '친찬'으로 쓴 학생들이 보였다.
수업을 한참 하는데 10살쯤 되는 러시아어 쓰는 학생이 갑자기 TV 앞으로 나왔다. 자기가 할 말이 있으니 러시아어로 타이핑을 하게 해달란다. 수업 전에 휴대폰을 제출했기에 할 말을 하지 못해 쩔쩔 맨다. 그래서 내 휴대폰에서 파파고를 켜서 러시아어를 입력하게 했더니, 이렇게 번역이 되었다.
화면의 초점이 안 맞는다는 것인지, 뭘 보여달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챗GPT에게 물어본다. 번역하는 데 자주 썼기에 메모리가 업데이트되어 있는지라 러시아어 문장만 써도 번역을 해 준다.
질문을 이해했기에 고개를 끄덕했더니 내 손을 자신의 옷주머니에 넣게 한다. 이게 뭐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하니까 다른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하나 쏙 나온다. 휴대폰이 두 대여서 한 대는 제출하지 않고 감춰 두었다가 나에게 묘기를 부린 것이다. 번역 서비스가 있어도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것을 체감한 하루였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15개 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