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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an 11. 2023

있다 없으니까

겨울맞이 독박 육아 첫 번째 이야기

나의 겨울 방학 시작과 함께 아내는 3박 4일 서울로 출장을 떠났다. 

    

오늘은 해솔이와 단둘이 보낸 첫 번째 날이었다.

     

출근할 때 보다 한 시간이나 늦은 9시 30분, 해솔이는 평소와 같은 등원 전쟁 없이 여유롭게 등원했다. 뒤이어 찾아온 나만의 시간도 여유 그 자체였다.


매일 창밖으로 바라만 보던 국사봉에 몸소 오르고, 여유롭게 홈플러스 구경을 하며 저녁거리 장을 본 오전.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고 소파에 누워 꾸벅꾸벅 졸며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 했던 오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 왔던, 단순하기 그지없는 하루의 일상이었던가. 어제와는 180도 달라진 한가로운 일상이 잠깐 낯설었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금세 오후 4시가 되었다.   


오랜만에 오른 국사봉. 해솔이가 다니는 어린이 집 아이들이 숲 산책을 나온 모양이다.


해솔이의 하원 이후의 시간은 달랐다. 거북이 또는 달팽이가 적적한 비유가 되려나…. 더딘 시간의 흐름에는 연일 뉴스를 장식한 초미세먼지도 한몫을 했다. 저녁 먹기 전까지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놀았으면 시간이 훌쩍 지나갔을 텐데…. 꼼짝없이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한창 호기심 많고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해솔이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그림책을 읽어달라는 딸내미에게 왜 아빠가 지금 그림책을 읽어줄 수 없는지 구구절절 이유를 설명하느라, 자꾸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점이 참 어려웠다. 평소 저녁을 준비할 때 나더러 주방에 오지 말고 아이 곁에서 놀아주라고 이야기하던 아내의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며 아이를 살펴보는 일은 할 수 있지만,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고 온전히 소통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세 돌을 넘겨 소통도 잘 되고, 잠들기 전까지 목욕이나 수면의식 등 생활양식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혼자 아이를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와 겉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집안 살림을 챙기며 아이에게 온전히 관심을 쏟고 진심을 담아 소통하기에는 부모 한 사람은 부족했다.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주말에 공룡을 보러 덕소 자연사박물관에 가길 손꼽아 기다리는 해솔이. 해솔이가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만큼 나도 아내가 집에 돌아올 금요일 저녁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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