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1화 류호진 님.
안녕하세요. 저는 축구가 너무 좋아서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물두 살 대학생 류호진이라고 합니다.
제 꿈은 10살 때 시작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맨체스터 유나티드에서 활동하셨던 박지성 선수에게 큰 영향을 받은 뒤부터, 유럽 현장에서 뛰는 한국 축구 기자가 되자는 꿈을 꿨어요.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 등교 전 축구 기사를 읽는 것은 저의 당연한 하루 일과가 되었죠. 그런데 다수의 기사를 읽는 과정에서 축구팬으로서 가려운 곳이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자주 보이는 갈라타사라이는 어떤 팀일까?”, “셀틱은 얼마나 오랫동안 리그를 군림할 것일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답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렇게 직접 자료를 조사해 보게 되었어요. 영어로 된 자료들을 100% 이해할 순 없어도, 그런 행동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축구 정보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의 지식과 가치관을 글로써 공유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조사한 자료들을 글로 정리하여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공유하기 시작하였고, 중학교 동아리를 거쳐, 교육청 언론사, 그리고 2016년 9월부터는 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포털사이트(네이버)에 제 글들을 기사로써 발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2020년 어느 여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본머스는 구단 공식 페이스북에서 경기 중계 시각을 한국 시각으로도 표기한다는 것이었어요. 보통 구단의 경기 중계 시각을 다른 나라의 시간으로 표기하는 것은 흔한 일이에요.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 구단이, 그것도 한국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구단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시각을 표기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죠.
그래서 바로 기사를 썼어요. 프리미어리그에 이런 구단이 있다는 것을 한국 팬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죠. 그런데 그 기사가 네이버에서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게 되었어요. 메인 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 '도쿄 아닌 서울' 택한 본머스의 운명, 어떻게 될까? 기사 바로가기.
저도 놀랐지만,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본머스 구단에 알리고 싶었어요. 당장 구단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제 기사 링크와 짧은 영어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리고 고맙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답장은 제게 그저 꿈같은 일이었어요. 유럽 무대를 향한 저의 꿈에 추진력이 되어주었죠. 그래서 이 구단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마침 구단의 공식 서포팅 그룹 명단에 아시아 국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더 코리안 체리스(The Korean Cherries)’라는 공식 서포팅 그룹 창설이었어요. 아시아와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구단의 입장에서 저의 선제안이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렇게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몇몇의 과정을 거쳐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에 저의 이름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 ‘더 코리안 체리스(The Korean Cherries)’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저는 소위 말하는 언더독 팬이에요. 약팀이 강팀을 괴롭힐 때만큼 통쾌함을 느끼는 경우가 또 없죠.
본머스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 8월 26일이었습니다. 본머스의 윙백 찰리 대니얼스 선수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중거리 하프발리 슛을 때렸고, 골대를 강타하는 선제골을 성공시켰어요. 그건 아직까지도 제가 본 골 중에 가장 멋진 골이에요. 그날 경기는 본머스의 패배로 마무리되었지만, 경기 막판까지 본머스가 맨시티를 끈질기게 괴롭혔어요. 그렇게 본머스라는 팀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 시즌 구단의 유니폼을 사고 그러다 보니 구단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진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은 분들께서 제가 정말 본머스를 응원하는지 궁금해하시곤 해요. 저는 항상 당당하게 스스로를 체리(본머스 팬 별칭)라고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구단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홍보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구단에서도 저희에게 직접적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의 범위가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물론 저의 목표는 그룹의 몸집을 키우는 것이지만,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의 목표를 이룰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머스 같은 소규모 구단은 경기 티켓을 구하기 매우 힘든 편이에요. 경기장은 작은데 시즌권자들이 많아 리그 경기는 매번 빠르게 매진이 되는 구단이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구단에 연락을 하여 티켓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해 2월에는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 티켓을, 이번해 4월에는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티켓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4월에는 본머스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국제 팬 그룹을 담당하는 구단 직원을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눴고, 담당 직원을 통해 다양한 구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어요. 경호실장님을 소개받아 경기 후 모든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을 수도 있었죠. 그 외에는 구단 스토어에서 직원 할인을 받는 등 소소한 혜택을 누렸어요. 뿐만 아니라 구단의 많은 팬분들께서 경기장 내 유일한 동양인인 저를 환대해 주셨는데,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 5월 영국을 떠나기 전에 결국 저를 이 구단으로 이끌어주었던 찰리 대니얼스 선수를 만나게 되었어요. 이 만남의 과정에는 구단의 도움이 있지는 않았지만, 대니얼스 선수가 저의 본머스 관련 활동과 열정을 인정해 준 것 같아요. 저희는 런던에서 차를 같이 마셨고, 저는 실착 트레이닝복과 축구화를 선물 받았어요!
당장의 특별한 계획을 말씀드리기보다는 지금의 속도로 꾸준히 그룹을 유지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계획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지난봄, 구단 선수들에게 아시아 유일의 본머스 공식 서포팅 그룹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릴 기회가 있었고 선수들이 정말 놀란 반응을 보여주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앞으로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해 볼 계획은 있지만, 화려함보다는 꾸준함을 유지하자는 저의 기본적 목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국적 불문하고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한국 축구선수들이 있는 것처럼, 저 역시 어떤 축구 팬에게 물어도 한국인으로 기억될 만큼 영향력 있는 유럽 축구 관계자가 되고 싶어요. 구단 내외부의 미디어 담당자가 될 수도 있고, 필드 위에서 뛰는 코칭스태프가 될 수도 있겠죠. 그 길은 저도 찾는 과정에 있습니다.
축구만큼 비생산적인 행위로 수많은 가치와 영향력을 창출해 내는 활동이 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축구로 인해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제가 공유하고픈 저의 가치관을 세상에 공유하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시도하면 쉽게 되는 일들인데 망설이다가 놓치는 기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작디작은 이 축구산업에서 기회는 수없이 존재하니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께서 그 기회를 반드시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결국 꾸준하다 보면 목표는 언젠간 반드시 이뤄지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은 목표들을 단기간에 성취하지 못했을 때 좌절하지 마시고, 꾸준함을 유지하신다면 분명 그 목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저의 이야기를 이렇게 특별하게 담아주시고, 또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저와 같은 꿈을 꾸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면, 혹은 제게 질문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DIVE IN은 축구에 뜻과 꿈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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