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E IN. 2화 박진형 님.
안녕하세요, 저는 아마추어 축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38살의 박진형이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제가 축구가 제 밥벌이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좋아하긴 했지만 유별나지 않았고 오히려 축구는 못하는 편에 가까웠죠. 원래 제 꿈은 여행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20대 후반 큰 결심을 하고 ‘Tourism & Management’로 유명한 영국의 한 대학으로 석사 공부를 떠났습니다. 석사 공부만 하면 제 미래가 보일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저는 영국에 도착해서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많은 게 달랐죠.
그렇게 우울하게 제 미래를 고민하던 차에 대학 동기에게서 고알레의 창업 제안을 받았습니다. 영국에서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세대를 뛰어넘어 공유하는 문화가 있고 그게 바로 축구였습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손자 손을 이끌고 펍에서 같이 맨유 경기를 보던 장면은 제게 충격이었죠. 단순히 드론으로 아마추어 축구를 촬영하는 걸 넘어서 아마추어가 본인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가지게 되는 세상이 오면 제가 충격받고 부러워했던 그 문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쉽게 말해 할아버지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손자가 보면서 자랑스러워하는 그림이 얼마나 멋있습니까!
그렇게 창업한 고알레에서 저는 운영책임자 역할을 맡으며 드론 촬영부터 트레이닝 진행 및 관리, 콘텐츠 메인 캐릭터 등등 정말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앞장서서 했었습니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결혼입니다. 고알레의 생활을 정리한 후 오래지 않아 결혼을 해서 유부남이 되었죠.
고알레에서의 3년 동안 정말 모든 걸 부었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꿈만 같아서 한동안 번아웃이 왔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축구라는 특정 종목에서 벗어나 좀 더 커리어의 외연을 확장시키고자 ‘바모스컴퍼니’라는 스포츠 에이전시 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스포츠잡스’라는 스포츠 산업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여러 프로젝트들을 함께했습니다.
네. 팬들과 함께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하는 축구팀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보통 아마추어 축구팀이라고 하면 경기장 위에서 뛰는 선수들만 즐거운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그게 생활 체육의 목적이기도 하죠. 하지만 저는 생활 체육의 목적을 넘어서 진짜 축구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팬, 선수, 스탭들이 어우러져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축구팀이요.
혹시 뉴턴 히스 LYR FC라고 들어보셨나요? ‘뉴턴 히스’라는 지역 철도회사의 차량사업소 노동자들의 사내 클럽으로 만들어진 팀이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신입니다. 세계적인 클럽도 시작은 동호회와 같은 밑바닥에서 시작을 한 거죠. 그래서 팬들과 함께 클럽을 만들어가고 성장하며 유대감이 남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프로 축구 리그의 역사를 보면 철저히 탑다운 방식입니다. 저는 이게 좀 불편합니다. 마치 위에서 ‘우리가 팀 만들어 줬으니 너희들 한번 놀아봐라’라는 식의 태도가 말이죠. 실제로 연고지 이전, 팀 해체 등등 여러 문제들이 이러한 구조에서 기인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선수단과 팬들이죠.
그걸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게 바텀업 방식으로 성장하는 축구팀, FC 도르마무입니다.
리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기 위해서였어요. 생활 체육의 목적을 넘어서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팀 내부적으로도 공통된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보통 그렇듯 1주일에 한 번 가지는 친선 경기로는 목표를 설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리그나 대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능력 있는 감독님과 헌신적인 선수들을 만나서 작년은 K6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올해는 K6리그 잔류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하며 성장할 수 있어 뜻깊은 시즌들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팀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점과 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운동장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일 것 같아요.
아무래도 리그 위주로 팀이 운영을 하게 되면 소외되는 팀원이 생길 수 있고, 때로는 헌신과 희생을 강요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운동장의 경우는 대부분은 추첨이나 선착순 방식으로 운동장 대관이 이뤄져서 특정 시간에 고정적으로 운동장을 확보한다는 게 일반 아마추어 팀에서는 거의 힘들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의 FC도르마무의 페이즈에서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입니다. 경기장 안에서 몰입해서 최선을 다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본인들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들을 보여줄 때 짜릿함을 느껴요. 다들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주말의 축구팀에 몰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그런데 그걸 뛰어넘어 경기장에서 FC도르마무의 선수로서의 의지와 투지를 보여줄 때 뭉클하죠. 정말 제 팀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다 보면 너무 재밌어요.
이제는 팬들을 모으고 싶습니다. 실력을 떠나서 응원할만한 팀이 꾸려졌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FC도르마무의 다음 페이즈에서는 그라운드 안과 밖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지 싶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거창하긴 하지만 연 날리기로 하늘을 동경하기 시작해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처럼 아마추어 축구를 향한 동경과 순수한 열망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면 영광스러울 것 같아요.
고알레를 통해서 아마추어 축구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건 절대 안 될 거야’ 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이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아마추어 축구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지금 창단 4년 차를 맞이하는 ‘FC도르마무’를 운영하는 지금도 저는 주변에서 ‘그거 안될 건데 왜 하냐?’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유럽의 축구 문화를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들뜨지 않고 우리의 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테니 산책하는 기분으로 함께 걷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저희 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족들의 희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주말에 모임을 갖는 FC도르마무의 2시간은 선수단들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양해를 구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제 와이프를 비롯한 그분들의 이해와 희생이 있었기에 이렇게 우리 팀이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과 나아가 가족들도 함께 응원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는 열려 있으니 질문이 있으시거나, 혹은 저희 팀과 무언가를 같이 해보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화: "중학생 때부터 축구 기사를 쓰셨다고요?" - 류호진님.
✅ DIVE IN은 축구에 뜻과 꿈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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