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하지 말고 항상 겸손하자.
누구는 내게 대단하다고 말한다. 어떻게 그 시간 내에 팔로워를 만들었냐며.
누구는 내게 부럽다고 말한다. 퇴사하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조금은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나를 치켜세워주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내가 뭐라도 된 듯 잘 나간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왜냐면 계속 여러 가지 기회들이 생겼고 또 제안을 받았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스스로 가라앉히고 침잠하며 생각해 본다. 내가 진짜 잘하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솔직한 답변은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으나, 잘하고 있지는 않다'였다.
사업을 해나간다는 것은 의사결정의 연속이고, 스쳐가는 모든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 싸움이다.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누구와 해야 할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창업자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여 결정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선택을 통해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다. 효율과 논리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정'에 호소하여 일을 성사시키기도 하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이더라도 마음이 동하면 한다. 이처럼 사업은 본질적으로 그 창업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형태가 수 없이 달라진다.
나에게 묻는다. '사업을 잘하고 있느냐?' 답은 간단하다.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잘하고 있느냐? 고 묻는다면 '콘텐츠 제작'은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동시에 여러 씨를 뿌리는 행위, 즉 당장의 이득이 아닐지라도 경험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무언가 들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그것은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창업자 본인도 자기 객관화와 메타인지가 중요하다. 그 기준은 결국 남이 아닌 나에게 있다. 그리고 한 번 더 고민해 보면 남에게도 있다. 모든 사업에 대한 확신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지만, 주변의 말도 들을 줄 아는 것이 객관화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어쩔 땐 고집스럽게 자기의 것을 쭉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고 했는데, 어느 상황에선 남의 피드백이 절실하기도 하다. 이 모순을 극복해하면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결국 창업자의 숙명일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나를 되짚어보면서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
어떤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은 모두 그럴 것이다. 팔로워, 구독자의 숫자. 그 규모로 그 채널이나 계정의 임팩트 정도를 측정한다. 사실 가장 정확한 정량적 지표이기에 이에 대해 이견은 없다. 하지만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팔로워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하면 종종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계정을 왜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를 생각해 보자. 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다.
그렇다면 왜 모으고 싶었을까?
축구라는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하고 또 프로젝트를 통해 임팩트를 주고 싶었으니까. 딱 이 이유 하나이다. 내가 이뤄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그게 미약할지라도 누군가는 용기와 영감을 얻길 바랐다. 작은 날갯짓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저 사람 뭣도 없는데 진짜 하네"라는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래야 이 축구판이 더 커지고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등장할 테니까. 그리고 동시에 나의 온드 미디어로써의 역할을 원했다. 코리안 야야뚜레가 어떤 걸 하게 되면 알릴 수 있는 창구랄까. 이런 온드 미디어를 갖고 시작하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의 싸움은 전혀 다르다. 그렇기에 꾸준히 나의 이야기를 쌓고 싶었다.
자, 다시 돌아와서 만약 내가 이런 이유가 부재한 채로 팔로워만 모으고 싶었다면 어땠을까?
축구 관련 영상을 불펌하여 릴스로만 엄청 찍어댔을 것이다. 그것이 알고리즘을 타는 비법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가장 빠르게 팔로워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이걸 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에게 어떠한 의미도 없다. 유머 계정을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난 축구 유머 계정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렇기에 가치나 의미가 존재할 수 없고, 동시에 그게 '과연 나스러운가'를 계속 되짚어보는 이유기도 하다.
자기 객관화와 메타인지를 통해서 코야뚜 계정을 보자. 나름의 고집으로 일관된 콘텐츠들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의도한 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내가 강조했던 '팔로워의 밀도'가 높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다른 계정들이 이 부분을 더 잘하는 경우도 많다. 카드뉴스의 비중이 매우 높고 주로 잘되는 선수 콘텐츠 등의 비율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결국 다른 계정과의 큰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렇기에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해야만 한다. 그것은 선수나 팀을 다루는 게 아니라, 좀 더 문화적인 것이여만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한 번 더 되돌아본다. 맨날 이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이렇게 자기 객관화와 메타인지를 발휘하는 시기가 있어야 한다고 다시 느낀다. 이것이 부재하다면 소위 말해 뽕에 취해있을 확률이 높다. 그것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잘 한건 잘했다고 하고, 부족한 건 보완하자. 그게 앞으로 사업을 해나가면서 내가 잃지 말아야 할 태도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거 괜찮다 싶으면 일단 하자. 일을 벌이면 내일의 내가 알아서 수습할 것이다.
다만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 확신은 내가 꾸는 11년 뒤의 목표와 일치하면 된다. 그것만 생각하고 쭉 나가자.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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