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그 사업의 시작이자 전부다.
시간이 쏜살같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2년이 지났다. 호기롭게 퇴사한 마음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2년이라니.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무작정 퇴사하던 그때를 돌이켜보면 치기 어렸고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럼에도 2년 전 그때로 돌아가면, 아마 똑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인간의 삶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20살이 넘고 성인 되어서는 와닿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경험의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했다. 이 세상을 만나면 저 세상이 궁금했고, 경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걸 할 때 행복한 지조차 모르던 20대는 그 어떤 사람으로도 변화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30대는 다르다. 여태 쌓아온 축적의 시간이 자신을 대변하고, 쉽게 무언가를 바꾸려고 해도 바뀌지 않는다. 새롭게 도전하기 힘들며, 지난 시간들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그렇기에 인생의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에 대한 확률이 적다. 20대 중반에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고 하면 박수치지만, 30대 중반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고 하면 걱정 어린 시선이 먼저 따라온다. 그럼에도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쩌면 '인간은 변할 수도 있다'라는 희망일 수도 있겠다.
불굴의 의지와 함께하는 열정일 수도 있고, 불가능할 것 같은 것도 되게 하는 끈기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남들보다 똑똑한 두뇌와 명석한 의사결정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스마트함이 될 수도. 물론 다 중요하다. 그런데 내가 2년 동안 혼자 일하면서 느낀 것은 되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능력'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잘할 수밖에 없다'. 즉 내가 재밌고 좋으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종류는 다양하고, 결국 그 방향은 창업자 본인에게 달려있기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2년 전에 나에게 돌아가 '이것을 제일 신경 써라'라고 말해줄 것이 있다면 바로 '자기 관리'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고? 회사원들에게도 자기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되물을 수 있다. 맞는 말이지만, 본인이 만약 1인 창업가라면 아이템을 선정하고 시장을 파악하는 것을 모두 떠나 '자기 경영'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자기 경영은 자기 계발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기 관리가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20대의 나는 부끄럽지만 자기 관리와는 아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신발도 꺾어 신고 선크림은 축구할 때만 발랐다. 책은 멀리했고 게임 방송과 자극적인 도파민만 쫓아다녔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일하기 시작하면서, 이 자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해보겠다.
1인 창업가의 하루는 본인이 결정한다.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늦잠을 자도 되고, 오후 3시에 퇴근하고 낮술을 마셔도 된다. 아니면 피곤함을 느끼면 집에서 12시간 넘게 자도 된다. 이 자유로움은 결코 누가 관여할 수 없다. 그것이 아마 사업가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다만 자유는 결국 책임을 동반한다. 자유롭게 살되 그 책임만 본인이 지면 된다.
퇴사를 하고 혼자 사업을 시작하면 세상이 변할 줄 알았다. 멋진 옷차림에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명함, 그리고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와인을 한 잔 하는 그림을 꿈꿨다. 누군가 나를 대표님이라고 불러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엉덩이를 붙이고 노트북과 씨름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고, 고민과 불안 속에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직장인 시절보다 잦았다. 누군가 나를 대표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앞으로의 생존과 어떻게 시장에서 인정받을지에 대한 고군분투가 내 삶의 화두가 되었다.
이처럼 사업은 고상하고 격식 있는 일이 아니다. 치열하고 낯 뜨겁다. 내가 믿었던 사람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좌절감을 느낌과 동시에 약간의 성취로 하루가 기분 좋아지는 감정기복이 공존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1인 창업가는 악독하게 나를 돌봐야 한다. 그리고 돌아봐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관리하는 게 사업의 시작이다. 그 사업의 아이템이 무엇이 되었든, 시장 규모가 어떻든 간에 첫 시작은 창업자이다. 창업자를 보고 투자가 시작되고, 창업자를 보고 동료들이 합류한다. 그리고 인프라와 인간 관계도 결국엔 그 사람이 일궈나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관리가 핵심이다.
여기서 자기 관리는 비단 외적인 모습을 가꾸라는 말만 해당하지 않는다.
- 계속 버티고 도전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도.
- 하루하루 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자신만의 루틴을 잡아가는 것도.
- 채움과 비움을 연속하기 위해 명상과 독서를 함께하는 것도.
모두 다 자기 관리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쌓여서 결국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 허울 좋은 소리일 수 있으나 좋은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좋은 사업이 존재한다.
두 가지의 포인트를 나눠서 생각해 보자.
1. 어떻게 하루를 더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
2.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 두 가지가 자기 경영이 필요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이다. 효율적으로 쓰면서 스스로의 케파를 늘려야 하고(직원을 뽑을 수는 없기에), 계속 무언가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 사업은 결코 한 달 반짝하고 끝이 아니다. 매출 1억을 찍으면 그 레벨에서의 고민이 생기고, 매출 100억을 찍어도 그 단계에서의 숙제는 여전하다. 그렇기에 계속 지속해야 한다.
먼저 1번의 숙제를 풀어보자.
1. 어떻게 하루를 더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
모두에게 24시간은 공평하다.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과 일의 효율은 달라진다. 먼저 하루를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오전 / 오후 / 저녁.'이 두 개중에 반드시 두 개의 챕터는 '일'에 배정한다. 대신 한 개의 챕터는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다른 공부를 해도 되고, 쉬어도 된다. 아니면 산책을 해도 되고, 사람을 만나도 된다. 대신 두 개의 챕터에는 반드시 '일'에만 집중한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개의 챕터에서 '일'에 집중할 때에는 '핸드폰'을 오프 해놓는다. 많은 정보가 알람이 오고, 그것을 놓칠까 봐 불안해한다. 불필요한 정보가 흩뿌려져 있을수록 계속 나의 집중력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에 휘둘리는 순간 핸드폰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오프하고 일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자. 최근 읽었던 '노모포비아'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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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이라는 것은 단순히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똑같은 시간에 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더 잘하는지가 중요하다. 1시간을 주더라도, 그 시간 안에 무엇을 할 것인지와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다르다. 그렇기에 인풋에 대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책 50P를 읽고, 자기 전에 책 5OP를 읽는다. 하루 안에 들어가야 할 능동적인 인풋은 이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수동적인 인풋으로는 출퇴근 시간에 40분씩 총 1시간 20분 동안 팟캐스트를 듣는다. 문화/교양/사회/사업 상관없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수동적으로 인풋으로 때려 넣는다.
인풋을 관리하다 보면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내가 보고 듣는 세상의 정보가 걸러질수록 더 뾰족하게 생각들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다음은 2번이다.
2.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결국 2번은 건강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하루의 컨디션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기분과 건강이다. 기분은 외부적인 변수지만, 건강은 내부적인 변수다. 내부적인 것을 먼저 제어할 수 있다면 쉽게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
단순히 운동을 하는 것만 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아니다. 가장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라고 생각하자.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다. 이 식습관을 통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첫 시작이다. 그리고 결국엔 운동이다. 하루에 30분이라도 걷자. 헬스장에 가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면 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기라도 하자. 몸짱이 되는 운동을 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자신의 몸을 자기가 잘 알 수 있을 정도로 단련해 놓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자. 그것이 비록 지루하고 힘들지언정 오히려 사업을 위한 길이다. 사업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결국엔 내가 바로 서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지금처럼 도전하자. 앞으로 또 1년은 나 혼자 일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더욱 나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말이 길어졌지만 한 줄로 요약해 보자.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관리하는 게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자, 잘 되기 위한 첫 번째 우선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