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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7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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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씨 Dec 06. 2023

나이 서른, 성형외과 수술대에 눕다.

남자친구랑 함께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보던 도중이었다. 멀리서 보니 새끼손톱만한 선수들 사이에서 한명이 눈에 띄었다. 분명히 키가 2미터쯤 되는 서양 사람들이 섞여 있는데도 그 사람만 보였다. 정말 멋졌다.


"저기 저 노란 완장 찬 1번은 누구야?" 하고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서울FC 1번? 기성용이야!"


나는 그날 내면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잘생기고 예쁜 게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인생의 3분의 1정도를 살아본 결과,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눈이 보이는 한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호감을 사고, 선심을 산다는 건 유리한 위치니까. 누군가를 만난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외관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항상 좋은 의복을 입으려고 하고, 예쁘고 멋져보이기 위해 우리 자신을 치장한다. 생물이 살아남기 위한 적자생존을 물어 뜯는 싸움 대신 옷과 외모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불리했다. 그렇게 예쁘지 않았고, 꾸밀만큼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스타킹을 기워입어서 친구들에게 놀림당했던 날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나는 정말 볼품없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런 불만족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우울증에 대한 약물 치료를 받아서인지, 엄마아빠와 떨어져서 살게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나아졌다. 꼬박꼬박 미용실에 갈수 있고, 헌 옷과 계절지난 옷을 계속 입지 않아도 되는 경제력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내 얼굴과 몸매만을 신경쓰기에는 내 얼굴은 그만큼의 상품가치성이 없었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내 얼굴을 가꾸는 것 보다는 내가 맡은 일을 잘하는것이 조금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교복치마를 입어야 했던 고등학생때는 종아리 근육을 그렇게 도려내고 싶었는데, 통 넓은 바지를 입고 다니는 지금은 항상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먹고 사는게 바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떨어져버렸다. 


어느정도 무관심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날부터 저녁쯤만 되면 머리가 아팠고 이마가 당겼다. 눈 뜨는게 힘들었고 눈에 힘을 주다보니 근시가 더 심해졌다. 아무래도 민숭맨숭한 눈두덩이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게 분명했다. 


쌍꺼풀 없이도 여태 잘 지내왔는데, 수술 할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병원을 여러군데 찾아서 상담을 했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나는 쉽게 대답했다.


"양쪽 눈이 제대로 잘 떠지면 될것 같아요. "


두통을 유발했던 내 눈꺼풀에 얇은 선이 생기는데는 불과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뒤로 별다른 처치 없이 나는 쌍커풀을 가진채로 살고 있다. 그래도 내심 성형수술을 하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줄 알고 기대를 해봤는데, 호박에 줄 그은 정도가 아니라, 줄이 너무 얇아서 티도 안난다. 줄을 긋긴했는데 보이진 않고 그냥 눈뜨는게 편해진 호박. (물론 아주 만족한다. 저녁 운전할 때 너무 편해졌다.)


그렇다. 나이 서른에 성형수술을 하고 미모 보다는 기능을 얻었다. 눈이 편해지다보니 글을 읽을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잘 보이지 않는 야밤에도 편하게 눈을 뜰수 있게 되었다. 원래 있었던 쌍꺼풀인 마냥 잘 지내고 있다. 


며칠전에는 여권사진을 찍었다. 원래 여권사진은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나와야 출입국심사가 편하기 때문에 여권사진 자체에 미모와 보정을 기대하기 어렵기 마련. 10년만에 다시 찍은 내 여권사진은 그럭저럭 볼만했다. 거참, 눈이 또렷하니 똘똘해 보인다면서 하하 웃어 넘겼다. 


내가 만약 내 외모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뭐든지 다 도려내고 적당히 주물러서 다시 붙이고 싶었던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지금의 결과가 마음에 들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아닐 것 같다. 


80억명의 사람들 중에서, 45억년의 지구의 역사에서 나는 그저 작은 점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덴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예쁜걸로 돈을 버는 사람처럼 될수 없고. 나는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어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좋은 외관은 축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건 아니었다. 이걸 깨닫는데는 인생의 3분의 1이 필요했다.


그날 나는 성형외과 수술대 위에서 되려 예쁜 용모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또렷해진 눈 보다 두통이 없는게 좋았다. 찰나와 같은 인생에서, 적당히 잘 지내기 위해선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함을 잠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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