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규제 완화 중 오랫동안 이야기된 것이 온라인 주류 판매 허용이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주류 판매가 가능한 것은 전통주뿐이다. 전통주의 경우 과거 오프라인에서의 판매처가 없는 상황에서 판매 활성화를 위해 1998년 우체국을 통한 통신 판매를 허용했다. 이후 규제 완화가 되어오다 2017년 전통주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일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전통주 판매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때만 해도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의 상승은 있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에 외출과 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하지 못하는 주류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통주의 소비가 증가하였다. 거기에 구매 중심이 젊은 층으로 옮겨가면서 다양한 전통주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접근성이 장점으로 작용하면서 전통주 소비에 크게 기여 했다.
전통주를 판매할 수 있는 일부 일반 인터넷 쇼핑몰 @더술닷컴 화면캡쳐
최근 주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이야기가 특정 주류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류의 온라인 판매(통신 판매)는 많은 나라가 허용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주류 통신판매 금지 국가는 한국, 폴란드뿐이다. 여기에 주류의 온라인 해외 직구가 1,000% 이상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유를 들고 있다. 주류의 해외직구 금액은 2018년 약 26억 1,005만 원에서 지난 2022년 약 344억 277만 원으로 1218%나 증가했다. 위스키 해외직구 구매 금액 역시 2018년 약 6740만 원에서 2022년 92억 1762만 원으로 1만 3575%의 성장세를 보였다. 온라인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술은 규제를 못 하면서 국내 온라인 판매만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주류 온라인 판매와 관련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들보다 주류 소비와 판매 관련한 규제가 약해 주류 접근성이 좋은 국가라 이야기한다.
엄격한 규제로 살 수 있는 술을 제한하고 있기에 온라인 및 통신 판매를 허용하는 해외 국가들과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주류 접근성이 좋은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할 경우 청소년 음주 확산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를 하고 있다. 조세연은 보고서의 내용뿐만 아니라 실제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주류 도소매업과 소규모 편의점, 보틀숍 등 골목상권에서 주류를 취급하는 많은 이해당사자에게는 시장의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류 통신판매 보고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또한 주류 온라인 판매와 관련되어서는 특정 주류만 선택적으로 풀어 줄 수가 없다. WTO 체제에서 최혜국 대우를 통해 특정 국가에만 차등적인 특혜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결국 모든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풀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모든 주류가 동시에 온라인 판매가 된다는 것이 우리 주류 시장의 경쟁력을 보았을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주류 시장의 전면적인 온라인 판매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영세한 전통주와 수제 맥주 등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해외 주류 직구도 한국 소비자원 보고에 의하면 와인, 위스키 등의 대부분이 해외직구보다 국내 구매가 더 저렴하다고 한다. 소비자원이 해외 주류(와인, 위스키 각 10종) 20개 제품에 대해 국내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 가격과 해외 쇼핑몰 직구 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와인은 10개 제품 중에서 8개 제품, 위스키는 10개 제품 모두 국내 구매 가격이 더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주류 직구를 하는 이유가 단순히 싼 가격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 없는 다양한 주류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집까지 배송을 해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일정 부분 가능하다. 집으로 직접 배달은 안 되지만 온라인에서 주류를 구매하면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 또는 편의점에서 픽업을 하는 주류 스마트오더 제도가 있다. 이러한 주류 스마트오더를 사업으로 하는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이용 편이성이 증대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와인, 위스키의 국내구매가격과 해외직구가격 비교 @한국소비자원 제공
주류 산업의 발전 차원에서 주류 온라인 판매는 해결해야 할 부분은 맞다. 지금처럼 소비자들의 주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 또는 해외 주류 직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주류시장 전체로 보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현재 몇몇 맥주와 소주를 중심으로 한 주류 지형에서는 전 주종의 온라인 판매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의 주류 온라인 판매 부분을 다루기 위해서는 조금 거시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류의 복잡한 주세 체계를 선진국 형태로 바꾸어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온라인 판매만큼 주요 규제 중에 하나로 증류주의 종가세 문제이다. 증류주(희석식·증류식 소주 및 위스키 등)는 현재 원가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이를 출고량 및 알코올 도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꾸는 것이 국민 보건 증진과 우리 술 경쟁력 제고 두 측면에서 모두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렴한 원가와 대량 생산이 쉬운 희석식 소주는 종가세가, 상대적으로 원가가 높고 숙성기간으로 대량 생산이 어려운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는 종량세가 세금 부담이 적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희석식 소주의 가격이 일정 부분 올라 음주 폐해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류식 소주, 위스키의 가격은 낮춰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끌어낼 수 있다.
이처럼 주류 온라인 판매 전면 개방은 주류의 전체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우리나라만의 주세 체계를 가지고 주류 산업이 발전해 왔다. 주류 산업 전체를 선진화하는 형태로 바꾸지 않고 단순히 특정 부분만을 규제 완화하면 그만큼의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온라인 주류 판매라는 부분적인 문제보다 더 큰 차원에서의 주류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