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227
주세(酒稅) : 국세의 하나. 주류에 대하여 매기는 간접 소비세로, 출고하거나 인수한 주류의 수량이나 가격에 따라 제조자나 인수인에게 징수한다.(표준국어대사전)
주세는 술을 만들거나 유통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세금이다. 우리나라의 주세는 주종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으며, 제도 안에는 종량세와 종가세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간단히 말해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나 수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종가세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이 글에서는 상세히 다루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두 제도를 모두 운용하고 있다. 주정을 포함한 탁주와 맥주는 종량세를, 그 외 주종은 모두 종가세를 적용받는다. 우리나라 주세가 처음부터 종가세 중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1949년 10월 21일 주세법 제정 당시에는 종량세였으나, 1967년 11월 주정·탁주·약주를 제외한 주류가 종가세로 전환되었고, 1972년 이후에는 주정을 제외한 모든 주류에 종가세 체계가 적용되었다. 결국 2018년까지는 모든 주류가 종가세였지만, 2020년 탁주와 맥주가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세제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실 주세는 오래전부터 양조장에 큰 부담이었다. 예를 들어 소주의 경우 현재 출고가의 72%가 주세로 부과되고 있다. 만약 생산 단가가 1,000원이라면 720원이 추가로 주세로 붙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부담 때문에 주세에 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맥주는 ’97년 전에는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150%의 세율이었다. 이후 2000년 100%, 2007년부터는 72%의 주세가 적용되고 있고 현재는 종량세로 885.7원/L의 주세를 내고 있다. 소주는 ’75년 전에는 희석식과 증류식 소주 모두 동일한 35%의 주세였다가 ’91년 희석식은 35%, 증류식 소주는 50%로 서로 다른 세율을 적용받았다. 반면 ’97년까지 고량주는 80%, 위스키는 100%의 다른 주세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1990년대 말 한·EU·미국 간 WTO 주세 분쟁에서 문제가 되었다. 결국 WTO는 우리나라 증류주 세율 격차 전면 철폐를 요구했고 그 결과 2000년 세율 체계가 개편되면서 모든 증류주류는 72%의 세율을 같게 적용하게 되었다.
이처럼 주세는 시대적 상황과 정책 환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앞으로 현재의 종가세가 종량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전통주 업계에서는 탁주나 약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세율 0%를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물론 WTO 최혜국 대우 원칙 때문에 특정 주종에만 별도 세율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전통주의 생산량이 전체 주류 시장에서 매우 낮고, 탁주·약주처럼 다른 나라에 없는 고유 주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세율 인하 또는 0% 적용 논의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전통주와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1990년에는 정부 주도로 탁주·약주의 주세 폐지를 추진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배경은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남아도는 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우리 농정의 난제이다. 간혹 쌀이 부족한 해도 있지만 대체로 해마다 반복되는 공급 과잉 문제는 정부가 시장 개입을 통해 재고를 떠안는 구조가 굳어졌다. 결국 재고 소진과 소비 확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실효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지점에서 전통주는 다시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전통주는 본질적으로 쌀을 원료로 하는 산업이며, 다른 주류와 달리 국내 농업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전통주가 전체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대로 여전히 미미하다. 소비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가 바로 주세 체계다. 해외 주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쌀 원료비 상승과 제조 단가 부담은 전통주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쌀 소비 확대라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면, 전통주에 대한 주세 폐지 또는 실질적 감면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선택지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WTO 규범, 최혜국 대우 원칙 등 국제무역 환경을 고려하면 특정 주종만을 우대하는 제도 설계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국가적 필요와 공익 목적이 명확하다면, 정책적 예외 인정도 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전통주는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국제 경쟁력이 확보된 주종도 아니고 자국의 점유율도 낮다. 무엇보다 국가 고유의 식문화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하는 분야인 한식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률적인 주세 규범 아래 묶어 두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재검토할 시점이다.
주세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기 위함이 아니다. 첫째, 전통주는 농업 기반 산업으로서 쌀 수요를 직접적으로 창출한다. 둘째, 지역 양조장의 성장은 지역경제·관광·브랜드 산업과 연동되어 다층적 파급효과를 낳는다. 셋째, 국내 소비 감소가 이어지는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는 ‘국내산 원료’라는 드문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으로 로컬푸드, 전통주류가 문화산업으로 확장되는 시점에서, 세제 장벽을 낮춰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경쟁력 제고와도 맞닿아 있다.
주세는 시대 변화에 따라 여러 번 조정돼 왔다. 그 변화는 언제나 산업의 필요, 경제 구조 변화, 국가적 목표와 함께 움직였다. 이제 전통주에 대한 주세 폐지 논의는 단순한 세제 혜택이 아니라, 농업과 지역경제, 문화산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전통주 산업의 성장과 쌀 소비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견인하기 위해, 전통주 주세 체계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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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소믈리에타임즈 https://www.sommelier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