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추수 때는 수입쌀 막걸리를 마시고 싶지 않다.

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24

수확의 기쁨이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라도 들판의 곡식과 잘 익은 과일만 보아도 느껴지는 일일 것이다. 힘든 농사일을 하다 잠깐잠깐의 휴식에 마시는 막걸리의 맛은 다른 어떤 한 술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끼는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확을 하고 있는 농민들이 마시고 있는, 막걸리에 있어 수입쌀로 만든 제품을 마시는 것을 볼 때가 많이 있다. 아마도 지역의 영세한 양조장들이 가격 문제로 수입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보니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3d9092b4276241febc4358ddb1b79c3e.jpg 출처 : 한겨레 사이언스


한 동안 매해 국정감사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에서 수입쌀을 이용해서 만든 막걸리가 많다는 기사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4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원료에서 쌀과 밀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45%, 52%다. 하지만 양조용 쌀의 64.2%가 외국산이다. 특히 탁주는 67.8%가 수입쌀로 빚어져 ‘무늬만 우리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noname01.jpg 매년 국정감사에서 나온 주요 단골 소재였던 막걸리의 수입쌀 사용 문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쌀 수입량은 약 40만 t이었는데 이중 가공용 쌀(단립종)의 가격은 1㎏당 564원이었다. 2017년 정부미(나라미) 1㎏이 2,274원인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햅쌀은 1㎏당 2,300~2,800원 선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더 크다. 특히 작년처럼 쌀 가격이 높으면 국산 쌀 구매를 주저하는 양조장이 늘어난다.


2.JPG 2019년 정부관리양곡 판매 가격 고시 / 출처-농림축산식품부


수입쌀을 사용하는 양조장을 비난할 수도 없다. 양조장도 이익을 내야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정책적으로 보면 외국에서 수입되는 수입쌀의 일부분을 가공업체에서 소비해 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제는 국산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에 수입쌀을 사용할 때 못지않은 혜택을 줘 자연스럽게 국산 쌀을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한 지원 방법을 고민할 시기이다.


먼저 막걸리 업체와 농가 간의 막걸리 원료곡(쌀)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성사시키는 일이다. 막걸리 원료곡 생산에 있어서 일반적인 쌀 품종으로는 생산단가를 맞출 수 없기에 수확량이 많은 다수확 품종을 재배해서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추는 일이다. 계약재배는 농가의 판로개척 부담을 줄여준다. 양조장은 품질 좋은 쌀을 시중보다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물론 계약재배라도 수입쌀보다는 비싸다. 그러기에 양조장과 농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쌀 보관·운반·포장비 등을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캡처.JPG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속적으로 막걸리 원료곡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있다. / 출처 -이대형 박사

또한 국산 쌀로 빚은 우리술에는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국산 쌀과 수입쌀의 가격 차이를 없앨 수 있게 원료 원산지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현재 주세(酒稅)는 원료 원산지와 관련 없이 막걸리 5%, 약주 30%, 증류주 72%로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특산주의 주세 감면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재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는 주세를 반으로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감면량이 발효주 500㎘, 증류주 250㎘ 이하로 매우 제한적이다. 세금 혜택 물량이 늘어나면 국산 쌀의 소비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단적인 이야기지만 농민들도 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를 소비해야 한다. 추수 때 마시는 막걸 리가 수입쌀로 만들어진 막걸리를 마시는 것은 쌀 소비 확대를 외치거나 쌀 가격 상승을 이야기하는 농민들의 모습과도 반대되는 일이다. 대형 막걸리 업체들이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하거나 아니면 국산 쌀 만을 사용해서 막걸리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막걸리를 다시 농민들이 마신다면 이것은 농민들도 이익을 얻고 막걸리 업체들도 이익을 얻는 길이 될 것이다.


70151229_2301377989917992_5328279145438773248_o.jpg 막걸리의 원료는 쌀이다. 쌀을 통해 농민도 이익을 얻고 막걸리 업체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출처-이대형 박사

이제는 대형 막걸리 업체들도 수입쌀이 아닌 우리 쌀로 만든 막걸리를 판매함으로써 막걸리는 우리 술이라는 이름을 걸맞게 해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막걸리를 생산하는 대형 업체들이 우리 쌀(햅쌀)을 사용하는 방법을 좀 더 근원적으로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것이 줄어드는 쌀 소비와 함께 막걸리 소비를 상승시키는 좋은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12002310_3.jpg 2018년 '햅쌀 막걸리' 시음회/출처 – 막걸리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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