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자료 펼치기(옛 신문을 중심으로..)-21
‘전통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설문을 하면 올드하다, 나이 들어 보인다, 세련되지 못하다 등이 몇 년째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이건 비단 전통주에 한정된 게 아니라 ‘전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붙는 일반적인 이미지인 듯하다.
전통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이 아니다. 몇 백 년 넘은 양조장을 운영하는 독일은 맥주가 프랑스는 포도주가 일본은 사케가 전통주가 될 것이다. 전통주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자랑스러운 술로 외국인에게 설명하는 것은 동일하게 오랜 역사의 술을 만들어온 그들에게는 이상한 설명이 될 수 있다.
법에서‘전통주’라는 3가지 면허를 지칭한다.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주류, 「식품산업 진흥법」에 따라 주류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체에서 지역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조한 주류(지역특산주)들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역사가 있는 술로 생각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전통주’라는 단어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게 오래전부터 사용된 단어는 아니다. ‘전통주’라는 단어가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1년 12월 4일 경향신문 이다. 그것도 1981년에는 한 번만 언급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토속주(土俗酒), 민속주(民俗酒)라는 단어가 신문에서 더 자주 등장한다.
우리 술의 역사에서 보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진 우리 술 문화가 복원되지 못하고 1980년까지 이어져왔다. 하지만, 1981년 10월 1일 88 올림픽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된 후 정부는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외국에 소개할 우리 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존재하던 전통이 있던 가양주도 면허를 받고 만드는 술이 아니었다. 밀주였던 것이다(1973년부터 신규 제조면허를 불허했고 1998년에 가서야 탁주의 신규 제조면허를 발급했다). 다음 해인 1982년 밀주를 단속하던 정부가 집안에서 몰래 빚던 가양주를 ‘향토술’로 선별하고 무형문화재로 지정, 보전하겠다고 발표한다.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고 이걸 반영해서 전통주 개발이 한창이라는 기사도 나온다.
1982년 문화재위원회에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전통주 제조기법과 기능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중요도에 따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한다. 1차 결과로 12개 시도에서 46종(기능자 64명)이 조사되었다. 이후 몇 번의 조사과정과 관능평가를 통해 1986년에 '향토술 담그기'라는 문화재 명칭으로 3개의 술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0종은 시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정하라고 권고했다(이상훈, 전통주 아카이빙을 생각한다 참고).
올림픽을 개기로 가양주 중 중요한 술을 양성화하기 시작하면서 일반술과 다른 개념으로 ‘민속주’, ‘향토술’, ‘전통주’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6년까지는 매년 신문에 10번 정도 거론되던 전통주라는 단어가 1997년 33건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때 백세주라는 술이 히트를 치면서 신문에서 전통주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전통주’가 우리술을 지칭하는 단어로 인식되게 된다.
이후, 2009년 우리술의 품질 고급화, 전통주의 복원, 대표 브랜드 육성을 통한 세계화 등의 내용을 담아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때부터 우리 술의 지원을 위한 법률 작업이 시작되고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때부터 우리 술을 부르는 이름이 ‘전통주’로 법적인 자리를 잡게 된다. 어찌 보면 전통주라는 명칭은 최근에서야 법률로써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전통주라는 단어 중 ‘전통’이 가진 모호함이 있다. 사전적 정의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 관습, 행동 따위의 양식"(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실체를 가진 하드웨어보다는 정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다. 지금의 술이라는 제품보다 만드는 방법, 만드는 사람 등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또한, 언제부터 만들었던 것을 전통이 있는 술로 불러야 할지 모호하다. 50년 전, 100년 전 아니면 조선시대, 결과적으로 오래전이라는 시기가 정확하지 않기에 전통주의 정의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돼 버린다.
이 글이 ‘전통주’를 부정하자는 내용이 아니다. 현재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주의 시장 확대가 크지 않고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우리 술을 표현하고자 한 ‘전통주’가 ‘전통’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우리 술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게 아닌가 고민을 하게 된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전통주라는 표현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전통주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는 있는지, 아니면 전통주의 정의는 무엇인지, 우리 술의 발전을 위한 방한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