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주(酒)저리 주(酒)저리-25
최근 와인시장에서 가장 떠오르는 이슈는 ‘내추럴 와인’ 일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90년대 후반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 국내 와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되고 있다.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아직 없는듯하다. 많은 의견을 정리하면 “유기농(organic) 혹은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와인 양조 과정에 자연 효모가 발효하게 하고, 인위적으로 더하거나 빼지 않은 와인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와인 보존제로 쓰이는 이산화황은 넣지 않거나 병에 담기 직전 최소한을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추럴 와인이 유행하는 이유를 보면 희소성과 먹거리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이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양조할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이다. 내추럴 와인은 그 희소성이 커서 ‘지금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와인’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 또한, 기존 상업적인 대량 제조방법에 대한 반감과 바른 소비에 대한 인식의 변화, 내가 마시는 와인에 대한 친환경 소비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맥주에서도 내추럴 와인과 비슷한 것이 있다. 바로 람빅(Lambic) 맥주이다. 대기 중에 부유하거나 람빅 맥주가 담긴 오크통에 서식하는 야생 효모나 박테리아 등을 이용하여 맥주를 만드는 방식이다. 람빅 맥주에서도 인간의 역할은 넓은 개방형 발효조에 야생 효모와 박테리아들을 받아들여 발효를 유도하는 작업 이외에는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원료와 발효 방식이 다르지 인간의 관여를 최소화 한 의미에서는 내추럴 와인과 비슷하다.
이처럼 내추럴 와인이나 람빅 맥주에서 원료를 쌀로 바꾸어 놓고 생각을 하면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수제 막걸리와도 비슷한 점이 많다. 과거부터 전통주들은 쌀, 누룩, 물 이외에는 특별한 첨가제를 넣지 않고 만들었다. 특히, 누룩과 발효방법을 다양화해서 인위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맛의 차별화를 해왔다.
막걸리 중에 전통주 형태 막걸리를 부르는 이름은 수제 막걸리 또는 프리미엄 막걸리라 부른다. 기존에 대량으로 생산, 판매되는 막걸리와는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붙이는 명칭이다. 하지만 이 명칭들이 전통 막걸리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수제라는 의미는 제조방법에서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만 있을 뿐 원료나 제조방법에 대한 가치를 설명하지 못한다. 프리미엄 역시 전통 막걸리에 고급이라는 인식만 추가해 줄 뿐이지 무엇이 프리미엄 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이미 대량으로 생산되는 막걸리 제품에도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쓴 제품들이 많아서 전통 막걸리를 지칭하기 어렵다.
제조 형태에 있어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한 내추럴 와인을 보면서 최근 생산되는 전통주 형태의 막걸리를 ‘내추럴 막걸리’라 부르면 어떨까 싶다. 우리 전통 막걸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추럴 와인처럼 자연에 있는 균을 사용하고(누룩) 제조에 있어서도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철학과 제조 형태가 내추럴와인이나 람빅 맥주와 차이가 없는 듯하다. 우리 막걸리는 태생부터가 내추럴이기에 ‘내추럴 막걸리’라는 단어의 사용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