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통주 이야기 옮겨오기-30
연말이면 한해의 결산과 함께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바쁜 시기이다. 기업들은 내년에 어떤 사업이 유리할지 어떤 물건이 잘 팔 일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 그런 이유로 항상 이때쯤 내년을 예측하는 트렌드 관련 책들이 나온다.
우리 술과 관련되어서도 소비 트렌드 분석을 매년 해오고 있다. 트렌드 분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의 미래를 예측한다. 여기에서도 다양한 전통주 자료와 현장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내년에 어떠한 전통주 시장이 만들어질지를 예측해 보려 한다.
먼저 우리 술의 저도수화이다. 내년에는 소비자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저도주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소주부터 맥주까지 술들의 저도 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술의 저도수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막걸리이다. 기존 막걸리는 알코올 6%였다면 최근 대기업 막걸리는 5%로 낮아졌다. 낮아진 이유가 원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도 낮은 도수를 원하는 문화도 반영되었다. 증류식 소주 역시 많이 판매되는 도수는 25% 내외의 소주들이다. 이 도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희석식 소주의 17% 내외에 비해서 높다. 그러기에 소비자의 기호도에 따라 증류식 소주의 도수도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현재 약주도 7%, 10% 약주가 판매가 되고 있고 한국와인도 도수를 낮고 있다. 내년에는 낮은 도수의 우리 술 제품들이 많이 출시될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술의 소형화이다. 홈술, 혼술(1인 음주), 소확행(작은 사치) 등으로 인해 우리 술의 소량화 및 다양화, 고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2018 주류소비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비 주종은 맥주와 소주이지만 우리 술 소비가 3% 정도 증가하였다. 특히 선호도 측면은 5.1%가 증가하는 등 과거에 비해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전통주 선호도에 주류 트렌드가 더해져서 집에서 편하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우리 술을 마시는 경향이 커질 것이다. 다양한 주종에서 집에서 혼자 먹기 위한 소용량 술들이 생겨날 것이다. 막걸리는 500㎖, 한국와인은 375㎖ 등 소형화된 술들이 더 많이 유통될 것이다. 일반 식당에서 판매되는 술의 크기는 동일하겠지만 온라인상의 판매는 집에서 혼자 마실 수 있는 크기로 변할 것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가정용 전통주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 번 째는 우리 술 가격대의 다양화이다. 기존 우리 술의 가격대는 낮은 것은 1,000〜2,000원선, 프리미엄은 10,000원〜20,000원 선으로 중간 가격대가 많지 않다. 프리미엄 시장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은 부담이 되기에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다. 경제상황이 침체되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부담이 된다. 최근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병의 재질이나 디자인은 고급스럽게 하면서 플라스틱을 사용해 가격은 낮춘 중저가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가 내년에는 더 많아지면서 많은 중저가 제품이 출시될 것이다.
네 번째는 퓨전 술들의 출시이다. 기존 우리 술에는 쌀 제품이 가장 많았다. 최근 다양한 기호도에 맞춰 해외 과일이나 기호품들을 넣은 술들이 출시되고 있다. 2019 국세통계연보에서 출고량이 증가한 주종에 기타주류가 있다. 기타주류는 다양한 제품이 섞여 있는 곳이지만 많은 부분 첨가물이 들어간 새로운 우리 술 제품들도 많다. 바나나, 알밤, 커피 등 기존에는 우리가 흔히 보는 첨가물이었다면 이제는 깔라만시, 자몽, 히비스커스 등 쉽게 만나기 어려운 것들을 첨가한 우리 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차별화를 원하는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새로운 첨가물이 들어간 우리 술들이 많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약주시장의 활성화이다. 올해 2019 국세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술들 소비가 감소했다. 하지만 약주와 청주시장에 한해서는 판매가 증가했다. 물론 과거 약주시장 규모를 생각한다면 증가폭이나 시장 크기는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저도수 문화와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시장 상황을 보면 약주 시장은 증가할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다르게 첨가물이 있어 향이 있거나 단 술보다는 쌀과 누룩을 이용하면서 첨가물이 최소화되고 달지 않은 약주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몇 가지로 내년도 우리 술의 소비를 예측해 보았다. 미래를 예측하고 트렌드와 관련된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 글은 트렌드 예측보다 우리 술의 소비가 이러한 방향으로 소비되었으면 하는 기대 심리로 정리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우리 술이 활성화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술을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과술 2019년 12월호 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