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에피소드 2
순례길을 걷다보면 매일 해뜨는 모습과 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모두 보지는 못한다. 늦게 알베르게에서 나오거나 일찍 잠들면 일몰과 일출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큰도시에 머물게 된다면 더욱 그렇다.
메세타 평원지대가 사람들에게는 피하고 싶어하는 장소이다. 끝도없이 길고 긴 길과 변화없는 맹탕같은 순수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지에서 떠오르는 해와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메세타평원 지역이다. Bercianos del Real Camino에 다다라 순례자들과 함께 알베르게 봉사자들이 제공해주는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서로 순례길을 찾아온 이유를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설겆이까지 마칠때 즈음 해가 저물고 있었다.
스페인은 6월 정도에는 해가 9시가 넘어야 진다. 때마침 지평선에 떨어지는 일몰을 보게 되었다. 왠지 이날을 놓치면 후회할것 같아 부랴부랴 침대방으로 뛰어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순례자들을 모델삼아 일몰 사진을 찍었다.
저마다 감탄사를 자기 나라 말로 터뜨렸다. 그리고 하염없이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무는 순간을 잠깐이라도 놓치기 싫은 듯 서로 약속한 듯이 마냥 그대로 서 있다.
여기 순례자들은 지는 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며? 하니면 무언가 소원을 빌었을까?
내가 찍은 일몰 사진을 알베르게 봉사자인 린다에게 보여줬다.
" Amagzing picture!!" 라며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리고 자기 동료들도 같이 찍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메일주소를 통해 사진도 보내달라고 몇 번을 얘기해왔다.
"꼭 보내드릴게요.^^"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메일 주소를 받지 못했다.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나름 숙제가 생겨 버렸다.
단순히 해가 지는 풍경만 찍었다면 밋밋했을 것이다. 여기에 순례자들이 함께 한다는 공유하는 마음과 생각이 있었기에 사진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졌다. 짧은 순간에 눌렀던 셔터가 사진을 만들어 내고 내 인생에 기억될 사진도 얻었다. 일몰을 스페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보았었지만 지금과 다른 느낌이다. 굴곡있는 지평선에 지는 모습과 평탄한 지평선에서 저무는 해의 모습이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어느 시간에 어느 순간에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것이 일몰의 풍경이다. 그리고 내 가슴이 뛰고 있음을 감지했을때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몰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자연이 주는 커다란 선물을 나와 나와 함께한 순례자들은 기쁘게 받아 들였다.
순레길은 걷는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여유가 있다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만나다. 작은 행복과 추억을 가득 안은체 순례길에서의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