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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의 아이콘, 노란화살표와 가리비

작은 에피소드 9

순례길의 아이콘 - 노란화살표와 가리비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이를 안내해줄 표식이나 정보가 없다면 헤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설령 안내표시판이 설치가 잘 되어 있어도 이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옳바로 찾아갈 수 있다. 한국에는 수없이 많은 둘레길이 있는데 각각 다른 형태의 표시판과 식별기호를 사용하기때문에 각각의 둘레길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순례길은 아주 간단하다. 노란색화살표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각 자치주별로 노란색화살표와 가리비를 엮어 디자인이 다른 형태의 표시석이 설치되어 있다. 이모두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모양이 다르다고 한국처럼 다른 둘레길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리비가 왜 순례길의 심벌이 되었을까?


가리비 껍데기가 순례자의 상징이 된 것은 성 야고보에 관한전설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는 베드로, 요한과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의 3대 제자에 속하며, 그는 예수가 사망한 후 멀리 이베리아 반도까지 가서 선교 활동을 펼쳤다.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그는 참수를 당해 예수의 제자 중 첫 번째 순교자가 된다. 제자들이 그의 시신을 빈 배에 태워 바다에띄웠는데 놀랍게도 이베리아까지 떠내려갔다고 한다. 해안에 닿은 야고보의 시신은 조개껍데기들에 싸여 손상되지 않은채 보존돼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어떤 말 탄 기사가 바닷물에 빠졌는데 야고보의 도움으로 살아는데 물 위로 떠오른 그의 몸이 조개껍데기로 싸여있었다고 한다. 또는 템플기사단이 야고보의 시신을 수습하여 산티아고에 옮겼는데 바다를 건널때 조개 껍데기의 도움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러한 일화에 따라 가리비 껍데기는 야고보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치유와 구원의 능력을 가리키게 됐다. 그래서 순례길에서 템플기사단과 가리비는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소재이자 역사적인 사실이다.

(이미지출처 한국순례자협회 홈페이지 )



노란색 화살표는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성직자인 Elias Valina에 의해 고안된 노란색화살표는 1984년에 처음으로 사용되어졌다고 한다. 나무, 벤치, 도로 등에 표시하였고, Navarre지역에서 최초로 화살표가 그려졌다고한다. 이후 1985년 까미노친구들의연합(Associations of Friends of the Way of Saint James) 회의를 통해 프랑스길 전체에 노란색화살표를 사용하자고 합의가 되어 프랑스길에 최초로 노란색 화살표가 그려졌다고 한다. 이때 갈리시아 자치주에 속하는 프랑스길 루트는 표시석에 거리표시를하고, 순례길 복원, 청소를 하면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럽의 문화여행 코스와 식별하기 위해 순례길은 파란색 배경에 노란색 화살표로 표시하여 운영하고 있다.



산티아고순례길과 표시는?


스페인의 순례길은 꽤나 많은 루트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루트에는 노란색 화살표와 가리비표시가 그려져 있다. 대표적인 루트가 12개이며, 부가적인 루트까지 포함하면 스페인 전역을 포함하고 있는 방대한 순례길이다. 이모든 순례길에는 동일한 노란색화살표가 그려져 있으며, 순례길루트가 갈라지는 곳에는 이를 안내하는 표시석이 부가적으로 더 설치되어 있다. 이중에 프랑스길은 전체 순례자의 70% 정도가 찾아가는 곳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걷는 루트 이다. 그래서 다른 순례길에 비해 안내표시가 더 많고, 세세하게 설치되어 있는 편이다.

Camino Francés (프랑스길)

Camino Francés por Aragonés

Camino Primitivo (초기의길)

Camino del Norte(북쪽길)

Camino Inglés

Camino a Finisterre

Camino Portugués (포루투갈길)

Vía de La Plata (남동쪽의 길)

Camino de Invierno

Camino Sanabrés

Camino de Le P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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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프랑스길의 주요 도시 및 거리
프랑스길 루트





갈림길에서의 표시는...


루트가 갈라지는 지점의 예를 들면, Leon 시내에서는 Oviedo로 가는 길과 프랑스길 방향이 Santiago 갈림길 표시를 볼 수 있다. 북쪽길에서는 프리미티보루트와 북쪽길 루트가 나누어지는 지점에 표시석이 설치되어 있다. 이외에도 각각의 루트에 갈림길, 우회길이 있을 경우 설명해주는 표시석과 화살표가 잘 표시되어 있다.

북쪽길 방향인 Gijon과 프리미티보길 방향인 Oviedo로 갈라지는 지점의 표시석
Leon-Astorga 구간 갈림길 안내 표시판
Triacastela-Sarria 구간 갈림길 표시


지방에 따라 자체적으로 노란색 화살표이외에 다른 색깔의 화살표를 표시해놓은 경우도 있는데 부가적인 설명을 위해 표시해 놓은 경우가 많다. 주변에 노란색 화살표가 있으면 이를 따르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색 화살표를 따라가도 무방하다. 노란색 화살표와 가리비는 가로수, 벤치, 도심에서는 바닥 보도블럭 사이에 그려져 있거나 새겨져 있으며, 갈림길마다, 골목마다 그려져 있다. 다른 루트에 비해 프랑스길은 표시물이 많아 GPX파일 등이 없어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 이러한데도 어려워하는것은 표식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순례길를 안내하는 화살표가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갈림길이 있거나, Bar , 알베르게 등을 알려줄때도 노란색 화살표옆에 표시되어 있다. 이 표시를 따라가면 공립알베르게 또는 Bar에 다다른다. 순례길을 따라 가려면 이 표시를 피해 다른 노란색 화살표를 찾아야 한다. 가끔 화살표와 'A'만 그려진 표시도 볼 수 있는데 이또한 공립알베르게를 알려주는 표시이다.



도심의 바닥에 설치된 블럭형 표시물과 그외 표시


팜플로나, 레온, 부르고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같은 큰 도시에 들어서면 골목길과 차도가 혼재되어 있어 화살표를 찾기에 어려움을 겪곤한다. 가로수나 벤치가 거의 없어 화살표를 그려놓을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바닥 블럭에 가리비를 새겨 놓는 경우가 있는데, 지역마다 도시마다 모양새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가리비가 펼쳐진 방향을 따라 걸으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것은 동일하다. 단, 화살표가 그려져 있으면 화살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외에도 바닥에 노란색으로 문구 등을 써놓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은 마을도 제법 많다. 특히 마을 갈림길이나 우회길을 안내할때 사용되며, 가끔 마을 주민들의 이기심으로 오리지널 루트의 화살표를 지우고 자기네 마을로 유도하는 화살표를 그려 놓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거의 수정되어 원래의 순례길따라 걸어 갈 수 있으니 화살표만 찾으면 된다.

이렇게 순례자들이 돌을 모아서 헷갈리기 쉬운 숲길에 화살표를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따라 가도 무방하다.




별도 안내문구나 지역의 표시물로 안내하는 경우...


지역에 따라 지역만에 특징을 살림 표시판이 사용되기도 한다. 도로변에는 'Camino de Santiago'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는 입간판이 많이 보인다. 프랑스 지역인 생장에서는 노란색 화살표 보다 Roncevaux라는 글자와 가리비가 그려진 표시물이 많다. 특히 GR루트 표시판이 혼재되어 있어 생장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코스자료와 설명을 잘 들어야만 한다. 도시나 마을에 들어설 경우에는 마을이름이 쓰여있는 흰색 바탕에 글씨가 쓰여진 표시판과 마을정보를 안내하는 안내판이 초입에 설치되어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숙박, 쉼터, 물급수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회길이 있을 경우...


갈림길(또는 Alternative)는 순례길 루트상에 마을과 마을을 다른 코스로 구분한 길이라면, 우회길은 도로나 위험할 수 있는 구간을 안전을 위해 돌아가도록 표시한 길이다. 대부분 표시석에 'Complementario'라 쓰여져 있으며, 이 문구가 쓰여진 길이 우회길이며, 그 외 루트가 원래의 순례길이다. 따라서 어디를 가던 상관없지만 대부분 우회길이 안전을 확보하기위해 마을 안쪽이나 농로를 따라 걷기에 조금 더 길다.


이외에도 순례길에는 여러 표시물이 있는데, 특히 가리비 모양이 자치주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Galicia지방은 가리비가 펼쳐진 쪽이 진행할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는 반면에 다른 지역은 가리비가 오므라져 있는 방향이 진행방향이거나 무작위로 표시된 곳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노란색 화살표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Galicia지방에 들어서면 표시석 안쪽에 잔여 거리가 표시된 숫자가 쓰여져 있다. 이를 통해 남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데 대부분 유실 또는 소실되어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

갈리시아 지방과 그외지방의 가리비 모양에 따른 방향 표시
로그로뇨의 순례길 표시물



기타 중요 표시석


순례길을 걷다보면 의미가 있는 표시석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순례길인증서를 받기위해서는 최소 100km를 걸어야 하는데 Sarria를 지나면서 100km 안내표시석이 있다. 몇 개가 100km라는 숫자가 쓰여져 있지만 실제로는 100이라는 숫자가 음각되어 있는 표시석이 진짜이다. 이외에도 숫자가 특이하거나 피스테라에 있는 0.000km 표시석 같은것도 순례길에서 기억에 남을 기념비이다. 이러한 표시석을 찾아보는것도 나름 재미있는 순례길을 만들어 준다. 마을 중간마다 잔여 거리를 표시해 놓은 벽화나 글씨가 있는데 숫자가 줄어가는것을 볼때마다 많이 걸어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북쪽길에 있는 111.111km 표시석



순례길에 있는 순례길이 아닌 표시


생장 피에드 포트에서 시작하여 피레네산맥을 넘을때 GR-65번과 GR-12번 코스를 따라가라고 설명을 해준다. 여기서 GR이라는 생소한 표시판을 보게 되는데, 흰색과 빨간색으로 선을 그어놓은 표시해 놓았다. 이는 유럽 전역에 펼쳐있는 GR(Grande Randonnee)를 표시한 것으로 한국의 둘레길과 같은 의미이다. GR은 대부분 풍경이 좋은 산과 계곡, 숲이 있는 길을 연결해 놓은 것인데 순례길과는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피레네산맥을 넘을때나 팜플로나 가는 길에 GR루트와 일부 겹치는 경우는 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표시를 따라가면 안된다. 예전에 북쪽길에 처음 갔을대 GR표시가 꽤 많이 보였다. 나를 인솔한 경험있는 친구는 이것이 어려운 길과 쉬운길을 구분한 표시라고 했었는데 나중에 외국인 순례자를 통해 확인해 보니 난이도를 구분한 길 표시가 아니였다. 애초에 태생이 다른 길 표시 이다.


순례길에서는 오로지 노란색 화살표와 가리비표시만 따라 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순례길표시와 GR 표시가 같은 자리에 그려진 곳도 간혹 있다.
북쪽길의 GR 안내판
피레네 산맥 중간에 있는 GR 루투 표시, 작은 가리비 표시가 있으므로 해서 동일한 루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인 표시물을 알고 나면 무척이나 쉽지만 그렇지 않으면 길을 찾는것 조차 힘들정도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둘레길은 길마다 다른 모양과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순례길은 단순하고 명료하게 노란색화살표(Yellow Arrow)만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순례길은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산티아고로 가는 길" 이기 때문에 일방향으로만 표시가 되어 있으며, 산티아고에서 출발하여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갈때는 표시가 잘 보이지 않거나 없다. 북쪽길 일부에는 역방향 표시가 있지만 이또한 Oviedo까지 가는것만 있을 뿐이다.


우회길이나 갈림길이 나와도 걱정하지 말고 안전하게 순례길을 다녀오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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