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동해 푸른 바다가 보이는 달동네마을 -논골담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1





  더운 여름날 바다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난 바다보다는 산과 계곡을 찾아가는 기회가 더 많다 보니 여름바다를 보거나 휴양하듯 보내는 경우는 최근에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없듯이 올해 동해바다에서 며칠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도 못했다가 실제로 이루어 졌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동해시(예전의 묵호 와 동해)이다.


 바다만 보려 했는데 그곳에 어여쁜 골목길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적이 있어 찾아보게 되었다. 묵호등대 위 좁은 골목길따라 미로처럼 얽혀있고, 벽화가 그려진 논골담길…


  

동해바다를 마주하면서 처음 찾아간 곳이다.

* 논골담길 코스 지도 보기 -> 논골담길 : 등대오름길-> 논골담길 1코스 -> 논골담길 3코스 



어디를 갈까? >


 전국에 벽화마을이 조성된 곳이 약 300여 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피랑마을과 서울이화동마을부터 시작하여 불어닥친 벽화조성사업은 낡은 모습을 걷어내고 새롭게 바꾸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화동 마을의 벽화 그림)


  (동피랑 마을의 벽화 그림)


하지만 그냥 벽화만 그리고 만 벽화마을과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조성된 벽화마을은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차이점이 생긴다.


동해의 논골담길 벽화마을은 어떨까?


 단순히 마을 주민들이 그린 벽화는 아니다. 문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원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목적성을 가진것이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발벗고 나선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그냥 멀리서 훝어보기 보다는 걸으면서 세세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 논골담의 담화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묵호항 수변공원에 도착하면 길 건너편에 ‘등대오름길수퍼마켓’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옆에 논골담길이라고 그려진 그림이 길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버스에 타고 오라는 듯 손짓하는 할머니의 그림이다.


논골담길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 할머니는 원더할머니(?)라는 별칭이 있다. 이곳저곳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며, 살아 있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마치 시골집에 놀러온 손자들을 대하듯이 말이다.


처음 접한 구간은 “등대오름길”인데, 가장 오른쪽 골목을 따라 올라간다. 유일하게 바다를 바다보며 묵호등대까지 가는 등대오름길은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집이 산비탈 밑에 유연하게 자리잡고 있다. 안내판조차도 정해진 틀이 아닌 손가는대로 그려놓은 듯 하다.



논골담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벽화에 그려놓은 방향표시가 더 정겹고 이쁘기만 하다. 정해진 디자인 없이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골목길을 헤매지 않도록 안내를 해준다.



   부산 감천마을에서 보았던 파스텔색상의 화살표와 그 위에 노니는 작은사람들 그림이 순간 중첩되어 생각이 난다. 표시판도 이렇게 개성있게 나타낼 수 있는데 왜 못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골목길따라 묵호등대앞에 도착하면 마을 어르신이 직접 논골담길 안내리플렛을 나눠주며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이쁜 여성들에게만 유독 길고 정답게 알려주신다. 남자인 내가 지나가니 그냥 인사만 할 뿐이다..



마을 꼭대기에 다다르면 왼편으로 논골담길 1,2,3코스를 안내하는 전봇대위 표시판과 담벼락에 그려진 방향표시 그림이 다음에 가야 할 곳을 가리키고 있다.



그전에 묵호등대와 바다를 바라본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본적이 있었던가 싶을정도로 매우 파란 하늘과 푸른색 가득한 바다가 수평선이 있다 하더라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늘의 띠처럼 이어진 구름과 파도가 부서져 일으키는 하얀 거품도 섞여 있으니 하늘의 구름파도처럼 보인다.



등대에서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쪽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아마도 내려가면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이게 부담스러운가 보다. 걸어 내려가 출렁다리를 건너 다시 방파제가 있는 항구거리로 내려왔다. 곳곳에 신선한 생선과 조개를 굽는 냄새 솔솔 풍겨온다.



허름한 항구 공판장 건물 맞은편으로 접어들어 논골담 1코스로 접어든다. 오르막이지만 길따라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올라오는 힘들지도 않는다.



묵호항을 내려다보는 풍경도 아름답고 골목길에 유머가 있는 벽화도 정겹다. 특히 산비탈 맞은편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닥지닥지 붙어있는 집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벽화가 아닌 타일로 모자이크 한것처럼 독특한 그림처럼 보인다.


  논골담길 1코스를 올라오니 아까 보았던 원더할머니가 우리를 다시 맞이해 준다. 이번에는 매표소처럼 생긴 곳에서 입장료(?)까지 받으려고 한다.



논골담 3코스를 따라 다시 내려오려 한다.



역시나 많은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은 사실적인 옛 동네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들이다.



  옛 생각을 불어일으키는 공중전화와 아이스크림 냉장고, 동전넣고 돌리는 뽑기… 특히 쥐를 잡자는 포스터를 보면서 너도나도 옛날에 쥐 잡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내려오는 길에 시원한 냉커피가 생각나 묵호벅스라는 커피숍이 있는 줄 알고 찾아가 보니 벽화에 “별다방”을 모방한 “묵호벅스”가 그려져 있다.. 

"아뿔싸… 낚였구나…"



잔잔한 웃음을 계속 나오게 하는 논골담길이다.


 올라갈때는 몰랐는데 내려올때는 골목길이 생각보다 가파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네에서 살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다녔을까 싶을 정도이다.



   무거운 짐이라도 들었다면 더욱 낭패였을지도…



그러니 어느집 담벼락에 붙은 안내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 골목은 택시를 불러도 오지 못하니 찬찬히 붙어 있는 집들 사이를 둘러보며 걸어내려가라고…



이말대로 찬찬히 둘러보며 내려오니 금새 내려온다. 골목길 내려올 때 마시고 싶었던 차가운 커피는 수변공원에 알록달록 그려진 차에서 파는 길다방표 커피로 대신 한다.

 


TIP>


가는방법 :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시행 버스를 타고 동해공영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하여 묵호항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시내버스가 있겠지만, 초행길은 찾기 애매할 것이다. 묵호항수변공원에 하차하여 맞은편 절벽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등대슈퍼 옆으로 논골담길 중 ‘등대오름길’입구를 찾을 수 있다. 자가용을 가져올 경우, 네비게이션에서 “묵호항수변공원” 검색하여 찾아가면 되며 공영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 논골담길 코스 지도 보기 -> 논골담길 : 등대오름길-> 논골담길 1코스 -> 논골담길 3코스 



돌아 오는길에… >


논골담길을 돌아보며 다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그냥 벽화가 아니라 삶의 느낌이 베어있는 벽화라는 것, 그리고 시와 어우러지는 풍경그림이 있다는 것이다.



그냥 벽에다 그린 그림이 아니라 시화를 마을 전체에 그려놓은 것이다.


어찌보면 논골담길은 도심을 걷는 길이 아니라 그림 속을 걷는 체험의 공간인 것이다.


전국에 많은 벽화마을이 있지만 기억에 남는 곳은 많지 않다. 나름의 이유가 없고 그냥 그린 것은 벽화가 아니라 낙서일 것이다. 또 그런곳은 벽화마을이 아닌 어른들이 만든 낙서마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뻘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