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기억되는 길
2010년 부터 둘레길 붐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길이 인기를 끌어 제주 올레여행의 로맨스를 만들어 냈고, 지리산둘레길 일부가 완성이 되었고 서울 근교에도 북한산둘레길이 완성이 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북한산국립공원 주변을 따라 조성되었다는 북한산둘레길은 2010년 9월에 북한산구간 44km가 완성되었다. 그래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첫 걸음을 내딧기위해 공지글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KBS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북한산둘레길을 걷는다는 공지글을 보고 동행 취재가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연락을 했다고 한다. 북한산둘레길이 개통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서울시 중앙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기 쉬운 곳이라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이 가지는 듯 했다.
동행 취재의 내용은 둘레길 코스에 대한 평가, 안전성 등에 대한 인터뷰를 곁들여서 한단다.
개통된 코스 전체를 하루만에 돌아볼 수 없어서 2번에 나누어서 답사를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동행취재는 첫번째 예정일에 동행하는 것으로 정했다.
북한산둘레길 첫인상을 경험할 코스는 불광역에서 구기터널 지나가기전 오른쪽에 위치한 장미공원부터 정릉입구까지 탕춘대능선을 따라가는 코스이다. 북한산둘레길 코스로 따지면 옛성길(개통초기에는 '성너머길'이라고 했었다)-평창마을길-명상길(개통 초창기에는 '사색의길'이라고 했다) 구간으로 약 10km 정도 되는 코스이고 그나마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것 같은 코스로 선택을 했었다.
장미공원에 약속한 시간이 되니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KBS에서 취재나온 PD분도 도착하여 서로 인사하고 어떻게 진행할건지 얘기를 나누었다.
옛성길 구간은 시작부터가 오르막이다. 나름 능선위까지 올라가야 하기때문에 초반부터 힘을 써야 했다. 게다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9월 초이다 보니 오르는 내내 땀을 흘려야만했다. 그당시에근 무척이나 힘들었던 오르막길이였는데 최근에 다녀보니 전혀 힘들지가 않다.
"내가 체력이 좋아진건가? 아니 그때가 너무 저질체력이였던가? "
걷기 시작하면서 동행한 PD분은 주변 촬영과 함께 동행한 회원들과 대화하면서 찬찬히 인터뷰 영상을 찍고 있었다.
나는 앞서 나가면서 길을 확인해야만했다. 아직 초창기이다보니 갈림길에 표시판이 부족한 곳도 있었고 숲길에 안전시설이 부족하여 미끄러운 구간도 있어서 최대한 확인하면서 걸어야만 했다.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을 따라 걷는다고하였지만 실제로는 북한산 국립공원을 경유하거나 가로질러 가는 코스가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차원에 둘레길을 둘 수 없다고 하였단다. 그래서 국립공원 경계부분이나 그 바깥부분의 숲길 위주로 코스가 구성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탕춘대 능선에 올라서면 저멀리 북한산 능선 전체가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여러 봉우리가 순차적으로 이어져 마지막 삼각산을 이루는 봉우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 도심으로 나와 도로변을 걸어야만 했다. 평창마을길 구간 전체는 구기동부터 시작하여 평창동을 가로질러 형제봉안내소까지 포장길로 가야만했다.
게다가 평창동을 지날때는 입구 초입에 표시판이 없어 헤매야 했고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길이 너무가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이런길이 둘레길 이라니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밀려왔었다.
지금은 평창동마을 진입로가 바뀌어 쉽게 마을을 가로질러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청련사뒤편에서 내려와 평창동마을로 진입을하였었다. 북한산둘레길 코스를 개발한 사람들이 둘레길 전문가가 아닌 산악인들이 주축이되어 길을 구성하다보니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일 것이다.
도심의 마을길 이기는 하지만, 평창동은 거대한 단독주택이 늘어선 곳이기 때문에 나름에 볼거리가 많은 구간이다. 하지만 포장길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도심속 아기자기한 풍경을 놓치게 된다.
코스가 길고 힘들다 보니 동행하던 PD분은 더욱 힘들어 한다. 어깨에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혼자 하염없이 걸어야 했으니...
평창동을 가로질러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형제봉탐방안내소라는 곳에서 능선까지 다시 올라서야 한다.
지금은 이곳도 나무데크 계단으로 개선되어 있어 능선까지 올라가기 쉽지만 처음 개통되었을 당시에는 자연그대로의 흙과 바위가 있는 길이였다. 지금은 운치있는 숲길의 모습은 사라지고 편리성만 남았다.
둘레길은 편하게 걷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인적이 적어 자연 모습이 유지되고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테니 말이다.
능선에 올라서서 한숨을 내쉬며 잠깐 쉬어간다. 여기서 부터가 명상길이다. 예전에는 '사색의길'이라고 불리웠지만 두어 달도 되지 않아 코스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안내표시판에도 바뀐 명칭으로 다시 설정하느라 모두 바뀌어 버렸다. 좀더 여유있고 진중하게 개통을 했더라면 쓸데없는 소모를 줄일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표시판의 수정과 변경은 지방의 여러 둘레길을 답사하고 보니 비일비재한 일이였다.
드디어 북한산둘레길 첫 일정에 마지막 장소에 다다랐다. 정릉탐방안내소에 도착하여 흐르는 땀을 식히려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마지막 내 인터뷰를 했다. 걷는 중간에도 인터뷰영상을 찍기는 하였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자고 한다.
이렇게 둘레길을 통한 첫번째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TV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 PD님 이번 인터뷰한것은 언제 방송이 되나요?"
" 네 9월 2일 자 KBS2 TV 방송인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올겁니다. 아침 6시부터 방송해요."
" 아침 6시라고...!!"
아..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결국 늦잠자는 바람에 본방송은 보지 못하고 회원이 올려준 재방송을 통해 나의 첫 인터뷰내용을 보았다.
지금보면 참 어색하고 신기하다. 안경을 쓰고 걷기를 업으로 삼아 다니면서 이러한 인터뷰도 하다니...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뷰 기회는 더 많아 졌다. 책을 썼던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둘레길에 대한 소개 또는 평을하는 인터뷰가 대부분 이였다.
그리고, 이후에 두 번더 답사를 통해 북한산둘레길을 모두 돌아보았다. 초창기에는 대중적인 관심이 많아서인지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숲길 일부 구간은 줄서서 걸어야만 했다. 또, 몇 달이 지나면서 코스가 일부 변경되기 시작했다. 마을을 지나가던 구간이 주민의 민원으로 우회하거나 공공건물을 가로질러 가는 코스로 바뀌었다.
2012년 도에는 북한산둘레길에도 스탬프북과 인증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도장찍는 대신 주요 풍경지점에서 사진을 찍어 탐방안내센터에서 확인을 받으면 도장을 찍어주는 방식이였다. 코스를 완주할때마다 기념품도 제공해 주었었다. 그래서 그때 받은것은 열쇠고리가 전부이다.
실질적으로 모든 코스를 몇 번이나 돌아봤지만, 인증서 상으로는 절반도 못 걸은 것으로 표현된다. 도장찍은것이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