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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을 묻다(3) 송광사에서 삶의길을 묻다.

내 삶에 기억되는 길 - 또다른 조언

난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고, 길여행과 관련한 일을 벌이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지식만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새로운 길을 찾아다닌다고는 하지만 서울 근교의 짧은 길만 찾아 나설 뿐이다. 몇 년 동안 회원들과 다녀온 여행지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새로운 길을 계속 찾아야하고 길 위에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 지금도 조성하고 있고, 변화된 둘레길도 있으며, 그동안 가보지 못하고 계획만 잡았던 숨어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길여행가 활동하다 보면 가끔은 답답함을 느낄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맞는건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다보니 돌고도는 앉은자리에서 빙빙돌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내 마음속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몇 년 전에도 이러한 울적하고 갑갑한 마음에 찾아갔던 곳은 서산에 있는 '개심사' 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기를 찾아가도 답이 없을 것처럼 느껴져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곳, 길여행전문가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 주변의 지인이 함 찾아가 보라고 했었던 곳, 전남 순천에 있는 '송광사' 이다.


때마침, 전남 순천과 고흥군에 있는 거금도둘레길을 답사가려는 일정과 맞물리면서 송광사를 먼저 들렀다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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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3시간 반 정도 차를 몰고 홀로 내려갔다. 이날따라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픈게 감기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날 좀더 신경쓰지 못하면 사고날듯하여 평소때보다 신경을 더 세우고 조심조심 운전하며 송광사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송광사로 향했다.

처음에 보이는 것은 어김없이 일주문과 그 옆에 있는 매표소이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매표를 해야 한다니 구입은 하겠지만, 어디든 사찰에 들어갈때마다 기분이 찜찜하다. 이에 비하면 개심사는 말그대로 열려있는 곳이라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데 말이다.


일주문에서 송광사까지 약 1km 정도 된다. 예전에 법정스님이 불일암까지 자주 걸으셨다고 하는 숲길을 따라 찬찬히 올라가고 있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에 물소리가 너무나 깨끗하게 들리고 시원한 바람은 차가웁게 느껴질 정도 다.


"내가 몸상태가 좋지 않은 건 맞는가보다.. 이러한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다니... "


송광사에 다다를 즈음 연못이 군데 군데 나타난다. 물이 거의 흐르지 않기 때문에 거울처럼 주변 풍경을 가득 채운 캠버스처럼 보였다.


나보다 앞서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서 송광사 대웅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신기한지 연신 사진과 캠코더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약간에 소란스러움이 산 속에 가득차 버렸다.


서둘러 외국인 관광객 무리를 앞서서 대웅전앞에 들어 섰다.


대웅전앞에 들어서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조용하지만 조금은 큰 삼보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의 풍경이다. 신기한 것은 대웅전 앞에 석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있어야 하는데 없다니 무슨 이유일까? 궁금함에 주변 스님께 물어보려 했으나 보이지를 않는다.


송광사는 어느 사찰에 비해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많다. 망루를 들어설때도 작은 계곡을 넘어가야 하고, 해우소조차 연못이 만들어져 있어 작은 다리를 건너야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대웅보전 앞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사자상이 계단 양옆에 세워져 있다.


크게 보면 다른 사찰과 다른 점이 없지만 세세히 들여다 보니 송광사만에 특이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결국 다른 곳과 달리 보이는것이 이 사찰의 특징인건가? 내가 무얼 느껴야 하는거지?"


사찰을 돌고 있는 내내 떠나지 않는 고민이다. 무언가 여기서 답을 찾을것 같았는데 답이 보이지 않는다.


송광사는 여러 번 화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대웅전과 나한전의 공포양식이 다르다. 대웅보전은 백제시대 양식처럼 길게 빠져나온 들보가 보이고, 그밖에 건물은 어느 한옥건축물에서 보는 공포양식이다.

대웅보전의 공포양식
나한전의 공포양식, 위에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리 보인다.


나름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대웅보전 건물을 한바퀴 돌아보며 무언가 답을 찾으려 했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올때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머릿속까지 상쾌해지지 않았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하고 여기를 벗어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보전 앞마당을 벗어나 다시 일주문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가기위해 전시관 옆 건물을 따라 내려왔다. 오른편에는 계곡에서 내려온 물을 가두어 너른 연못으로 만들어 놓아 돌다리를 건너야 했다.


무심코 연못을 내려다보니 주변에 비친 나무와 하늘이 잔잔한 연못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가두어진 물이다 보니 물색깔이 탁하고조금은 더럽게 보이기도 했다.


" 물을 가두어 두니 이렇게 되지... 쩝 그냥 계곡물 그대로 흘려보냈으면 깨끗하고 좋았을텐데... "


이러한 생각이 스치어 갈때 머릿속이 한번에 정리되는 것처럼 명쾌해 졌다.



난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고, 길여행과 관련한 일을 벌이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지식만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새로운 길을 찾아다닌다고는 하지만 서울 근교의 짧은 길만 찾아 나설 뿐이다. 몇 년 동안 회원들과 다녀온 여행지도 거의 변함이 없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고이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새로운 길을 계속 찾아야하고 길 위에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 지금도 조성하고 있고, 변화된 둘레길도 있으며, 그동안 가보지 못하고 계획만 잡았던 숨어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또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결국 송광사를 다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오늘 난 답을 찾았다.


"고이면 더러워지고 썩는 것처럼 새로움을 계속 찾아야 한다는 것..."


내가 송광사가는 길에 물어보고자 했던 답이다. 한동안 등한시 했던 길여행 답사를 더 다녀야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것 이것이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인 것이다.


에필로그.


송광사에는 예전부터 화재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주변 풍수지리가 화기가 강한 곳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대웅전 앞마당에 석등이 없고, 대웅보전 앞에는 화기를 막을 수 있는 사자상을 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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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가지.. 대웅보전 앞마당에 석탑이 없는것도 송광사가 위치한 지리적인 특징때문이라고 한다. 연꽃이 피어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석탑을 세울 경우 연꽃을 누르는 형국이 되어 석탑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연지리의 특성을 살려 가람배치를 완성한 사찰이라고 보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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