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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열수,경강 그리고 한강 - 일곱번째

백제의 부흥기, 왕릉에 올라서다 - 1

  서울은 얼마나 오래된 도시일까요? 보통은 조선의 역사만 보고 500년 도읍지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고려시대에는 남경이라하여 3경 중 하나였고 천도하고자했던 도읍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록은 있어도 확인 할 수 있는 문물이나 건축물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오히려 삼국시대 백제의 유물이 발견되면서 서울이라는 지역은 무척이나 오래 전부터 도읍지로써 중요성이 부각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장마로 인해 풍납동 일대가 쓸려내려가면서 역사학계에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백제의 시작이자 첫 도읍지였던 하남위례성에 대한 기록을 뒷받침해줄 유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울은 무척이나 오래된 역사를 지닌 도시이며 백제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풍남토성에 이어 몽촌토성을 따라 가는 길이 한강길 8코스입니다. 



성을 휘돌아 흐르는 하천 성내천


오늘 시작은 잠실나루역에서 출발합니다. 지금은 잠실역 3총사 중 하나이지만 예전에는 다른 이름을 사용했여었습니다. 혹시 ‘성내역‘이라고 기억하시나요? 처음 2호선 전철이 개통하여 운영하였을때는 성내역이라고 불리웠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잠실나루역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아마도 잠실이라는 이름에 대한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변경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실제로는 잠실나루역 옆에는 성내천이 흐르고 있어 성내역이라고 역명이 붙여졌었습니다. 잠실에 나루터에 대한 흔적은 송파나루와 삼전도 뿐인데 나루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강길 네 번째 구간은 잠실나루역을 시작하여 성내천 제방길을 거닐면서 시작 합니다. 

모든 하천에는 발원지가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성내천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성내천은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에서 발원하여 마천동과 올림픽 공원을 지나 한강합류부인 이곳까지 이어지는 약 9.7km 자연 하천입니다. 이를 1960년대 제방을 쌓고 콘크리트로 바닥 공사 하면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 되었었습니다. 이를 2005년에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청계천처럼 상수도를 끌어올려 물을 내리면서 지금에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유량이 많지 않아 한강물과 지하철 용출수를 모아서 내려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옛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하천에는 다양한 곤충과 식물, 물고기들이 몰려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5, 6월 정도에는 잉어떼가 산란기를 맞아 성내천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잉어떼를 볼 수 있어 하천에 비릿한 냄새도 풍깁니다. 성내천 상류부는 도심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복개되어 도로로 사용하고 있고 마천동부터 자연하천의 모습을 보이는 곳에 청계천처럼 폭포를 만들어 물이 흘러 내리고 있습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성내천은 자연하천과 수목이 어우러진 모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내천 개발을 하면서 아름드리 버드나무 등을 베어버리고 정비를 하면서 그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성내천이라는 명칭은 어떻게 생긴것인지 궁금할 수 있을 겁니다. 성내천은 몽촌토성 안쪽을 지나오는데 이곳에 성내리라는 마을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내‘라는 말은 도성의 안쪽을 의미하는데 말 그대로 성안쪽, 즉 몽촌토성 안쪽을 흘렀던 하천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현재는 몽촌토성 바깥쪽을 흘러서 빠져 나갑니다. 옛 지도를 보면 잠실섬 부근을 빠져나가는 하천이 있는데 정확한 몽촌토성으 모습을 확인 할 수 없지만 토성 옆 또는 거쳐지나갔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추측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몽촌통성 주변에 물을 담아놓았던 저수지같은 ’해자’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해자에 물을 대기위해서는 하천을 통해 끌어왔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의 성내천은 잠실주변 개발로 인해 하천의 모습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예전을 예측하는 것은 맞지 않기도 합니다.


 4월이 되면 성내천 제방길은 벚꽃 나무가 가득합니다. 벚꽃이 만개하면 천정이 하얀 터널처럼 보입니다. 밤에도 하얀 벚꽃이 연하게 켜놓은 작은 등처럼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주변 야경을 보면서 걸어도 어둡지 않습니다. 밤벚꽃 놀이를 할 수 있는 또다른 장소입니다. 건너편 큰 건물은 현대아산병원으로 아산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8개 병원 중 먼저 생긴 병원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초창기에는 가운데 큰 건물만 있었는데 지금은 별관까지 갖추어져 규모가 큰 병원 단지처럼 보입니다. 이곳에서 재미있는 것은 올림픽대교를 가운데 두고 아산병원 건너편쪽에는 약국이 즐비하게 서있고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사람들을 호객하는 사람들이 길변에 길게 서있는 특이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도 이곳입니다. 일직선으로 잘 뻗어 있는 성내천 제방길을 따라 몽촌토성이 있는 올림픽공원으로 걸어가겠습니다.  



곰말꿈마을몽촌?


성내천 따라 제방길로 계속 걸어가면 팔각정과 서울 올림픽 파크텔이 보이면서 올림픽공원에 자연스럽게 들어섭니다. 그리고 호수옆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돌다리를 만나고 이를 넘어서야 토성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 다리는 곰말다리라고 명칭이 붙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몽촌교‘라고 불리웠는데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한글화 작업을 통해 ’곰말다리‘라고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색하게 들리지만 왠지 익숙한 단어가 보입니다. ’곰말’이라는 단어는 충청남도에 있는 공주시의 옛이름이 ‘곰주‘였는데 비슷하게 들립니다. ’곰’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 몽촌토성에 올라서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그전에 ‘곰말‘은 몽촌(夢村)이라는 말에 순 우리말입니다. 몽촌이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하면 꿈마을 이라고 할 수 있으며 꿈마을은 ‘곰마을 또는 곰말‘이라는 옛말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곰’ 또는 ‘검’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는 몽촌토성에 올라서서 다시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다다른 이곳은 올림픽공원으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공원으로 약 43만 평의 부지위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는 옛 몽촌토성의 유적지도 자리하고 있으며 올림픽경기에 사용될 체육시설도 들어서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몽촌토성위에 올라서면 체육관이 먼발치에 보이는데 그 당시 사용했던 경기장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오른쪽에 보면 평화의 문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평화의 성화’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강화도 마니산에서 받아온 불을 당시 IOC 위원이 점화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과거에 가스조절 실패로 한 번 꺼진적이 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죠.  



한성백제의 또다른 성몽촌토성


 몽촌토성을 이해하고 전체를 모습을 상상하려면 토성위에 올라 걸어봐야 합니다. 토성의 전체 높이도 느껴보며 성 안쪽에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성 바깥쪽으로는 강동구와 송파구 일대 마을이 내려다 보이며 좀 더 멀리 시선을 올리면 한강과 아차산이 보이기도 합니다. 토성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은 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해질 무렵에 걸어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는 토성위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아름다운 실루엣 풍경을 볼 수 있어 낮보다 밤을 추천합니다.


 몽촌토성은 한성 백제시대의 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한강길 3코스에서 보았던 풍납토성과 함께 한성시대에 만들어진 성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석성이 아닌 토성이며 판축기법이라는 땅을 다져서 세운 성으로 풍납토성과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을 쌓을 때 좀 더 다진면이 잘 이어지고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최하층에는 점성이 강한 점토를 깔고 나뭇가지와 같은 식물을 10여 차례 이상 반복하여 깔아 쌓는 방식을 채용하였는데 이를 부엽공법(敷葉工法)이라 합니다. 이렇다 보니 풍납토성이나 몽촌토성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산처럼 견딜 수 있었던 것이고, 대홍수로 인해 쓸려 내려갈 때 풍납토성만큼은 온전히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성 위례성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 거죠.


백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한성백제‘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왕이 살고 있었던 성을 ’한성’이라고 말하는데 비슷한 말로 사용하는 단어가 더 있습니다. 그중에 ‘도성’이라는 말은 임금이 살고 있는 성을 나타내며 ‘왕성‘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왕성을 초기 백제시대에는 ’위례성‘이고 불렀고 현재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합쳐서 위례성 이였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위례라는 말은 울타리라는 의미이며 백제에서는 도성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위례성은 뒤에 ‘한성으로도 불리웠는데 한성이란 말은 ‘큰 성 또는 넓은 성’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대체로 ’크다‘ 또는 ’넓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한‘이라는 글자도 같은 의미입니다. 결국 ’한성=도성=위례성=서울‘이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 왕이 살던 성을 ’한양도성 또는 한성’이라고 불리운 것도 이해가 될 겁니다. 한성백제의 도성은 북성(北城)과 남성(南城)으로 이루어진졌고 위치에서 볼 때 북성은 풍납토성(風納土城)으로서 평지성(平地城)이며 평소에 왕이 머물며 정사를 돌보던 곳이며, 남성은 몽촌토성(夢村土城)으로서 유사시에 대피하는 산성적(山城的) 성격을 지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풍납토성에는 제사지내던 터인 ‘경당터‘와 우물터가 발굴되었으며 몽촌토성에서 행궁의 흔적이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서있는 몽촌토성에서 ‘몽촌’이라는 말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몽촌은 올림픽공원 안에 있던 옛 마을로서, 고대 삼한시대부터 이곳을 ‘검마을’ 또는 ‘곰말’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곰의 음이 꿈으로 변하여 한자명으로 몽(夢)이라고 쓴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옛 말에 신령과 영검을 뜻하는 우리말의 ‘검’은 군왕의 호칭인 임검(금)으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신성한 곳을 의미하는 지명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즉 ‘검‘이 ‘곰‘으로 변해지고 ’곰‘이 다시 ’꿈‘으로 발음된 볼 수 있습니다. 또 곰말의 곰은 고어(古語)로 큰 것을 뜻하므로 큰 마을이란 뜻이 되고, 큰 마을이란 으뜸 마을이란 뜻으로 풀이합니다. 의미가 많이 변화 되었죠. 아마도 한글과 한문을 차음하는 과정에서 변화된 것으로 이해하면 편할겁니다. 결국 ’곰말’이라는 의미도 왕족 또는 왕이 지냈던 위치였기에 사용되었던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백제 한성시대를 지나 부여로 천도한 웅진시대의 거점이였던 공주의 지명 또한 곰마을 또는 검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나루가 있던 곰마을이 고마나루라고 불렸고, ‘곰‘이라는 말이 한문의 의미가 차용되어 웅진(熊津)이 되었고 곰주가 공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의미의 단어가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서 현재 우리가 달리 보고 있게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몽촌(검마을 - 곰마을 - 꿈마을 - 몽촌)

웅진(곰나루 -고마나루 - 곰주(웅진) - 공주) 


 한성 백제의 수도이자 도성인 위례성에 대한 위치는 역사적으로 많은 견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풍납토성내 발굴조사를 통해 이곳이 한성 백제 위례성이라고 강력하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발굴된 유적과 석촌동의 고분군들이 많아서입니다. 몽촌토성 주변에 자연하천을 연결하여 해자를 만들었고 목책을 둘러 방어용기지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백제 건국 초기 한강유역으로 내려와 한강 북쪽에 도성을 정했는데 이를 하북위례성이라 하고 건국 13년 후 한강 아래로 내려가 다시 도성을 만들고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를 하남위례성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북위례성의 위치는 북한산 아래 또는 세검정 주변, 중랑천 일대 등등 많은 의견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하남 위례성 위치도 발굴 조사를 통해 몽촌토성과 풍납토성 주변일거라고 거의 활실시 보고 있으나 추가 발굴조사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을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위례성의 위례라는 말 또한 한강의 옛이름인 아리수(阿利水)· 욱리하(郁利河)의 ‘아리’·‘욱리’에서 기원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리’·‘ 욱리’는 모두 크다〔大〕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만큼, 대성(大城)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지명에 모두 크고 높다 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되어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이제 2000여년 된 토성을 걸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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