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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 30


같은 길다른 느낌을 만날때     


 둘레길따라 다닌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걷기 좋은 길을 찾기위해 다녔고, 이후에는 길에서 이야기를 해주기위해 다녔고, 최근에는 길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을 강의를 통해 전달해주는 식으로 변했다. 그 사이에 같은 길을 몇 번이고 갔었고, 지금도 갔던 길을 다르게 걷기도 한다. 그때마다 지루하거나 신선함이 없어 감동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갈 때마다 새로웠고, 동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달랐다. 게다가 길위에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보여지는 부분이 남달랐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입체화된 느낌이 나에게 스며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제주도를 자주 가는데 그저 제주의 숲이 좋고 오름이 이뻐서 오르고 내리고 길을 걷는 것이 좋았다면 지금은 제주의 이야기를 길위에 담고 싶어서 다시 찾아가고 있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서 보아왔던 제주의 문화가 단편성을 가진 조각이라면 이제는 이 조각들을 맞추어 제주학이라는 큰 틀안으로 들어가 보려는 것이다. 제주를 가본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고 경험할까? 한라산과 맛집, 그리고 다양한 박물관과 숲길만 알 것이다. 거기에 숨어있고 들어나지 않은 제주의 역사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제주의 역사를 알아가는 답사를 수시로 가보려고 한다.  

   

  예전에 갔던 길이었지만 다른 주제를 가지고 길위에 서보니 모든게 달리 보였다. 좀더 깊이있게 풀 하나, 돌 하나, 풍경의 한 조각이 다가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길위에 여행도 마찬가지다. 둘레길이고 숲길이고 그냥 걸을 때와 왜 이길이 존재하는지 알게되면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냥 걷지말고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걸으라고 잔소리처럼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삶의 나침반 같은 책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길여행을 위해 답사를 다니기 시작하여 2010년에는 둘레길을 조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을 때이다. 전라남북도를 수시로 오가며 이골목, 저골목을 다녔었다. 그러때 마주한 책이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제 1권인 남도답사 1번지 편이다. 작가의 생각이 깊게 반영된 글을 보며, 문화와 자연을 보호하고 가꿀 필요가 있음을 이해했다면, 길을 걸으면서 그냥 걷던시기에서 책에서 보았던 그곳을 길에서 만나 반가웠고 사람들에게 얘기해주게 된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1권만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계속해서 시리즈로 책이 출간될때 마다 찾아서 읽었다. 그리고 서울편과 제주편은 나에게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만들어 주었다. 특히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기위해 고민하던 시기에 만난 책이 답사기 책과 ‘탐라순력도‘라는 키워드였다. 그리고 제주 여행을 갈 때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을 위주로 다녔고, 예전에 올레길 걸으면서 지나쳐갔던 곳을 다시금 회상하니 예전에 걸었던 길은 지금에 길과 달랐다. 길위에 나만 보이는 안내문 표시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있었다.      

  제주여행 뿐만 아니라 어느 곳을 가더라고 걸어다니면서 비슷한 장소, 비슷한 숲의 모습과 임도길, 둘레길을 보았을때 어떻게 사람들에게 소개해줄까가 고민이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그 길의 장단점을 서로 비교하고 시뮬레이션 해보면서 미묘한 차이를 말해주곤 했다.     

 "예술적 안목을 기르는 방법은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첫째고, 둘재는 비슷한 작품을 면밀히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러 시각적 경험이 축적되면 절대평가에서도 어느 정도 소견을 갖게 된다. 제주의 오리지널 돌하르방은 그런 점에서 더없이 좋은 미술사적 안목 배양의 교육장이기도 하다."      

-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제주편에서 발췌 -          

 결국 많이 걷고 많이 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느끼고 체험하고 왜 그런지 따져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걸을 때마다 왜 이길은 좋은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걸었던 시간이 지금에 나에게 길에서 무얼 보고 느끼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냥 걷기만 했더라면 인문학적 안목은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길에 대한 생각과 대하는 모습에서 고수를 알 수 있다.      


  '인생도처 유상수'라는 말이 있다. 이또한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6권의 제목이기도 하는데 길여행을 다닐때 마다 실감하는 문구이다. 많이 걸었다고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만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짧게 걸었으면서 그속에서 무언가 느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많이 걸어본 경험이 있는 길여행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많이 걸었고 빨리 걸었던 사람보다는 길에서 느끼면서 무언가 만든 사람들이 영향을 많이 끼친다. 그 속에 속칭 선수라고 불리우는 고수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길에서 만난다면 참으로 좋은 기회를 접한 것이고 오로지 빨리 걷는데만 집중하는 사람에게는 배울것이 별로 없다. 체력만 좋아질 뿐이다. 어느 학문이나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위해서는 세밀한 비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좋은지 나쁜지 어떤 공통점과 유사점이 있는지... 길여행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과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비슷한 숲길을 다니면서 어떻게 비교하고 무얼 기준으로 구분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 고민이 해결되었을 때 난 더 넓고 깊게 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험을 많이 축적한 사람 중에 우리가 따르고 존경해야 할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지식보다 지혜가 쌓인 말이 더 중요한데 우리는 지식에만 매달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책보다 때로는 그 사람들의 경험이 더 중요하게 생각해고 그런 경험이 어떻게 쌓이게 된건지 배운다면 내적인 성숙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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