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전에 통일부에서 주관한 통일의길 행사를 통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12박 13일 동안 완주했던 적이 있다. DMZ를 따라 걷는 길에 누가 주관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의 이름이 붙여져 있다. 통일부에서는 행사성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DMZ 주변 둘레길에는 별도로 정해진 코스표시는 없다. 하지만 강원도와 경기도가 반반씩 가지고 있는 DMZ 권역에서는 평화누리길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평화누리길은 김포시 대명항에서 출발하여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연결된 코스이다.
이번에는 문체부에서 조성하고 만든 코리아둘레길 중에 DMZ구간을 평화의길 횡단노선이라고하여 강화도 평화전망대부터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조성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길을 걷느냐에 따라 미세하게 코스가 다르다. DMZ생태관광협회라는 곳에서 사무국장을 맡게되면서 평화의 길 구간을 다시 답사하고 횡단하는 행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다시 DMZ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이번에 답사한 코스는 평화의 길 4-1 코스이다. 평화의길 4코스는 전류리포구에서 일산대교를 건너 고양종합운동장 옆 휴게공원까지이다. 4-1코스는 일산대교를 건너지 않고 행주산성에서 출발하여 고양종합운동장까지 걷는 16.7km 코스이다. 평화의 길은 평화누리길에 비해 민통선내를 경유하는 구간이 제법 많기 때문에 유사시 민통선 구간을 이용할 수 없을때 우회할 목적으로 조성한 코스가 '-1'코스 이다.
4-1코스의 출발점은 행주산성 대첩문 앞이다. 정문 오른쪽에 '길'이라는 커다란 돌비석과 함께 평화의길 코스를 설명해놓은 안내판이 있다. 이를 참고하여 가면 되는데 중간중간에는 산악인들이 애용하는 연두색 리본과 검은색 표시판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이를 찾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마 처음부터 헷갈리게 하는 것이 있다. 행주산성에도 평화누리길 리본과 표시판이 겹쳐 표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걷기로 정한 평화의 길 표시를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문을 지나 좁은 숲길을 따라 돌아가듯 올라가면 충의정을 거쳐 커다란 기념비를 돌아 산자락을 급하게 내려가는 구간으로 빠져 나간다. 경사가 급하고 좁은 길이라 매우 조심히 가야 하는 구간이다. 여기만 무사히 내려오면 그다음부터는 편하다. 평화누리길이던 평화의 길이던 하나뿐인 길을 따라 한강을 마주하며 걸으면 행주나루를 거쳐 행주대교까지 이어진다.
한강변 행주산성아래 수변공원에는 예전에 한강변 철책과 감시초소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일를 전시공간으로 꾸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은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서쪽편에 해당하는 산줄기 이기도 하며, 보통 외사산의 서쪽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은 철책이 없어지고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한적하고 조용한 쉼터가 되었다. 건너편 궁산과 개화산 그리고 방화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야경이 아름다운 장소이다.'
쉬었다가 행주대교 방면으로 본격적인 평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행주산성공원부터 광장처럼 너른 공원을 가로지르는 평탄한 길이 좋기는 하지만 바닥이 딱딱한 포장길이라 장시간 걷기에는 불편한 길이다. 다행이도 군데군데 화장실과 쉼터가 있어 쉼이 가능한 길이다. 행주대교 아래 이정표에는 여러가지 리본이 달려있다. 이런 표시를 볼때마다 정부부처의 이기심이 부른 행정낭비를 성토하게 된다.
같은 길에 이용하는 주최는 국민이다. 내길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공무원 담당자만 좋을 뿐이다. 길을 걷는 길꿈들은 그저 불편하다. 뭐가 맞는지 헷갈리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각 부처별로 둘레길이 만들어 졌지만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길은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이어놓은 것이 '길'이다. 소통의 상징인 '길'이 여기서는 불통의 상징처럼 보인다.
행주대교를 지나면서 자전거길과 겹치는 구간이 있는데 자건거타는 사람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구간이자 재정비가 필요한 구간이다. 걷는 사람은 자전거를 포용할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걷는 사람을 배척한다. 심하게는 경적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지나간다.
고양시 구간은 아직도 철책이 남아있다. DMZ의 연장이라기 보다 평화의 시대에 월남하려는 탈북민을 제지하거나 그 이전에는 간첩의 침투를 방어하기위해 만들어진 한강의 철책이다. 지금도 김포시와 고양시, 파주시에는 한강과 임진강을 따라 철책선이 설치되어 있고 군사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사람의 출입이 적어지면 좋은 것은 생태계가 다시 살아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곳 한강변에는 장항습지가 생태보조지역으로 보호받고 있다. 가고 싶어도 못들어가는 구역이기도 하다.
장항 IC를 지나면 장항습지생태관이 있다. 옛 군대막사를 개조하여 전시관으로 만들어진 곳인데 이곳은 항시 잠겨져 있다. 예약제로만 운영한다고 한다. 열려있으면 길꾼들에게는 소중한 쉼터가 될테인데 잠겨있다. 생태전시관에서 3km 정도 더 걸어가면 나들라온이라는 쉼터가 나온다. 여기도 군막사를 개조하여 만든 평화의길 쉼터인데 여기는 항시 개방되어 있으며 월요일과 화요일만 쉰다고 한다. 나들라온을 지키는 분에게 전시관이 왜 잠겨있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의외이다.
" 생태전시관에서 관리하는 건물중에 장항습지탐조대라는 철새 조망시설이 있는데 여기에는 화장실이 없는데도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계속물어보고 항의하는 바람에 관리자가 버틸 수가 없었데요. 그래서 예약이 있을때만 운영해요."
누군가의 이기적인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꼴이 되었다. 생태전시관이 항시 열려있다면 건너편 탐조대를 통해 장항습지를 바라볼 수 있는데 이제 이런 기회는 예약이라는 절차를 통해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나들라온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딱딱한 길을 따라 고양시로 접어든다. 그냥 하천을 따라 걸어도 좋지만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길을 따라 변경하여 걸었다. 길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걸어본 사람만이 그 동네를 잘 안다. 그래서 걷기 편한 길을 이어 종주할 수 있는 코스로 만들 수 있다. 사무실에서 지도를 보며 선을 그어 길을 만들면 엄연히 차이가 있다. 편하게 걸을 수는 있지만 좋은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듯 다르지만, 그리고 하나이지만 여러 개로 운영하는 DMZ길을 다시 걸으면서 길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강화평화생태공원부터 시작한 평화의 길에도 스탬프가 있다. 다른 곳과 다른 점은 온라인 앱을 설치하고 출발과 도착지점에 표시된 QR코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스탬프가 찍힌다는 점이다. 그리고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따라걷기를 운용하고 있어 표시판 찾기가 불편한 분들에게는 편하게 핸드폰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
걸을때 만큼은 핸드폰 보다 주변 풍경과 같은 걷는 동반자와 대화하며 눈을 보며 소통하고 탁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핸드폰을 보면 허구의 세상과 마주하지만 친구의 눈을 보면 현실의 세상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