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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 이름을 남긴, 대구시 김광석길

[사진이 있는 길여행 에세이]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친구와 함께 김광석콘서트에 다녀온 후 반해버렸다. 그날로 김광석님의 앨범 테잎을 모두 구매해 버렸다. 그리고 몇 날 며칠을 듣고 들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무대에서의 목소리와 테잎속 노래부르는 목소리가  다르지 않았던 그가 허무하게 자살이라니...


  이후로도 김광석님의 노래는 노래방 애창곡중 하나로 오랫동안 자리를 잡았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길여행을 다닌지 9년이 되어간 지금에 와서 다시 김광석님을 만나게 되었다.


 대구시 중구 방천시장 옆 한 골목에 벽화와 음악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대구 도심문화골목투어 코스 중 4코스의 일부이기도 한 이곳은 2009년 예술인들이 뭉쳐 일궈낸 사람에 이름이 들어간 몇 안되는 도심걷기코스 이다.


  방천시장 초입을 깃점으로 주변에 '김광석길' 이라는 이정표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도로변 깃발 속에 그려진 김광석님은 찾오오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던져주고 있었다. 


 골목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방천시장만 찾으면 되니까...


 대구에서 나름 오래된 옛 재래시장이라고는 하지만 활기가 보이지 않는다. 어둠속에 가려진 쓰러져가는 시장분위기 였다. 하지만 한 블럭 뒤편 김광석길에는 사람들이 쏟아져 다닌다.


 골목 초입부터 끝까지 약 1km 거리에는 김광석의 그림과 노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른 벽화마을과 다른점이 있다면, 이곳은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쁘고 멋진 그림만 그려진곳이 아니라 벽화를 통해 알리고 소통하기위한 용도라는 것이다.


  내나이 또래 사람들 보다는 젊은 친구들이 훨씬 많다.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잘 알고 있을까? 무엇때문에 여기를 찾아 온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그저 유명한 골목길에 벽화와 동상을 보러 온것은 아닐런지...



  김광석길과 방천시장은 곳곳에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서로 상생할 수 있을것 같은데 유리벽으로 가로 막은 듯 한쪽에만 밝은 기운이 넘친다. 골목 사이에 식당이나 카페가 많지만 시장쪽으로는 확대되어 있지 않다.


  가수의 모습이 보이는 이곳에 음악다방이나 라이브음악을 공연하는 장소가 있을법한데 그러한 것도 없다. 김광석길이지만 김광석은 벽화에만 존재한다.

난 낙서한 적이 없는데 내이름이 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다녀간 모양이다.


  노래가사가 들어간 벽화는 있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공연하는 곳은 없다. 스피커를 통해 노래가 흘러나오지만 그건 테잎속 김광석님의 목소리일 뿐이다.


   훨씬 다양한 문화가 존재할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어느곳에서나 볼 수 있는 벽화골목에 지나지 않았다. 김광석님이 태어난 대구의 유명인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푸대접하는것처럼 보였다.


 동상 몇 개와 그림만 있다고 전부는 아닐텐데 말이다.



  걷는 내내 김광석님을 만나 즐겁고 옛 추억까지 더듬을 수 있는 시간이였지만, 골목 끝자락에서는 왠지 아쉬움이 더하다. 김광석길에 어울리지 않는 카페와 뽑기자판기, 노래가사를 적으라는 곳에 사랑에 자물쇠만 가득하고 관광안내 창구는 있지만 사람 인기척을 느낄 수 없는 부스...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텐데 노력하지 않은것 같아 갑갑할 뿐이다.  방천시장의 우울함이 그대로 넘어와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방천시장 곳곳에 새로 개축하는 곳이 많다. 서울의 서촌마을 처럼 독특함을 갖춘 카페와 식당이 늘어가고 있다. 


  김광석님을 위한 음악다방 하나만 있어도 멋드러질 이곳에, 벽화처럼 김광석님이 즐겨먹었던 메뉴를 내어주는 식당이 있다면 더욱 활성화된 자리가 될텐데 어느누구도 나서지 않는가 보다. 


  골목 중간에 있는 카페이름이 '바하의 선율'이다. 내가 노래방에서 자주 불렀던 '먼지가되어'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기도 하다. 어느 이야기가 존재하는지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이름만으로도 김광석님과 닮은 주인이 커피를 내어줄것만 같다.


  가보고 싶어 내려온 이곳이지만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왠지 모를 불편함이 느껴진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관광대국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다시 한 번 보는것 같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어디를 가도 독특함없이 거기서 거기라는 식상함, 잘되면 베껴오는 편의성, 개발을 한다고 리조트만 만들어내는 단순함...


   김광석길에서 느낀 감정들이다. 어찌보면 김광석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벽화보다 김광석님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밀랍인형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느다.



  그나마 위로되는것은 골목길 걷는 내내 김광석님의 노래를 계속 들을 수 있다는 것과 특유의 하외탈처럼 보이는 웃는 모습을 실컷 보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당신이 있어 나이들어가면서 '서른즈음에'의 의미를 되새겼고, 군대가는 친구를위해 '이등병의 편지'를 소주 한 잔 겯들이며 불렀습니다. 힘들때는 '일어나'라는 노래가 위안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때 '사랑했지만' 노래도 불러주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따스해 지는 날에 김광석님을 보러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는 활기넘치는 골목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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