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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진우 Sep 15. 2020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


 어렸을 때 봤던 책 중에 '먼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이원복씨의 '자본주의, 공산주의'라는 책이 생각난다. 자칫 접근하기 어렵거나 접근하기 싫은(?)느낌의 소재를 만화적으로 잘 다루는 저자인데, 그 때 내용도 희미해져가지만 어차피 그 시절의 자본주의 공산주의라는 개념은 지금은 거의 쓰기 어려운 개념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된 데에는 최근 20~30년 사이 국제적, 정치적인 많은 변화들이 한 몫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구소련의 붕괴, 중국의 떠오름, 미국 사회, 유럽 사회가 마주한 많은 난제들-양극화와 국가간 경제 불균형, 난민문제 등-그에 따른 변화가 주요한 원인이다.


구소련 냉전시절에는 소련과 동유럽국가, 그리고 중국과 쿠바 등 몇몇 친소련연방 성격의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국가와 미국을 정점으로 한 서유럽,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혹은 민주주의 국가로 얼핏 구분이 되는 분위기였지만 현재에 와서는 그 경계가 흐릿해졌다.


우선 공산주의(Communism)와 사회주의(Socialism)의 차이를 짚어보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둘 다 경제운영의 측면에서 개인의 소유권과 재산권, 생산과 분배에 대한 권리 보다는 사회의 권리, 즉 공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 때문에 양극화가 깊어지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수정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공산주의는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보다 좀 더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자세를 취하는 개념이다. 공산주의는 노동자들이 상위계급에 대하여 투쟁하고, 혁명을 이용하여 봉기할 것을 말했다. 공산주의(Communism)이란 단어는 독일의 정치철학자인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8년에 낸 '공산주의 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에서 구체화된 개념으로 '꼬뮨(Commune: 함께 살며 소유와 책임을 공유하는 공동체)'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대응할 단어가 마땅치 않아 '공산주의'라는 단어로 번역되지만 결국 혁명으로 세워진 강력한 정부가 모든 자산과 생산을 소유하여 경제를 통제하고 그 정부가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분배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반면 사회주의(Socialism)란 낱말은 마르크스 이전부터 구소련의 붕괴 이후까지 계속 존재해온 단어로, 애초에는 산업혁명으로 경제와 생산이 확대되어 가던 시절에 공장소유자, 기업가 같은 자본가들은 부를 축적하는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가난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생겨난 사상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개념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혼란스러운 개념으로 존재하지만, 오늘날에는 유럽을 포함한 많은 민주주의 혹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사용되는 개념으로, 혁명적이나 급진적인 방법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사회적 정치적 체계를 변화시켜 소유나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개념을 지칭한다고 보면 큰 무리없다.


구소련의 붕괴 및 그 이후 어느정도까지만 해도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대략 같이 묶여지는 단어로

'민주주의', '자본주의'로 같이 묶여지는 단어와 대척점에 있던 개념이었다. 적어도 중국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개념이 왜 혼란스러워졌는지는 좀 뒤에 나오게 된다. 


이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개념을 알아보면,


자본주의(Capitalism)는 산업혁명과 함께 생산이 기업화, 거대화되면서 자본의 투입으로 생산의 극대화가 가능해지면서 발생한 개념이다. 오늘날에는 이 단어가 줄 수 있는 거부감 때문에 '시장주의', '자유주의' 라는 개념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통제가 최소화된 자유시장 안에서 자산의 소유와 분배 및 기업의 활동을 시장과 사적 영역에 맡겨 효율을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현대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자유시장과 함께 발생했다. 경제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아담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사람으로 자유무역의 혜택을 받은 영국 땅에서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개념이 첫 발을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되는 자유시장 경제학과 자본주의에 관한 사상은 시장에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을 말하는 소위 '자본주의 2.0'이라 부르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사상과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를 거쳐 계속 진화하며, 변화하고 있다. 


'민주주의(Democracy)'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권력이 왕이나 귀족 등 특정세력이 아닌 국민에 있는 개념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나, 당시 그리스 사회에 여성이나 노예에게는 참정권이 없었기에 사실상 신라 초기나 가야 등의 연맹국가와 귀족 합의 정치의 수준과 크게 다르다고 하기는 어렵고, 후에 로마가 다시 제정으로 회귀했다는 점에서도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대적 의미의 진정한 민주주의는

1.평등한 참정권과 민주적인 대표의 선출 

2. 표현, 언론, 거주 및 경제활동의 자유 

3. 1당이 아닌 다수당의 성립과 자유로운 정치활동 참여의 보장 

4. 입법, 사법, 행정의 분리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그 의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진 시기는 노르웨이(1913년), 미국(1920년), 대한민국 정부수립(1948년), 스위스(1971년) 정도로 고작해야 100년이 안 되는 나라들도 많으며 미국에서 흑인의 선거권(1965년)이 주어진 것도 정치의 역사에 비하면 불과 찰나에 가까운 기간이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란 개념은 사실상 자리잡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가장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비슷한 단어로 쓰이는 '공화주의(Repulicanism)'혹 '공화국(Repulic)'이란 개념은 기본적으로 나라의 통치를 독재자나 왕이 아닌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사람이 한다는 개념으로 라틴어인 'les publica(공적인 것)'에서 유래하는데 집정관, 원로원, 민회로 구성되었던 로마 공화정과 현대적 의미의 공화정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제, 현대에 와서 이런 단어의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실제로 민주주의, 공화주의는 다수당이 존재하며 누구든지 정치 참여 및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있어야 할 개념이지만,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뜻의 개념은 보기에 좋기(?) 때문에 실제 민주주의가 아닌 국가들도 대부분 '민주주의' 혹은 '공화국'의 명칭을 형식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의 공식명칭은 People's Republic of China, 

북한의 공식명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한국의 공식명칭은 Republic of Korea


로 명칭만으로는 이 나라가 정말 민주주의인지, 공화국인지 아니면 일당독재의 체제인지 공산주의인지 알 수 없다. 외형적으로는 정당과 의회와 법원과 투표권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당의 독재체제에 의해 운영되며 일반국민의 정치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한 중국과 북한 등의 국가들은 명칭만 공화국이나 민주주의일뿐 개념적으로 공화국이나 민주주의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경제자유화와 경제발전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개념 또한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중국의 집권당은 '공산당'이지만 실제로 경제체제는 덩샤오핑의 경제개방 이후로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사유재산 및 부분적으로 외국자본의 투자 및 자산 소유도 가능해졌다. '흑묘백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일국양제'-한 나라에서 공산주의(중국본토), 자본주의(홍콩) 두 가지 체제가 가능하다. 덩샤오핑이 경제개방을 시작하면서 한 말로, 중국은 체제적으로는 일당에 의한 정치로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자본주의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나가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시진핑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중국이 진정한 마르크스의 신봉자이자 실천자로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하여 그 개념에 대하여 더욱 혼란을 주고 있다.


사회주의를 닮아가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닮아가는 공산주의


단어의 개념과 체계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시대, 단어의  정의마저 정치적으로 오락가락하며 서로 필요할 때마다 끌어다 사용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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