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엄마의 시작

by 이상현

2013년 4월 1일 만우절, 일요일.

처음으로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을 확인했다.


수업을 하다가 선 채로 깜빡 잠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된 임신 의심. 임신테스터를 사서 사용은 했는데, 또 설명서 대충 읽어서 명백한 임신을 '임신 아니네?! 잠이나 더 잘걸'하며 평정을 유지하고 학교에 갔다. 생각해보니 커트가 테스트 결과를 묻지 않은게 열나서 커트한테 뭐라고 했더니 커트는 집에서 혼자 쓰레기통에 있는 키트를 봤고, '오!'하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임신이구나. 풉.


그리고 딱 1년 전 오늘.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결과. '임신입니다.'를 들었다. 음. 그 다음에 연이어 들은 말은 '낳으실 거죠?'였다. 중국이었으니까.


지난 일 년. 정말 내 생애 가장 정신 없는 한 해였다.

이사를 계획하며 또 다른 이사를 해야 했고, 이상엽은 교통사고, 이고은도 태어났고, 커트의 한국에서 첫 직업은 난리부르스. 당초 계획했던 이사는 대체 언제나 하련지 알 수가 없다. 이고은님만 아니었으면 내 생애 제일 꼬인 한 해라고 하고 싶지만, 따님이 계셔서 차마 그렇게 말 할 수는 없고.


2013년 3월 31일에 쓴 일기가 있다. 과연 난 진짜 임신일 것인가. 그럼 어쩌지???하는 내용의. 솔직히, 솔직히. 고은이가 내 생애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는 아직은 말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고은님의 탄생 이후 이곤을 빼놓고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 난 일기 잘 쓰는데 게을러서 일기장 보관을 못하고 주로 버리지만. 2013년 노트는 보관하기로.


하필 만우절에 병원에서 임신확인을 받아서, 난 맘편히 친구들에게 '나 임신했어!!'라고 말할 수 있었고,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뻥치지마'로 맞받아쳤다. 워낙 임신 초기에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만우절에 진실을 말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어 아기를 가지고 뻥을 치진 않는다고 진지한 척 말할 수 있었다.

이제 내게 만우절은 이고은과 함께 기억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