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 자알 놀았다

by 잼스

비가 내렸다. 그동안 땡볕으로 달궈진 도시다. 촉촉히 적셔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떠나기 전날에 비가 온다고 무슨 감정을 섞는 건 좀 실없다.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네온사인 불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본다. 스스로 빛을 내는 것도 아니니 오늘따라 유난하다고 마음을 담는 것도 우습다. 시골마당을 떠나온 것과 이곳을 떠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 건가? 아쉬울 것도 서운한 마음도 없다. 무사히 일정을 마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11번 짐을 쌌지만 12번째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뿐 특별할 것도 없다. 꽁꽁 싸매여진 짐은 또 풀어헤쳐질 것이고 나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가서는 도시에서 시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90일 동안 잘 놀았다. 돌아가서도 잘 놀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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